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0 14:39
몇몇 분들이 주장하는 바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단 개저씨가 그 동안의 다른 멸칭들에 비해 '권력'과의 상관 관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겠습니다.
약자와 강자에 대해 언어를 활용한 공격에서 일률적인 잣대는 효율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생각에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사용을 찬성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무기로 나쁜 짓 하는 중년 남자' 를 상정하고 사용하시는거 같고,
단지 '지하철에서 술 먹고 뻗은 중년 남자의 추레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반대했으리라 믿어 보고요.
그런데 이 단어가 갖는 객관적 위험성은 크게 두가지가 떠오릅니다.
첫째, '권력'의 기준이 시각에 따라 극심하게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에서 비롯 되는 문제.
'상류계급 여자'와 '하류계급 남자'의 권력관계의 규정이 좌파들 사이에서도 해묵은 논쟁거리라는 것은
'권력'의 상대적 기준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고 합의 또한 쉽지 않다는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된장녀','보xx치' 같은 단어에서 상정되는 여자집단은
일베 같은 곳에서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약자로 규정 되는 것에 대한 명백한 반대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남자들보다는 이들이 가진 권력이 훨씬 크고, 그것을 적극활용하는 집단이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다는 거죠.
즉, 어떤 이들에게 '어떤 종류의 여자집단'은 '권력집단'입니다. 따라서 위의 저항논리를 인정한다면 이들의 언술에도 윤리적 하자가 없어집니다.
심지어는 세월호 유족들마저도 '사회의 연민을 등에 업은 권력집단'으로 규정하여 공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따라서 권력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은, 그냥 모두 다 함께 쓰자는 말과 현실적/결과적으로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둘째, 단어 자체에 '특정 행위,성향'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떡찰(떡값 받아 먹는, 떡 좋아하는), 검새(권력에 철새같은), 중2병(중2짓을 하는), 같은
저격하는 집단의 특징이 단어 자체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애초 조어하고 제안한 사람들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형 중년남성'에게 한정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냥 '내가 싫은 중년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런 경향은 이미 뚜렷한거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주장하던 '한정집단론'은 이미 현실적으로 무력화 된 것으로 보이네요.
객관적인 문제점 외에 개인적으로,
이 단어는 그냥 단순한 증오를 담은'욕'에 가깝습니다.
제 아무리 그 안에 정치적 함의 어쩌구를 담았다고 해도, '개'라는 증오와 멸시의 단어를 최중심으로 내세운 단어의 한계입니다.
그리고 개**,십** 같은 욕들이 제 아무리 통쾌하다 해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지칭한 대상보다는, 오히려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는 거울이 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쓰고 싶으시다면, 써야죠 당연히.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지할 수 있는 법도 없는데.
보니까 듀게에서도 아, 역시 이 분은.. 하면서 평소 보던 바와 일치하는 등
구분하기 편한 점도 확실히 있습니다.
(한숨 쉬며) 누가 누굴 바꾸겠어요. 끼리끼리 노는게 제일이지요.
2014.10.20 14:43
2014.10.20 19:38
상황에 따라 쓰면 될 일이지만 여지껏 쓰면 안된다고 거품물고 떠들땐 언제고 이제와서....ㅋ
2014.10.20 14:44
2014.10.20 14:54
듀나님은 x줌마, xx아치, x장녀 등도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 해봅니다.. 그런 취지에서 개저씨도 나온게 아닌가 싶고. 이걸 개저씨만 합리화하려니 별 얘기들이 다 나오는거죠. 전에도 게시판에서 큰 사단이 났을 때 왜 그 난리들인지 모르겠다고 한적이 종종 있었죠.
2014.10.20 14:59
뭐 듀나님 스타일 보면 그냥 무대응일듯. 트위터에서는 비슷하게 개저씨 개저씨 노래부르는 인간들 열정적으로 RT하시던데요 뭐. 비슷한 사람들끼리 노는건 듀나님이라고 예외가 아님.
2014.10.20 15:03
2014.10.20 19:41
인간으로서 이미지가 무슨 단어 하나에 딱 정해지는군요. 사실은 전부터 까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건 아닌가요? 벼르다가 옳다구나 하고 미끼를 문 것 같구먼ㅋ
2014.10.20 14:59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데요, 된장녀 이런 말에는 그 대상집단의 행동을 규제하고자 하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도 같아요. 반대로 개저씨에는 권력을 쥔 집단에 관한 힘없는 집단의 항거 혹은 불만표출이지 행동규제의 프레임까지는 작동하고 있지 못 하다는. 암만해도, 젊은 여자들이 사회에서 나름 권력이 있는 4,50대 남성층보다는 만만한 집단이기도 하죠.
2014.10.20 15:30
루시 리뷰에서도 그렇고 그후에 논란에서도 개저씨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옹호하는 분들의 의견에 딱히 반박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좀 정리가 되네요.
둘째 이유가 핵심인것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4.10.20 15:30
트윗을 안해서 그런가,
저도 개저씨란 단어를 여기서 첨 봤습니다.
만 하루동안 시달리니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냥 지긋지긋하네요. ㅎ
2014.10.20 15:44
2014.10.20 16:19
소속집단의 이익과 시각에 따라 자의적이 될 수 있는 기준이란 전제하에서 그 위상의 모호함을 지적한 것이고,
결론적으로 무의미하다기보다는, 위험하거나 소모적일 수 있다, 라는 의미였긴 한데요~
여튼 절반만이라도 동의해 주신다면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거 같아요.
2014.10.20 19:49
요꼬하마 /
'보니까 듀게에서도 아, 역시 이 분은.. 하면서 평소 보던 바와 일치하는 등...'
평소 님에게 어떻게 보였는데요?
제가 최근에 듀게에 올린 글이나 댓글들은 IS의 막장 짓을 비난하거나 알바생의 수당을 떼먹으려는 편의점 사장을 비난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실정하는 걸 비난하거나 일베충을 없애려면 독일처럼 전투경찰을 동원해야 한다거나 뭐 대충 이런 얘기들이었는데, 이 중에서 되게 거슬리는 게 있었나봐요?
어떤게 거슬렸나요? 아니면 이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하는데 차마 쪽팔려서 말은 못하겠고 뭐 그런 상태였나보죠? ㅋ
2014.10.20 23:57
음? 죄송하지만 님이 그런 글을 쓰셨는지도 인지 못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확인도 없이 혼자만의 추측으로 공격적인 댓글 질러대는 나쁜 버릇이 있으시네요?
2014.10.20 20:21
첫번째 의견은 상대적 관점에선 그리 볼수도 있으나, 이번 경우는 예를 드신 '여성'보다 훨씬 명확한 아저씨/아줌마라는 기준이 있고 여기서 '아저씨'가 절대적으로 강자쪽이란건 명확하다고 생각하기에 약간 갸우뚱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두번째 의견은 뭐 저도 100%동의하는 바이구요. 결론도 그냥 동의합니다. 쓰고 싶음 써도 별 신경안써요.
근데 저의 경우 이번 논란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 '개저씨'의 사용여부(?)보단 '개저씨는 되지만 개줌마는 안돼!'란 주장이었고, 사실 후자가 더 논쟁적이라 여겼는데 그부분을 지적하는 분이 안계셔서 좀 시무룩...
그냥 내가 글을 써야하나.
2014.10.21 00:13
이미 흥행 막바지라 더 이어나가시면 부작용이 있을지도 몰라요~
제일 명쾌한 글이군요. 마지막 줄까지 말입니다. 쓰고싶다는데 쓰셔야지 뭐 어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