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수상작의 경우 가장 최근작 중에서는 '크래쉬'가 바로 떠오릅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작품상을 못탄게 아쉽기도 하고 작품 자체도 '브로크백 마운틴'이 훨씬 여운에 남을만 했습니다. 다만 '크래쉬' 자체는 못만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동명 작품(제 취향과는 영 아니었지만)으로 인해 손해본 감도 있는 것 같고요. '크래쉬' 이후 작품상 수상작들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킹스 스피치'가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어도 대체로 수긍하는 편입니다. '디파티드'의 경우 '무간도'에 밀릴 것 전혀 없는 리메이크작이라고 생각하기에 작품상을 받을 만 했다고 봅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도 역시 까임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편입니다. 어렸을때 저 영화를 꽤 재밌게 보긴 했었는데 다시 보면 어떨 지 모르겠네요. 이쪽은 귀네스 팰트로가 여우주연상을 받은게 더 까이는 케이스입니다. 팰트로보다는 '엘리자베스'의 케이트 블란쳇이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은근히 최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에 이름이 올라가기도 하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경우는 '파고'와 '샤인'을 안봐서 타 작품과의 비교는 못하겠는데, 안소니 밍겔라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감흥을 못느꼈습니다.


'록키'의 경우 후속작 때문에 도매금으로 까이기도 해서 안타깝긴 한데 아카데미 작품상에 한해서는 '택시 드라이버'나 '네트워크'가 워낙 대단한 작품들인지라 까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가 본 작품상 수상작 중에서는 '톰 존스'가 가장 잊혀진 케이스라고 봅니다. 영화적 기법도 여럿 활용했고, 사슴 사냥 시퀀스, 톰과 소피의 데이트나 톰과 워터스 부인의 먹방 대결같은 인상적인 장면도 있지만 이제는 확실히 산만하고 낡아버린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60년대 유명작이랑 비교해도 그렇고요. 피카레스크 소설 원작 영화의 대표성도 12년 뒤에 나온 큐브릭의 '배리 린든'에 묻혔죠. 1963년작 중에서는 히치콕의 '새'가 후보에도 못오른게 어이가 없습니다.(그 유명한 '사이코'도 못올랐지만)


연기 부문 상의 경우는 '철의 여인'처럼 배우의 연기를 빼면 그저 그런 작품이 많으니 그런 경우가 더 많겠죠.


반대로 골든 라즈베리 작품상 수상작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던건 'Mommie Dearest'였습니다. 제가 봤던 수상작 중에서 '오 인천', '볼레로', '쇼걸', '스트립티즈', '트랜스포머 2', '라스트 에어벤더', '브레이킹 던 파트 2', '무비 43'은 작품 내적으로 개판이든 외적인 악명이 높았든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Mommie Dearest'는 졸작 소리를 들을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영어위키를 보니 개봉 당시의 악평을 지나 현재는 컬트 무비로 평가받기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을 소나타'처럼 모녀관계를 다룬 걸작은 결코 아니지만요.


조안 크로포드 역을 맡은 페이 더너웨이의 연기는 과장된 느낌이 있긴 해도 '네트워크'에서 보여준 내공이 어디 안간다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No wire hangers, ever!"는 명대사에요. 연기와 상관 없이 조안 크로포드가 딸 크리스티나를 학대하는 부분(머리를 가위로 자르거나, 옷걸이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거나)은 보는 내내 끔찍했지만요. 다만 이 영화로 인해 더너웨이의 커리어가 꺾여버린 것이 크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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