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이던가 언제던가 확실히 생각이 안나지만 여하튼 다른 은하계는 아니고 그냥 머나먼 과거,

여기 주인장이신 듀나님이 오랜 기간에 걸쳐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를 꾸준히 리뷰하신 적이 있습니다.

 

SF물인 파이어플라이(Firefly)는 바로 그 버피 씨리즈와 스핀오프물인 엔젤 등을 만들고,

근래에는 어벤저스 영화로 몸값이 치솟은 조스 웨던(Joss Whedon)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꼽는 드라마입니다.

 

 

 

혹시라도 보실 분들이 있을까봐 스포성 내용은 자제를 하면서 배경 설명만 하자면 파이어플라이의 세계는 SF와 서부극이 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사실 보면 "우주보안관 장고"부터 해서 "카우보이 비밥"까지 이러한 서부 활극과 SF물의 결합은 은근히 자주 보입니다.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도 생각해 보면 서부 느낌이 좀 나고 말이죠.

 

그 이유는 아마도 말 한마리/낡은 우주선에 의지해 아무도 없는 황야/우주를 가로지르는 무법자라던가,

변두리 깡촌을 압제하는 악당 등, 서부 개척과 우주 개척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개념적, 이미지적 유사성 때문일 겁니다.

 

여하튼 파이어플라이는 600년 후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킨 인류는 다른 항성계로 이주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항성계에는 태양계와 달리 행성과 달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50개 이상의 행성과 달들이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지구화'가 이루어져 있죠.

 

굉장히 발전해 있고 미래적인 중심 행성들과 달리 변방 행성들은 척박한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킵니다.

주인공의 입을 빌자면 연방에서 이들 변방 행성들에 이불과 손도끼, 때로는 가축 정도만 주고선 개척민들을 던져놓은 결과죠.

그래서 한쪽에는 우주선이 날라다니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말을 타고 다니며 권총을 쏘아대는 비대칭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만...

이게 은근 잘 조화가 되는건 주인공들의 우주선인 세레니티호의 낡고 먼지쌓인, 투박한 느낌 때문일 겁니다.

 

이러한 배경에다가 우주의 빈 공간에서 오는 느긋함, 매력적인 주인공들, 간간히 터져나오는 개그 등 파이플라이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정말 볼만한 드라마입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로 선장인 말콤 레이놀즈를 포함한 9명의 중심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서로간의 캐미가 뛰어나며,

스포 방지를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악당들과 주변인물들까지도 모두 저마다의 개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누구 하나 버릴게 없습니다.

특히 좋은 점은 미드고 한국 드라마고, 심지어 스타워즈의 자자 빙크스건간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민폐형이나 밉상형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뭐, 나름 멀쩡하던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중심인물들이 후반부에 가면 대다수가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싶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시리즈가 조기종영을 당한 후광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SF물을 좋아한다면, 혹은 서부극을 좋아한다면, 혹은 과거 카우보이 비밥을 재미있게 봤다면 아마 빠져들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세가지 다 해당되서 열혈 덕후의 길로...나중에 시간 되면 회원 리뷰란에 스포 만땅의 리뷰나 올리려구요.

 

 

 

겨우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캔슬이 되어버린 이 시리즈는 비운의 걸작으로 불립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기종영이 가장 아쉬운 드라마 순위에서 항상 1~2위를 다투고 있고, 짧은 수명애도 불구, 최고의 SF 시리즈물로도 종종 꼽히더군요.

 

캔슬이 된건 뭐, SF 특성상 당연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비해 시청률이 저조해서이긴 한데, 이게 사실 따지자면 망할 폭스사의 영향이 큽니다.

방영 시간대를 시청률 블랙홀에 편성한것도 모잘라 세계관과 캐릭터에 대해 관객이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한 파일럿 방영을 거부해 버렸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2화를 파일럿 에피소드 대신 제일 먼저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뜬금 없음을 선사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시리즈를 말아먹기에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감독 의도와 다르게 에피소드 순서를 마구 뒤바꾸는 만행을...

 

덕분에 감독 의도에 따른 DVD판의 에피소드 순서와 TV에서 방영이 된 순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시리즈를 보려는 사람들이 시작도 전에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참고로 TV에서는 파일럿 에피를 가장 마지막에 방영;;;

 

그렇게 시리즈가 취소되어 버렸지만 짧은 기간 내에도 굉장히 많은 열혈 팬들이 양성되었습니다.

이들이 폭스사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서명운동을 하고 모금도 하고 그러면서 나중에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극장판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때 받은 엄청난 항의메일과 욕(?)을 반면거울 삼아 이후에는 폭스사에서 시리즈 캔슬에 대해 훨씬 조심스러워지고 시청률이 안나와도 좀 더 인내하고 지켜보게 되었다나 뭐라나...

 

 

 

ps: 한글 자막을 구해서 보니까 번역이 못봐줄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발번역이더군요.

 

예컨데 [Lost all hands, but it was only run by a skeleton crew anyway]가 [승무원이 전부 사망했는데도 유령선처럼 떠다니고 있습니다]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건 [승무원이 전부 사망했는데 원래 최소인원으로 운행중이었습니다]가 되야 맞죠. 여기서 skeleton crew는 유령선이랑은 상관이 없...

 

그런가 하면 북 목사가 다쳐서 이나라가 의사에게 치료받으라는 뜻으로 [Should really have the young doctor look at this] 라고 하는게

자막에서는 뜬금없이 [의사선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세요]로 번역이 되어 있고 등등 여기 저기 오류가 많이 보입니다.

 

여하튼 내용이 틀리거나 뉘앙스가 안맞는 부분이 많아서 직접 자막을 만들어 보고 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이거 참 오래 걸리네요.

자막 만드시는 분들에게 새심 존경심이...며칠 틈틈이 손댄게 이제 겨우 한시간 반짜리 파일럿 에피소드 하나 끝냈습니다.

뿌듯하다 말고 나머지 13편 언제 다 끝내나 암담한 기분이 들면서, 그래도 겨울동안 꾸역꾸역 할려구요.

 

그런데 자막을 만드는건 만드는거고 이런거 다 만들면 어디다 올리면 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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