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오는 장소에 가본다는 것..

2015.07.24 19:46

헐렁 조회 수:1690

제가 출장을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출장을 갈 기회가 있으면 제가 가게 되는 곳 근처가 혹시 제가 본 어떤 영화속에 나온 것인지 확인해보곤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직접 그곳에 가보기도 했고.. 출장을 갔다와서는 해당 영화를 다시 보는게 뭔가 굉장히 아련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1. 도쿄에 처음 출장을 갔을때는 도쿄는 아니지만 대충 도쿄에서 가까운 가마쿠라에 갔습니다. 


영화 '태양의 노래'에서 주인공 유이가 가마쿠라 역 앞에서 밤에 혼자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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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가 남자주인공과 함께 데이트를 하던 요코하마 관람차 근처에도 가보고.. 아쉽게도 유이가 살던 해변가의 집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아니지만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가마쿠라 고등학교와 서태웅이 조깅을 하던 에노시마해변도 좋았습니다. 


특히나 슬램덩크이 배경이 된 가마쿠라 주변을 돌아다니던 기분은.. 일본 여성분들이 겨울연가를 보고 남이섬에 와서는 감동에 겨워서 눈물을 흘릴때의 기분을 이해할거 같은.. 


뭐랄까.. '성지 순례'의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요 해변..



2. 홍콩에 갔을때는 '희극지왕'에서 주성치가 살던 동네 마을 회관같은 곳에 갔었습니다. 




이곳은 장소도 장소 나름대로 멋지지만 버스를 타고 산넘고 물건너 가는 도로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저기 장백지가 서 있는 문 뒤로 어여쁜 바다가 펼쳐져 있답니다. 




*남자가 여성분에게 가장 진심을 담아서 고백할때 자연스럽게 잡는다는 바로 그 자세..

(제가 만약 혹시 누군가, 혹은 어떤 존재에게 어떤 고백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이 자세로 하게 되겠죠..)



3. 샹하이 호텔의 텔레비전에서 중국의 트렌디 드라마를 본적이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오픈카를 타고 다니고 샹하이의 빌딩숲을 오가며 여자주인공과 로맨스질을 하는 중국식의 트렌디 드라마였는데 뭔가 굉장히 우수꽝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본 샹하이는 그 드라마 속에 나오는 가상의 장난감 세트같은 곳이 아니라 그보다 더럽고 별로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회색빛의 도시였거든요.


물론 이건 샹하이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싱가포르 같은(특히 싱가포르에 고층빌딩이 몰려 있는 곳) 결벽증 분위기가 나는 도시를 다소 예외로 하면 모든 도시는 사실 가까이서 보면 그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그냥 평범하게 더럽고 시끄러운 그저 그런 곳이라고 생각되거든요..


제가 거의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별에서 온 그대'같은 드라마 속의 서울을 보는 다른 아시아사람들의 느낌같은걸 생각해 봤습니다. 


혹시나 그 드라마를 보고 서울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가진 사람이 막상 서울에 오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요?



4. 처음으로 미국에 출장을 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랑 몇군데 도시를 들렀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금문교를 보러 갔습니다. 


금문교가 나온 영화는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본 '혹성 탈출'을 생각하면서 보러 갔는데 저를 태운 택시기사는 팁받는거에만 관심이 있고 막상 금문교를 보러가니 근처에는 중국 관광객들만 바글바글 하더군요. 


제가 본격적으로 금문교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깬 순간은 몇일 뒤 저랑 같은 회사의 샌프란시스코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이 자기차에 저를 태워 주던길에 금문교를 지나면서 얘기를 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출근할때마다 금문교를 지나는데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금문교가 몇번 박살났는지 모르겠다면서 왜 이렇게 사람들은 내가 매일 지나는 다리를 부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가볍게 농담을 했는데 이때 뭔가 정신이 확 드는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분은.. 


아마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마포대교(실제로 이 다리가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몰라요)를 보고 뭔가 판타지를 가지고 있던 다른 아시아 사람이 저한테서 '나는 매번 출근할때 마포대교를 지나는데 이 다리에서 사람들이 맨날 뛰어내리려고 한다'라는 푸념을 듣는 그런 기분일까요?


암튼 출장이 끝나고 돌아가서 영화관에 가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를 보려고 했는데 볼 마음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 영화속에서도 금문교를 부수거나, 혹은 금문교위에서 한바탕 싸움질을 하는거 같은데 현실에서 더 무서운건 주인공을 쫓는 로봇이 아니라 금문교를 지나면서 25%의 팁을 요구하는 택시기사거든요.


5. 그리고 엘에이에 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사에서 호텔을 해변가에 잡았는데 호텔에 오자마자 제가 좋아하는 영화 탑 10에 드는 '크레이지 뷰티풀'에 나오는 해변가가 어디인지 찾아봤습니다. 


대충 찾다가 그냥 일단 가까운 바닷가로 걸어가자 하고서 걸어 갔는데 호텔 바로 앞에 있는 곳이 바로 이곳! 



Pier+2.jpg


*키얼스틴 던스트와 제이 헤르난데즈가 처음만난 비치입니다. 저기 뒷모습이 키얼스틴 던스트...


Pier+1.jpg

*이 다리 위에서 남자 주인공 제이 헤르난데즈가 키얼스틴 던스트를 처음 봅니다(저기 네명중에 고개 돌린놈..관심 있어도 이렇게 관심 없는 척..) 남자 주인공을 처음 보고 환하게 웃던 키얼스틴 던스트가 생각나네요.. 역시 남자는 외모뿐이야!!! 다 필요 없어!! ㅠㅜ


금문교를 지나면서 뭔가 판타지가 다 구겨졌는데 이 곳 산타 모니카 비치는 좋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 일 거에요..


저는 이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Shut up, I love you'라고 말하면서 고백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알거에요... 이 장면이 얼마나 개로맨틱한지..


물론 현실에서 저는 애인님에게 감히 '닥쳐' 혹은 '그만 말해'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수도 없는 순정 x 순정한 사람이지만 혹시 애인님이 '나한테 험한 말 해줘' 라는 요청을 하면 이 말을 해주려고 준비해 두고 있답니다.  


뻘글 그만 쓰고 자야겠네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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