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극과 극의 경우를 다 본적이 있어요.


수지에 있는 한 북카페에서, 그야말로 장식물 수준으로 되어 있는 사다리를 아이가 밟고 올라가더니 자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일단 그 시점에서 '아이가 밟고 올라갔다'는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죠. 판단이 안설테니까. 그렇다고 주인이 원하는대로 사다리 형태의 장식물을 두지 말라는 법도 없고요.  


그 뒤 아이 엄마는 난리였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부실하냐... 주인장은 수루룩 와서 그건 장식이지 진짜 밟고 올라가는게 아니다...라고 변명하지만, 아이엄마는 그럼 튼실하게라도 만들어야잖냐라고 화를 내고 아우성. 주인은 계속 굽신굽신하더니 아이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하나 서비스 하더군요. 아이엄마는 이게 뭐냐는 얘기를 하...는데 아이는 이미 신나게 먹기 시작합니다. -_-; 


제가 오지랍 넓은 성격은 아닌데 정말 두눈뜨고 못보겠더군요. 그래서 결국 한마디 했습니다. "아주머니, 아이가 나이도 어린데 그렇게 돌아다니면 동선이라도 눈을 쫓으셔야 하잖습니까."

"그걸 일일히 어떻게 하나요. 여긴 모든 손님이 사용하라 만든 공간인데, 주인이 책임을 져야죠."

"아이가 그렇게 부산한걸 알면 의자에 딱 붙어있게라도 하시던가요"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더니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막 떠넘기듯이 먹이고는 확 나가버리더군요. 그러더니, 한 30분 있다가 카페 주인이 오셔서 아까 그 아주머니가 카페로 전화를 걸어서 저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한다더군요. "그냥 안받아도 되죠?"라고 했더니 주인장께선 그럼요..하시고 끊었습니다.  카페를 나서는데, 주인장께서 쓴 웃음을 지으시면서... "감사한데...저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네요. 정말 힘드네요. 저 부러진 사다리에 대해선 아무말도 못하고..." 그제서야 아이가 자빠지면서 그 서슬에 거기있던 장식들이 죄다 엉망이 되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한 4년전 이야기고.... 며칠전에는 아이스크림 집에 갔는데, 아이가 신나서 신발도 신은채로 의자 위에 올라가더군요. 그런데 엄마가 빤히 쳐다보더니, '아무개야. 의자에 올라갈땐 어떻게 하는거지?'라고 하니 신발을 자연스레 벗었습니다. 역시 아이인지라 그 상태에서도 재잘 재잘 잘 놀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엄마가 잘 컨트롤 한다는 느낌은 들었고요.


바꿔생각하면....


저런 좋은 (단적으로 '좋은'이라고만 표현하긴 뭐하지만) 엄마들에게 노키즈존은 조금은 가혹할 수 도 있을거 같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카페가 노키즈존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민폐 손님들이 문제인 것이라면 아이뿐만 아니라, 둘이 와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5시간동안 죽치고 앉아서 옆의 손님들 듣던 말던 의자 두개 붙여놓고 눕다시피 한 자세로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은 친구들이나, 부동산 상담 하러 오셔서 지금 나온 지대로 된 매물을 카페 안의 온 사람들 다 들으쇼라고 말하는 듯 외쳐대는 공인중개사 아저씨나, 주일날 기타를 포함한 풀 보컬세션을 데리고 와서 테이블 여러개 붙여놓고 찬양을 부르는 기독교 청년 무리나 매한가지일거 같아요. 


관건은 가게 자체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진상손님도 다 들어올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는거죠. 그것을 아이에게만 한정짓기는 너무 가혹하다는거고요.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수지 카페에 온 아이 엄마. 저런 엄마에게 노키즈 카페가 뭔가 사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저런 엄마는 비디오 대여점을 가든, 편의점을 가든, 극장을 가든, 식당을 가든 다를바 없을거에요. 그리고 아이는 그 영향을 그대로 받아가며 크겠죠.


'노키즈 카페'를 보고 반색을 하며 찾아갈 고객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카페에 '목소리 큰' 부동산 상담자와 '풀 세션을 동원한' 찬양팀이나 '주책 바가지인' 연인들이 온다면 그다지 상황은 다르지 않을거 같아요. 그렇다고 카페에 와서 닥치고 있으라 할 수 도 없고... 결국 개개인의 교양과 양심에 맡기는 것 뿐인데, 아이들이라면 엄마에게 그 몫을 맡길 수 밖에 없다는거죠. 아이들이 혼자서 제발로 카페에 가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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