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남동생이 있습니다. 이번 추석은 집에 내려가기 전부터 참 말이 많았네요.


일단, 성묘 문제입니다.

저희 집은 명절 땐 친조부모님 산소와 아버지의 형제분들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곤 했는데

(아버지는 장손이 아닙니다만, 재산 싸움과 여러가지 일들로 다른 친척들은 벌초에 무관심한 뭐 그런 콩가루st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마저도 제가 따로 나와 살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아버지와 남동생 둘이서만 명절 1주일 전에 가서 벌초 정도 하는 걸로..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가내 풍속?도가 정리된 상태였어요. 산소는 집에서 3시간 거리의 시골에 있고요.

그런데 며느리가 생기면서 아버지도 동생도 아닌 저희 어머니가 갑자기 가풍을 내세우며 기강아닌 기강을 잡기 시작합니다.

'우리집은 명절 때마다 명절 당일에 성묘를 하러 갔으며 며느리도 집안에 들어온?이상 가풍을 따라야 한다'

라고 하시는데 저랑 동생은 코웃음부터 나옵니다. 언제부터 명절 때마다 갔다고.. ?

결혼하고 첫 명절까지 성묘를 가는 건 이해가 가지만 저희 모친 말씀으로는 평생 가야 한다네요. 며느리라서.

동생에게 제보를 받고 제가 전화해서 따지고 들었습니다.

나 : 본 적도 없는 아버지 형제분들 묘소까지 매년 두 번씩 찾아가는 건 이상해. 그 분들 자식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 왜 며느리가 들어오니 안 하던 걸 하려고 해? 엄마 이상한 거야 그건.  

엄마 : 그럼 나는? 나도 평생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들 산소 따라다녔는데? 며느리는 그런거 하는 거야!

나 : 그건 엄마 시부모님이잖아. OO이네는 엄마랑 아빠만 챙기면 되지. @@(올케)이는 엄마랑 아빠의 며느리니까.

엄마 : 니가 뭔 상관이야 모른척 해.

나 : 그럼 OO(동생이름)이도 처가 쪽 뵌 적도 없는 어르신들 성묘 갈 때 따라가야 하냐. 그건 어떻게 생각해?

엄마 : 그건 지들끼리 얘기해서 알아서 할 일이고 지들이 그러겠다고 하면 상관 없어. 그러거나 말거나. 어쨌든 우리 집은 제사도 안 지내는데 편한 줄 알아야지 그러니까 성묘는 가야지!

....... 결론은 그거더군요. 제사 안 지내니까 편하지? 그럼 성묘라고 해. 며느리니까.



그 다음은 명절날 시댁-친정 방문 문제입니다.

결국 엄마의 성화를 못 이기고 추석날 새벽에 성묘를 따라 갔다 온 동생 부부..

먼길 다녀 온 동생 부부와 이른 저녁을 해치우고 대략 오후 5시가 됐을 무렵..

나 : 너네 친정 안 가? 집도 좁고 너네 다 귀찮으니까 얼른 얼른 가.

엄마 : 너네 친정 가봤자 아무도 안 계시지? 여기서 하루 자. 이불 다 빨아놨다.

나 : 아니 얘네 친정에 누가 계신지 안 계신지 왜 엄마가 정해요?

엄마 : 안 계시잖아. 다들 시골 가셨을 거 아냐.

나 : 사돈 어른 올케 보러 오시지 않아?

올케 : 네... 동생도 지금 집에 있고 좀 있으면 아버지도 오세요...

나 : 봐봐. 명절에 얘들 오길 눈 빠지게 기다리실텐데 거기 들러서 뵙고 지들 집에 가서 자면 되지

(신혼집은 시댁과 친정에서 똑같이 40분거리) 뭘 또 자고 가라 그래? 다 가라 그래 나도 벗고 누워 있게.

엄마 : 그럼 가서 뵙고 다시 와서 자면 되겠네.

동생 : 아 여기서 왜 자 우리 집 놔두고 이상한 소리 하네 거 참. 안 하던 짓 하지 맙시다?

그제야 조용해지는 모친... 띠로리..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 : 내일은 어떻게 할 거야? 누나 보러 와야지 다시?

동생 : 엄마...

나 : 야! 다 귀찮으니가 오지 마. 설날에 보자 빠잇.

