일개 개인도 나이를 먹든,  주변 환경이 변하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시간이 지날 수록 변하게 됩니다.

그게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간에요.

개인이 그런데 인구유입이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안 그럴리가 없죠.



제가 듀게를 처음 오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1말~2002년 초 입니다.

당시의 저와 지금의 저는 사고방식도 성향도 그리고 모든 것이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좋아진 점도 있고 더 나빠진 점도 있지요.



듀게는 안 그랬을까요?



당시 제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지라  같은 글을 봐도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가능성도 있지만

글의 주제나 내용, 그리고 토론 방식도 꽤 많이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2003~4년 까지는  제가 기억하는 (불확실하죠 아무래도 개인의 기억이다보니) 듀게는 지금의 많은 분들이 회고하실

까칠하고 어렵고 무서운 글들 뿐이었습니다.

영화 관련글도 무척 많았고,  뭔가 학술적(?)인 글들도 있었고 동시에 정치적인 이슈로 논쟁이 벌어지면

댓글 시스템이 없었던지라,   re, rere, rerere, rererere,  식으로....  엄청난 양의 글들이 쏟아지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듀나님의 여러가지 게시물을 제외하면 그 외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이나 취미생활 같은 것들은

암묵적으로 얘기 하질 않는 분위기였죠. 그만큼 쉽게 글을 쓰기가 어려운 곳이었고  맞춤법을 조금만 틀려도 여기저기서

맞춤법 지적과 함께 여러 비판을 받았구요.


지금처럼 아주 간략한 단문이나  트위터에 올릴만한 짧은 글들도 보기 힘들었죠.(볼 수 없었다가 정확하겠죠)

게다가 댓글이 없었다보니 아무래도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re 가 붙는 글들은  지금의 댓글보단 내용도 길었구요.



그 뒤로 몇 번의 대격변(?) 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순서는 헷갈리지만,   취미관련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시점은 다르지만 건프라나 아이돌이나 기타등등)

또 어떤 분 께선 듀게 이후 최초로  연애상담 글을 올리셔서 (2005~6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다들  당황하면서 환호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신변잡기 적인 글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물론, 저도 거기에  일조를 많이 했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 이후로도 게시판의 표현이 좀 바뀌었다고 느낍니다.

당시 게시판은 전체적으로 애도하는 분위기를 넘어 격노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좀 과격한 표현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럴만한 상황이었다고 개인적으론 봅니다)

문제는 그렇게 한번 선을 넘어가 버리니  어느 순간 부터는  욕설에 가까운 표현이나 욕설들이 보이는 경우가 전보다  늘어났다고 느꼈습니다.



친목질이 없었다 라고 하는 분도 계시지만 

친목'질' 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친목을 다지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듀게를 하시면서 동시에 블로그를 하던 분들끼리의 모임도 있었고,  듀게 내의  취미활동 모임들로 인한 모임도 있었고요.

또한 채팅이나 다른 루트로도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저도 직간접적으로 경험 했었고 

정말 이 분은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고 싶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여러 모임이나 친목 활동을 하는 분 들 중에 일부 분들 경우는

분명 듀게 내의 게시물 속에서  지인들끼리 가능한 댓글이나 농담 대화를 하는 분들이 계셨고요.


그래서 그 당시에도 그런 걸 싫어하시거나 경계하는 분들은 여러 번 지적이 있었고 그 때도 지금처럼 인지는 모르겠지만

친목질에 대한 논쟁은 있었던 걸로 압니다.


누가  정답을 알겠느냐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런 논쟁과 지적질들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한 저런 작용들 때문에 오히려  친목질들로  안 좋게 변화한 커뮤니티들에 비해서 오히려 오래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논점을 벗어난 얘기를 하자면,

예전에 듀게를 오는 오프 지인에게 이런 식의 농담을 한 적 이 있었습니다.


A 라는 성향 취향을 지닌 유저들이 모인 집단이 A라고 하자.

근데 B 라는 성향의 유저가 들어와서  규칙에 위배되지않는 아슬아슬한 물타기로 계속 근성있게 활동을 한다.

그럼 시간이 흐르면 B라는 사람의 글을 보고  싫어하는 A 성향의 유저들 중 일부는 떠나기 마련이고,

B 의 계속되는 글들을 보게된 신규 유저들은  A라는 커뮤니티를 B 성향으로 인식하고  B성향인 사람들이 모여든다.

