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석이 존재하고 은근한 눈치싸움이 있는 한국에서 대중교통의 자리는 꽤나 헤프닝이 많은 공간 같아요.
요즘 버스들은 뭐가 그리 약자석을 많이 지정해놨는지 자리가 텅 비어있어도 의미심장한 마크들이 떡떡 붙어 있어서 앞쪽열들은 
죄다 앉아도 되나? 싶은 마음에 쭈빗대다 결국 제일 뒤로 가서 찌그러져 있게 되더라고요.제겐.
뭐 사실 전 자리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이런 대중교통의 좌석들에서 정말 큰 딜레마에 빠진적은 없어요.
그냥 내 자리가 아니다. 하는 생각을 안고 타니까요.

저를 난감하게 만든 경험들은 죄다 지정석에서 발생했죠.
뭔가 지정석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면 막 화가나고 억울하고 그래요.

ktx가 나오기 전 새마을열차가 최고 기차였을 시기에 정말 신경질나는 경험들을 많이 했어요.
이땐 입석이 마구 난발되던 시기라서 번잡한 일정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게 되면 엉망진창 돗대기시장의 난장판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막 사람들 좌석 손받침대에 다 걸터앉아 있고..기본적으로 기차를 타면 1시간 이상의 거리를 가야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힘들어보이는 노인분께서 낑낑대며 타셨는데..입석이다..입맛을 다시며 힘들게 지정석에 앉은 내 옆에 서계신다..하면 
전 오만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일반 지하철이나 버스라면 벌떡 일어날텐데 입석과 지정석의 가격차이...,한시간 이상의 거리...,입석도 본인의 선택일텐데 싶은 생각...
지정석을 벗어나면 나 역시 바글바글 입석객들과의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데..뭐 이런게 뒤죽박죽 되어서 양보의 아름다움을 섣불리 보여주기가 
어렵더라고요. 정말 큰 마음 먹고 자리를 양보한적도 있지만 대체로 그냥 바로 앉자마자 모든 것을 내려두고 자버렸던것 같아요.

진짜 짜증나는 이런 경우에요.
열차에 탔는데 내자리에 할머니/혹은 할아버지가 앉아 계실때. 그 옆에는 같은 일행들로 보이는 노인 모임일때.
그러니까 어떤분은 겨우 지정석을 끊으셨는데 간발의 차로 다른 일행은 입석이 되버린 그런건가봐요.
이럴때 저는 '그 자리 제 자리입니다.'하고 말씀드리는데...열이면 열 다들 자리를 비켜줘야한다는 사실을 불쾌하게 여기시더라고요..
저도 굉장히 난감한데..쭈빗거리며 힘들게 일어나시면 일행분이 뭐라고 꼭 한마디씩 하시죠. 그냥 젊은 사람이 양보해주지..뭐 이런식이요. 
정말 불편한 기분이 되어서 노인분을 밀치고 가시방석같은 제 자리를 꽤차면 저도 주변의 눈총과 미움때문에 몸들바를 모르겠는거에요.
더욱 끔찍한 상황도 발생해요. 
어디선가 이런 저의 불경한 모습, 불쌍한 노인이 쫒겨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시던 의로운 분께서(주로 중년 남성분이심) 갑자기 멀리서
'할머니! 여기 제 자리 앉으세요!' 하며 자신의 자리를 비껴드리고는 내 앞으로 딱 와서 우뚝 서계실때...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난 정말 하찮은 사람이 되버린 느낌이 들면서 큰 잘못을 한것같이 되버리는거죠.

그래서 ktx가 입석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자유석 객량을 저 멀리 따로 떼놓으면서 전 쾌재를 불렀어요.
비록 더 좁아져서 쾌적함은 훨씬구져진 ktx지만 엄격히 관리되는 시스템 하나만으로 전 ktx를 사랑하게 되었죠.
이제 그런 번뇌에 몸부림 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ktx의 지정석에 대한 인식이 저와 다른 분들이 계신지...가끔 타보면 제 자리에 딱 앉으셔서. 
일행이 있어서..., 짐이 있어서..., 빈자리 많으니 다른데로 가주세요.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오늘도 ktx를 타는데 제 자리에 다른 여성분이 앉아계셨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좀 무리하시는구나 싶게 보따리가 가득하시더라고요. 
옆에 다른 승객이 앉아 짐을 둘데 없는 본인 자리 대신, 비어있던 제 지정석과 그 주변으로 자리를 잡으신것 같았어요.
저는 정중히 '제자립니다'했는데, 여성분께서 자리도 많이 비는데 다른데 앉으시면 안되냐고 하시는거에요.ㅜ.ㅜ
이런 경우 두가지의 불편함이 초래되는데, 일단 역마다 타시는 분들이 있어서 잘못 앉아 있으면 계속 해서 남의자리를 매뚜기 뛰며 
가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디바이스를 들고 빈자리를 채크하는 승무원에게 계속 주기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잖아요.
짦게 '빈자리가 그냥 빈자리로 남으면 좋은데 다른 역에서 다른분들께서 탈수도 있으니 본인 자리를 고수하셔야 할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도 그 분의 상황이 좀 벅차긴 하시더라고요. 다시 그 많은 짐들을 가지고 다른 빈자리로 가셔서 털석 앉으시는데..자꾸 저를 
흘겨 보셨어요.ㅜ.ㅜ
아 거 자리도 이렇게 많고 난 이렇게 움직이기 힘든데 좀 양보해주면 안되냐는 식...이해는 되는데..음....

그 분의 매서운 눈을 느끼며...심지어 종착 목적지가 같아, 역을 내려오는 내내 그 시선을 느끼며...뭔가 딱 떨어지게 말은 할 수 없지만 왜이렇게 
애매하게 지정석이 날 괴롭히나..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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