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5 11:04
회사가 사업 하나를 정리합니다. 다행히(?) 제가 속해 있는 사업부는 아닙니다만...
단순계산하면 회사 직원 30%가 필요가 없어집니다.
회사 오너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물러났고, 손발 역활하던 사장도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조조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오너가 직접 하면 대상이 줄어들지도 모르는데, 칼자루를 채권단에 넘겨주고 본인은 쏙 빠졌죠. 채권단이야 회사가 빨리 돈벌어서 빛갚는게 우선이니까 별 고민없이 휙휙 쳐낼것이고요.
구조조정 하는건 100% 확실한데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하는지 전혀 알려진게 없으니 흉흉한 소문만 돕니다.
정리되는 사업부의 생산직 노조원들은 최대한 흡수한다고 하는데 그래봐야 전체 생산직 인원의 절반도 안될거라고 하고요.. 사무직들중 나이 많은, 경력직 입사자들은 100% 대상이라는 얘기도 있고.. 사무직 구조조정은 그쪽 사업부뿐 아니라 전체를 대상으로 할거란 소문도 돌고... 노조집행부가 회사 건물 앞에 천막 쳐놓고 고용보장하라면서 농성 들어갔는데 그래봐야 회사 부지 안이라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고, 노조원인 생산직들마저 '지금까지 회사랑 채권단에 끌려다니다가 무슨 농성을 하는척 하냐..' 면서 싸늘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회사 사정이 이러하니, 제 윗분이 엄청 민감합니다. 임원 빼고 나이순으로 따지면 저희 사업부 탑5안에 들거든요.
모든 일에 (별 도움도 안되는) 간섭을 다 하고 있고, 별 사소한 일도 다 보고 받아야 하고.. 팀장/파트장 회의 하고 오면 전달해주는 것도 없이 정보를 꽁꽁 숨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파트에 가서 물어봐야 합니다.
연말이다 보니 올해 실적 정리하고 내년 업무와 목표를 정해야 하는데 왜 올해는 이거 밖에 못했는지, 내년에 이정도 해서 되겠냐며 모아놓고 훈계합니다.
무슨 말 하나 잘못하면 꼬투리 잡혀 욕먹으니까 다들 필요한 업무상의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그러니 또 '너네들 나 무시하냐? 나랑 얘기하기 싫으냐?' 라고 모아놓고 화를 냅니다.
원래 말꼬리 잡는 사람이고 나이에 비해 한세대는 더 고루한 타입이라 원래 그런 사람인데 요즘 상황이 이러니 좀 더 그러네..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제일 짜증 나느건 주변에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저를 깎아 내리는 겁니다.
타부서와 실무 협의를 하고 와서 그 내용을 보고 하면 왜 이렇게 협의를 했냐.. 이거 하면 안되는거 아니냐.. 내가 다시 회의 해야겠다. 하는 식으로 다시 타부서 실무자들까지 다 모아놓고 회의를 합니다.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오고요. '가과장이 제대로 했으면 회의 또 안해도 되는건데' 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타부서 팀장과 이야기를 하고 와서 저쪽 팀장이 이런 요청을 했는데 이렇게 하면 될것 같습니다. 라고 보고를 하면 또 제대로 이해한거 맞느냐, 내 생각에는 아닐것 같은데? 그거는 안되는건데?' 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알아 듣지를 못합니다. 그리고는 그 팀으로 가서 그쪽 팀장과 다시 이야기를 하고서는 '가과장이 자기한테 설명을 제대로 못했네요. 그거 됩니다. '하고 옵니다.
저는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자기가 꼭 관리감독을 해야 하고 확인을 해야 한다는 어필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정작 파트장이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저를 찾아와서 그냥 그쪽도 제가 담당해주면 안되냐는 이야기를 슬쩍 슬쩍 하고 가는데.... )
정리되는 사업부가 공식적으로는 12월 31일까지만 유지되기 때문에 (한달전 해고통보를 해야 하니) 12월 1일자로 1차 구조조정 명단이 나올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자기 자리 지키려고 준다는 인력 충원도 마다하고... (재작년에는 팀장이 인력충원 한다니까 안 받는다는데 왜 주려고 하냐고 싸우더군요. 사람 밀어내기 하려는거 아니냐면서..) 부서의 업무 바운더리도 확장 못하다가 결국 하는게 부하직원 깎아내리기 밖에 못하는 사람이랑 같이 일하기 정말 싫네요.
그런데 정작 파트장이 그만두면 제가 그 역활을 해야 하고 그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들어가야 하는 회의도 늘어나고 하는건 싫다는게 난감.
2014.11.25 11:52
2014.11.25 13:47
일 지지리 못하는 타부서 팀장 지원하는 와중에 내가 해도 이보단 잘 하겠다 싶다가도 이 일을 진짜 맡으면 (월급이 오르더라도) 시간이 없겠지 싶어서 입 다뭅니다. 어떻게 이렇게 능력없는 사람이 팀장씩이나 싶어서 자세히 보니 대표이사의 손발역할을 자처해서 자기 자리는 확실히 확보한 사람이더라고요. 일은 입으로만 하기에 도대체 뭔가 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