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에 답글로 쓰다가 길어저서요. 


표절이라기 보다는 오마주 아닌가요? 


나브코브의  Invitation to a beheading도 카프카의 심판과 비슷합니다. 영문책 서문에 이에 대해 본인이 길게 '나는 카프카의 책을 하나도 안 읽었었다고요' 라고 쓰죠. 이런 일은 (이건 오마주도 아니군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의 경험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고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한테 좋은 문학작품이란 제가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일들을 언어의 유희를 통해 마치 새 경험처럼 느끼게 하거나 제가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어하는 경험들을 아침 식사하듯이 선명하고 간단하게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그러면서 어떤 때는 인간은 혼자가 아니야 란 생각을 하게 되죠. 작년 여름에 읽었던 스토너, 거기에 마흔인 스토너가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볼때 별로 기억하고 싶은 게 없고, 앞을 생각할 때 기대할 게 없었다란 표현이 나와요. 그때 저의 상황이랑 너무 같아서, 사실 내가 주절이 주절이 하는 모든 말들이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 될 수 있다는 것에 어쩐지 서글퍼서 울었던 게 기억나요. 


한번은 더 나아가서 정말 제가 했던 표현을 그대로 남의 책에서 읽은 적도 있어요.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언젠가 내가 들어마시는 숨은 이 사람이 내쉬는 숨이구나 란 생각을 한적이 있는데 그표현이 정말 거의 그대로 스밀라양의 눈에 대한 감각에 있더군요. 정말 그날 마신 술이 다 깰 정도로 놀랐어요. 


이번에 문제가 된 문단,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기쁨을 아는 몸'이란 표현. (아 신경숙씨는 표절이죠. )제가 이런 비슷한 표현을 읽은 적도 한적도 있는데 그건 2013년 제 생일때 폴란드 여성 조각가 Alina Szapocznikow전시회를 보러갔을 때입니다. 이 조각가는 유대인이고 2차 대전때 그래서 수용소에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지금 보면 정말 젊은 40대에 유방암으로 죽었습니다. 자신을 몸을 모델로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진짜 몸을 표본으로 떠서요). 이 전시회에 그 사람의 편지들도 있었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Despite everything i persist in trying to fix in resin the trace of our body. I am convinced that of all the manifestations of the ephemeral the human body is the most vulnerable, the only source of all joy, all suffering and all truth, because of its essential nudity, as inevitable as it is inadmissible on any conscious level.


저는 그녀의 러브 레터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머리를 본떠 만든 tumors personified 를 봤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그 모든것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경험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그녀의 육체를 진정 감사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오는 길에 같이 갔던  H 보고 제가 이런말을 했죠. 

어쩐지 질투가 나는 군, 나는 지금까지 내 육체를 기쁨의 원천으로 경험해 본적이 없어. 내 육체는 고통을 주거나, 아니면 무언가에 방해가 되는 혹은 진정한 내가 되는 그 무엇을 가로막는, 나를 끌어내리는 무엇이라고 경험했거든. 아리나는 암 말기에도 이런 표현을 했단말이야 왠지 질투가 나. 나도 내 육체를 그렇게 경험해 보고 싶어. 


생각나서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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