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연결된 스피커에선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첼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콤팩트 디스크의 발명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다. 나는 이런 CD가 좋다. LP와의 추억 따위를 읊조리는 인간들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LP의 음은 따뜻했다고, 바늘이 먼지를 긁을 때마다 내는 잡음이 정겨웠다고 말하는 인간들 말이다. 

그런 이들은 잡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잡음에 묻어 있을 자신의 추억을 사랑하는 것이고, 추억을 사랑하는 자들은 추억이 없는 자들에 대해 폭력적이다.


김영하의 단편 소설 '바람이 분다' 의 한 대목.


예전이 더 좋았는데, 류의 회상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곧잘 하는 것인데 이게 지나치게 나가면 좀 불편하긴 하죠.

지금도 종종 떠올리게 되는 글귀 같아요.


영화로 따지자면, 디지털 필름으로 영화 보는 애들은 옛날 영화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몰라, 라든가...?


사실 저 역시 이런 저런 종류의 민폐를 끼치고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저 스스로한테 경고를 할 때 떠올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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