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20:52
이 영화를 그토록 보고 싶었는데 그냥 포기했다가 메가박스 신촌에서 하는걸 알고 오늘 당장 보러갔습니다.
맨 처음 스칼렛 조핸슨이 주연을 맡은 언더 더 스킨이 외국에서 개봉했다는걸 알고 대충 무슨 영화인가 검색했을때는 스피시즈류의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10년전에 봤던 스피시즈는 재미는 있었지만 말초적인 요소에 기대는 SF 외계인 영화였죠. 물론 1편만 본거고 평이 극악으로 나쁜 2편은 보지 않았습니다. 스피시즈의 나타샤 헨스트리지가 그랬던 것처럼 언더 더 스킨의 스칼렛 조핸슨 역시 외계인으로 나와서 섹슈얼한 이미지만 잔뜩 보여주는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미리 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세부내용은 당연히 패스) 이 영화는 스피시즈와는 확실히 다르다는걸 알게 되었지만, 오늘 본 결과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예상과 다른 영화였습니다.
보는 내내 여러 생각들이 들더군요.
1. 영화 내에서 기본적으로 알려줘야 할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제공해주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등장인물 전부 다요. IMDB에 들어가보니까 정말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명시되어있지 않습니다. 원작 소설에서는 세부적인 정보들이 다 나온다지만 읽어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스토리도 소설과 영화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2. 스코틀랜드식 영어는 대충 듣기만 해도 미국식 혹은 잉글랜드식 영어와는 꽤 차이가 많다는걸 알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스코틀랜드 배경을 보니 그곳은 여름 휴양지로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물론 겨울에 가기엔 좀....
3. 현악기로 연주한 배경음악은 영화의 분위기와 엄청 잘 어울렸습니다.
4. 영화의 오프닝, 주인공이 쓰러진 여자의 옷을 훔쳐입는 장면, 주인공에게 홀랑 넘어간 남자들이 낚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남자들이 낚이는 장면은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공포스러웠습니다.
5. 그나저나 주인공의 힘이 생각했던것 이하로 약하더군요.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던 어떤 남자들 돌로 쳐죽일때도 외계인 체면에 뭐 이런가 헛웃음이 나왔는데 마지막 숲 속에서의 상황을 보니 정말로 약하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6. 스칼렛 조핸슨은 키만 빼고 좋은 신체조건을 다 받았나 봅니다.
아무튼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달랐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좋게 봤습니다.
혹시 저랑 같이 보셨나? 했지만 다른 곳이었군요. 원작 소설은 영화와 거의 딴세계입니다. 배경과 몇 가지 설정만 가져갔다고 보시면 무방해요. 저는, 많이 피곤했는지 영화를 보면서 깜빡 깜빡 짧게 몇 번 졸았지만, 그 와중에 생긴 공백이 별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서 멀찍히 앉은 분에게 어떤 내용이라 이해하셨냐고 물어봤는데 (저는 소설을 먼저 봤기 때문에 궁금했어요) 그 분은 단순히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다길래 보러 왔고 멘붕상태이신거 같았습니다.
신경을 긁는 배경음악 좋았죠. 특히 첫 부분의 배기음 같은 소리는 제발 좀 꺼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버스를 타는데, 버스 브레이크 소리가 영화가 끝났는데도 지속되는 배경음악처럼 느껴지더군요. 저는 신체변형을 싫어하는 편이라 (훼손과는 좀 다릅니다) 스칼렛 요한슨을 조사하는 민머리 아저씨 장면에서 혹시 기생수처럼 얼굴이 펴지는게 아닌가 덜덜 떨며 봤어요. 그리고 스위치 내리는 소리와 함께 헐렁거리게 변한 그것은 참. 제가 공포영화는 못 보지만 공포소설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게, 아무래도 시각화시키는걸 잘 못해서지 않을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외계인으로 나와서 섹슈얼한 이미지만 잔뜩 보여주는 영화], 저도 책이 블랙코미디라길래 이런걸로 지레짐작 했었죠. 저는 외계인을 연기한다면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유심히 봤고 연기로써 꽤 괜찮은 선택을 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그런 형태의 변장이 아니라서 영화에서 어떻게 묘사했나 궁금하기도 했고 책의 외계인의 묘사를 보면서도 잘 안그려져서 영화로 보려 했었는데 그냥 완전 다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