(동생 부부 가고 나서)

엄마 : 쟤들은 결혼하고 나니 어떻게 하루를 안 자고 갈라 그래 

나 : 엄마. OO이 결혼 전에도 안 자고 갔거든? 

......... 네. 동생은 결혼 전에도 본가에서 자고 가는 적이 없었어요. 지네 집 가서 잤지.

근데 결혼 시키고 나서는 참 안 하던 짓을 하려고 하시네요. 정말... 저 속을 누가 알런지;;


대한민국 명절 스트웨스의 주범, 제사 문제입니다.

저희 엄마는 딸딸딸딸아들 구성의 5남매 중 둘째입니다.

삼촌의 와이프... 그러니까 저의 외숙모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죠.

추석날 저녁, 외숙모의 친정으로 삼촌 부부와 조카들이 가고 난 뒤 혼자 계신 외할머니를 찾아 뵌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로부터 "XX(외숙모)이네 친정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XX이도 거기 제사를 같이 지내야 해서 늦게 올 거고 어쩌고 저쩌고"

여기서 우리 모친 빡이 돕니다.

엄마 : 아니 지네 친정 제사를 왜 지가 가서 지내? 친정 제사를 지내는 딸이 어딨어? 결혼 했으면 시댁 제사를 지내는 거지!!

외할머니 : 거긴 또 그렇게 하더라고 딸 아들 다 모여서 같이 제사 지내고...

엄마 : 웃기네 증말? 그런 경우는 또 처음 듣네? 무슨 딸까지 껴서 제사를 지내?

나 : 엄마가 왜 화를 내? 딸이 제사 지내면 이상한 거야? 아침에 시댁 제사 지내고 오후에 가서 또 제사 지내고.. 고생은 숙모가 다 하는구만

뭘 화를 내고 그래.

엄마 : 시집 갔으면 명절날엔 시댁에서 제사 지내고, 친정에는 제사 다 끝내고 다음 날에 가면 되는 거지!

나 : 아까 올케 친정 가는 것도 그렇고... 엄마 차암.. 뼛속까지 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네.

엄마 : 뭐가! 여자가 시집 제사만 지내면 되지! 꼬박꼬박 친정 갈라 그러고!

나 : 엄마도 지금 친정 왔잖아

엄마 : ...

나 : 엄마 논리대로라면 나도 명절 당일에 맞춰서 내려올 필요가 없겠네. 나도 이제부터 명절 지나고 한가하게 올래. 명절날 맞춰서 오라고 재촉하지 마.

엄마 : ........ 그래라! 그러든가 말든가!!

나 : 녹음해도 돼?

 

...............


이런 식입니다. 제 머리로는 정말 이해가 안 가네요.

남자만 조상 있나요? 왜 본 적도 없는 시아버지 형제분들에게 성묘를 하기 위해 그 먼 길을 이고 지고 가서 개고생을 해야 하나요?

명절은 시댁이다! 라는 생각이 뼛속까지 박혀버린 우리 엄마.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하.

기가 막힌게, 우리 아부지는 '성묘야 나만 가면 되지. 심심한데 같이 가 주면 고맙고' 라는 마인드고,

'명절에 너네 시간 될 때 오면 되는 거지. 바쁘면 됐고. 그래도 보고싶으니까 와 응?'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스타일이라서

뭐랄까.. 마음이 가요. 아부지한테는.

그런데 어무니는.. 정말 말이랑 행동이 다르고 말이 앞뒤가 안 맞고... 더 놀라운 건 본인은 시월드를 겪어본 적이 없다는 거죠.

어무니의 계모임, 각종 사교 모임을 끊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아버지의 제보에 의하면 모임만 나가면 뭐가 그렇게 화가 나는지 씩씩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신답니다.   

누구네가 아들 장가 보내면서 며느리한테 뭘 받았네 며느리가 뭘 해 왔네 어쩌네...

그런 입방아들 찍어대는 모임에서 이상한 사상을 주입받는 것 같아요.   



아버지 : 니네 외숙모 시누이 넷 있는 집에 시집 와서 외할머니 모시고 돈 벌고 애들 잘 키우고.. 나라면 고맙다고 절을 하겠구만..

니네 엄마는 뭐가 저렇게 못 마땅해서 저러냐?

나 : 그러게요!!!!!!!!!!!!!!! 내 말이요!!!!!!!!! 엄마 진짜 그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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