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0 16:36
지난 번에 쓴 카린이 일하는 커피가게가 점심시간이라 문을 닫았다. 한 2 분 정도로 놓친거 같다. 휴가철에는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 걸 깜빡한 때문이다. 그냥 커피사는 걸 관둘까 하다가 재미를 놓칠 수 없어 어딘가에 가면 커피를 살 수 있는 생각을 해본다. 기억을 더듬으니, 내가 좋아하는 카페 중 한 곳이 커피를 갈아주기도 한 거 같아 그쪽을 향한다. 1시 30분이라, 보통 사람들의 점심 시간이라 보기에는 늦은 시간, 독일식 카페를 주장하는 이 카페에는 나이 지긋이 드신 두 할머니께서 점심을 다 드시고 대화를 나누시던 중이다. 키가 작은 내가 두리번 거려도 일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할로 라고 외치자 어디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던 종업원이 아직도 입에 뭔가를 씹으면서 나타났다. 미안하다고 자기가 못봤다고, 내가 점심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는 혹시 커피 갈아주나요? 물었더니 그렇단다. 내가 될 수 있으면 dark 하게 볶은 콩을 사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 들어본 콩 봉지를 열고 내 코에 내밀었다. 향내가 맘에들어 이걸로 하죠 한뒤 어떤 식으로 갈을까요? 라고 묻는 질문에 그냥 커피기요 라고 답을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없이 이거 내가 마실 커피가 아니에요. 내 친구가 커피는 맛이 없다고 해서요. 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이 카페에 있던 모든 다른 사람들이 허억 소리를 내면서 놀란다. 마치 만화속의 한장면 처럼. 웃으면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커피는 맛있어 내가 증명해주지 라고 말했어요 라고 다시 덧붙였다. 그제서야 들어간 숨을 내쉬는 사람들. 정말 만화같다. (참고, 스웨덴이랑 핀란드 사람들이 커피 소비랑 최고입니다).
그 다음날,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난 헨릭은 내손에 있는 작은 봉투를 바라본다. 그 안에 지난 번 올가 만나면서 가지고 온 음식통, 올가가 좋아한다고 해서 산 초코 파이 한상자, 그리고 커피가 들어있다. 커피를 보고 이건왜? 란 표정의 그에게, 니가 커피는 맛이 없다고 했잖아, 그리고 웃으면서 나도 모르겠에 왜 그런걸 기억하는 지. 이 커피는 어떻게 끓여야 하는 지 물어보는 그와 이야기 하면서 헨릭이 이 커피를 직장에서 마실 생각인걸 알게 되었다. 커피 메이커 없다는 말에, 그러면 그냥 드롭을 하나 사, 어쩌고 저쩌고 설명하다 말고, 아 간단히 말해서 이 커피 맛이거든 그러니까 어떻게 끓여 마시던 다른 커피 마실때와 달리 커피란게 맛있구나를 알게 될거야. 그건 내가 러시아차를 마시면서 차란게 맛있구나를 알게 된 거 처럼. 그리고는 둘이 웃는다.
가끔 나는 헨릭한테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네덕분에 러시아차 마시는 법은 배웠다고.
그리고 일주일 뒤. 간만에 혼자인 집에 깜풍기와 새우튀김으로 된 점심을 먹으러 온 그에게 러시아차를 끓여준다. 그가 갑자기, 아 네가 사준 그 커피 마시기 시작했어.
그래? 어때? 맛있지? 란 내 질문에 아주 강력하게 아니 란 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말이지, 이 커피는 빨리 마실수 있더군. 다른 커피는 약으로 마시는 데 이 커피는 음료로 마시게 되던군 이라고 말라면서 러시아차를 담은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는 그를 보며 나는 프랑스식으로 갈을 커피를 내 커다란 머그잔에 그득 담는다.
2014.08.20 17:28
2014.08.20 23:19
커피를 하루 평균 머그잔 기준 8~9잔을 마시는 사람입니다. 'dark 하게 볶은 콩' 으로 갈아서 내려 마시는 커피라야만 하는 저라서 그 부분이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러시아차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요.
2014.08.21 11:30
(만화갔다->같다) 북유럽에 딱 한번 가봤는데,커피 소비량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어요.약에서 음료로 승격된 커피..다행이네요ㅎㅎ
2014.08.21 13:20
쥬디님, 네 그 할머님들 귀여우셨어요
Koudelka님 한국에서 만난다면 제가 커피 500g을 선물하겠습니다.
보리님, 지적 감사합니다. 커피의 세계로 들어올려면 좀 있어야 하는 듯...
커피를 사랑하는 주민분들 정말 귀여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