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젊음의 거리와 늙음의 거리

2015.10.09 13:16

갓파쿠 조회 수:1665

얼마전 종묘와 동묘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직접 가본건 처음이었죠.


알고 있던 것처럼 노인들로 북적였죠.

요즘 젊음의 거리를 내세우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늙음의 거리인걸까.

동묘는 그래도 노인들의 홍대라는 말처럼 활기찼지만 종묘는 솔직히 그로테스크 하다는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노인들이 좋아서 이곳에 왔다기 보다는 젊음의 거리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죠.


젊은이들은 젊은이들끼리 늙은이들은 늙은이들끼리.

우리나라는 유난히 끼리끼리가 심하긴 한 것 같습니다.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 일이 전혀 없죠."


저도 이제 늙어가는 나이가 되다보니 늙음이란게 참 슬프게 다가옵니다.

육체가 늙어가는 것처럼 마음도 같이 늙어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들도 마음만은 한없이 사춘기 중고등학생들같지 않을까.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어제는 간만에 와이프랑 클럽에 다녀왔습니다.

30대까지만 해도 가끔 갔었는데 40대가 되니 클럽 가기가 좀 그렇긴 합니다.


몇 년전부터 늙다리들을 위한 올드락 클럽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 중에 좀 유명한 모 올드락 클럽을 두 세번 갔었는데 또래 아저씨, 아줌마들이 오는 곳이니 마음이 편하긴 합니다.


근데 어제는 좀 실망을 했습니다.

이게 왠 남탕인가... 아저씨들만 거의 80프로...


가게의 법칙이 있죠. 여자 손님들 많은 곳에는 남자 손님들이 모이지만 아저씨들 많은 곳에는 여자 손님들이 도망간다.

어제가 유난히 심했던 건지 아니면 분위기가 이렇게 넘어가 버린건지 좀 안타까웠습니다.


거기다 아저씨들이 추태까지...

직장인들로 보이는 두 그룹 아저씨들 사이에서 싸움까지 나서 경찰까지 왔습니다. 하하.


거기다 아줌마 세 명이 들어와서 자기들끼리 춤을 추는데 노골적으로 그 옆에 가서 끼어서 출려는 아저씨들.

아줌마 세 명이 바로 나가버리더군요. 결국 나중에 그곳에 남은 유일한 여자는 제 와이프 혼자.

가게는 정말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됐습니다. 아저씨들만 남아서 뻘쭘하게 춤을 추고있는 클럽이라니.


결국 우리도 그곳을 나와서 다른 클럽을 갔습니다.

그곳은 올드락클럽은 아니고 그냥 소규모 클럽인데 30대까지만 해도 그런 소규모 클럽들은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와이프랑 별 부담없이 갔었죠.


근데 저번에 와이프랑 같이 갔다가 담배 피러 잠깐 밖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데 기도(?)처럼 보이는 애가 잡더군요.


'어디 들어가세요?'

'예?'

'아 아까 여자분이랑 같이 들어가셨던 분이죠. 네 들어가세요.'


그때 이후로 좀 소심해져서 가기가 꺼려졌었습니다.

'니네가 초딩 코 찔찔 흘릴 때부터 이곳 클럽들을 다녔는데 나를 감히...'

뭐 이렇게 속으로 피해의식 생각해 봤자 별 의미는 없죠.

위에 올드락클럽 사례처럼 늙다리들이 많이 오면 분위기가 안좋아지기는 하니까요.


그래도 와이프가 계속 가자고 해서 갔죠. 혹시나 또 잡으면 어쩌나 하면서.

어제는 다행이도 그런 일은 없었네요.


유난히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빠져버린 올드락클럽에 있다 가서 그런지 더 분위기 좋게 느껴지더군요.

젊은이들의 활기란 역시...

좀 이상하게 결론이 나긴 하지만 역시 젊음이 좋기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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