결국 A라는 성향을 지니던 커뮤니티는 점차 B로 변하게 되고 이건 그 뒤에  C D 로도 반복된다.


라는 식의 내용이었습니다.

듀게도 제 생각엔 어느 정도 저 기준에선 벗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왜 이런 얘기를 꺼냈냐면, 결국 듀게 유저들이  처음에  언급한 시간, 환경적인 변화로 인해 성향이 변하는 것도 그렇지만

동시에 저런 식으로도 온라인 커뮤니티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듀게는 변하지 않았다 라거나 그대로 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제가 자주가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한 곳이 있습니다.


듀게와 거의 같은 시기에 활동을 했었는데,  온갖 쓸 데 없는 규정들이 많은 곳이 있었습니다.  자음연타나, 게시물을 쓸 때  몇 줄이상을 강요하거나 등등의 규칙들요.

당시엔 그게 되게 어색하고 한심하게 여겨졌습니다.  

듀나게시판은  그딴 룰들이 없어도  다들 양질의 글을 쓰고 있고 욕설 같은 건 거의 보기 힘들었고 자음연타나 이모티콘도 없이 

잘만 돌아가는 곳인데  뭐하러 저런 규정에 매여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제 성향이나 취미도 듀게 쪽이 더 잘 맞았고 무엇보다  PC 함의 정도도  남초 커뮤니티다 보니 훨씬 안 좋았습니다.

동성애 같은 이슈가 논쟁이 되면  듀게는  호모포빅한 분위기만 풍겨도 논리나 이론으로 뭉개져 버렸는데    저 쪽은 ㄱ 부터 시작해야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턴 오히려 다른 커뮤니티가 더 PC 할 때도 있고 예전에 제가 듀게에서 좋은 분들에게서 여러 배움을 얻을 때의 글들을 느낄 때가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예전에 하루종일 듀게에 상주하던 저는 사라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시간도 줄었지만 그 시간 내에서도 오히려 다른 커뮤니티 들을 더 돌게 되더군요. (솔직히 요새  듀게는 자주 안옵니다;;)

그 이유가 위에 말씀드린  것 처럼 ,  제가 변해서일 수도 있고   듀게가 변해서 일 수도 있고 ,  둘 다 일수도 있죠. 






이야기가 돌고 돌았지만  결국 커뮤니티는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유저가 변하든 커뮤니티가 변하든 간에요.

그러니 듀게가 변했다 안 변했다는 제 기준에선 그다지 건설적이지 않은 얘기라고 보입니다. 어차피 변했고 앞으로도 그럴 일인데요.


다만, 변하는 게 싫으시다  절이 싫어 떠나는 중처럼 다른 커뮤니티를 찾는 거도 방법이고

아니면 절을 고치거나 보수공사를 하시는 거도 방법입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죠. 


그래서 저는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지적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분들을 나쁘게 생각지 않습니다.

(물론 갑자기 나타나서 욕질을 하신 분들은 당연히 제외입니다)


그 정도는 10년 전부터 듀나님이 주장 하시던 일종의 자정작용의 일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그 커뮤니티 내에서 있으면 잘 알 수도 있지만

떠나있다보니 더 잘 알게 되는 법도 있듯이,    듀게를 멀리하다보니 예전과 변하는 것들이 더 잘 보이고 느껴지는 걸 수도 있겠죠.



그런 제 기준과 시점에선 

듀게는 확실히 과격해졌습니다.  욕설을 하는 분들도 계시고  비아냥 거리는 것도 뭐랄까 예전에 비하면 직설적으로 변했어요.

PC함도 흐릿해진 경우도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듀게가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이 좋았어라는 식의 향수도 아니고  매너 없이  비난이나 일삼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얘기든 배울점이 있는 얘기든  무엇이든 간에요.



위에는 이젠 자주 안 온다 라고 몇 번 얘기했고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듀게는 제겐 일종의 첫사랑 상대 같은 곳입니다. 처음으로 애착을 가지고 활동했던 곳이에요. 그 뒤로 아직 그런 경험은 없구요.

제가 건강하고 밝을 때던,  투병을 하며 암울하게 있을 때에도 많이 의지가 되던 곳이에요.

그리고 아직 세상경험이 없던 제게 견문을 넓혀준 곳이기도 하고요.


때문에 듀게가  언젠가 사라지는 날이 올지라도

서로가 듀게를 생각하면 싸움질이나하고 예의 없던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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