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치마 입은 여자들 지하철 계단 올라갈 때, 뒤에 안 보이게 가리고 올라가는 게 논란이 된 적 있었잖아요.

남자들을 잠재적 치한 취급한다. 유난이다. 이런 비난이 있었는데 듣는 여자분들은 황당했었지요.

아니, 우리는 단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한 것인데, 그걸 조심하는 게 왜 남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지? 누가 너가 본다고 가렸나?


그런데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보니 이 때 일이 떠올라요.

죄도 없는 보통 여성이 아무 이유도 없이 살해 당했어요. 그것도 굉장히 익숙하고 누구나 흔히 갈 수 있는 곳에서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질린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피해자에게 추모가 이어졌지요.

그런데 이 추모의 현장에 다시 불편감을 느끼는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거냐. 왜 성별 대결 구조로 몰아가느냐.


추모하던 여성들은 황당합니다. 우리가 공포에 떠는 건 너님이 아니라 '혹시나 당할 수 있는 불상사'였는데.

자칭 정상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들이 광분하고 있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불안감은 고조 됩니다. 저 사람들은 왜 우리가 불안해하고 경계하는 것에 이렇게 과민반응 하는 것인가? 드러내지 않는 무의식을 우리가 자극한 것인가? 지레 찔린 것인가?

'여자들이 우리를 무시한다(전조단계) -> 살인(결과)'으로 이어진 상황인데. 지금 광분하는 사람들은 이 전조 단계에 있는 사람은 아닌 건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감정을 더 이입하고, 추모하는 감정에 반발감을 갖는 이유가 의심스러워지는 거지요.



사실 처음에는 모든 남자가 다 살인자와 같이 여성혐오과 패배의식에 쌓여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 여성혐오자에 의한 개인적인 살인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추모 분위기를 비난하고, 죽은 피해자와 불안에 떠는 여자들 앞에서 '니들 뭐냐'고 깽판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점점 더 불안감이 고조됩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저런 살인자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 '그러니까 왜 남자를 무시해' 이런 말이 들릴수록 더 그런 생각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많은 여자분들이 불안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알고는 있어요.

정상적이고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남자분들이 더 많다는 것은.

하지만 지금 몇몇 남자분들의 태도는 여자들의 불신에 제대로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살인 사건이 나고, 애도를 표하는 현장입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타나 '왜 오바하느냐', '난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외치기 시작해요.

그럼 조문객들은 당연히 의심스럽지요. 누가 지금 너더러 살인자라고 했어? 왜 지레 찔리지? 혹시 한 패거리 아니야? 평소에 사람이 죽이고 싶었나?

지금 '우리는 잠재적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오히려 '당신은 잠재적 살인자가 같다'라는 의심을 부채질하는 발언입니다.

당신이 잠재적 살인자가 아니고 그 공범도 아니라면 같이 추모에 동참하시거나, 무관심하거나 하십시오.

지금 당신의 행동은 오히려 의심을 살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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