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는 것 같네요. 너무 자주써서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일베를 자주 보지도, 워마드에 가입하지도 않은 제가 이런 글을 써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주저리 사담을 늘어놓으려고 합니다. 틀린 부분은 지적 부탁드려요.


***


1) 

제가 며칠전 듀게분의 소개(?)로 워마드 대피소를 알게 되었을때,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가입조건 중 "육병기"부분이 아니라 "도덕을 버려라"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저들이 왜 저런말을 했을까 고민이 되더군요.

일베는 저런 가입조건을 걸지 않지요. 

누구든 자유롭게 가면을 벗고 자신의 본성을 마음껏 펼치며 노니까요.


그런데 워마드의 저 경고는 "너가 도덕을 버리지 않으면 싸울수 없을거야"라는 말 같았어요.


결론적으로 저 문구때문에 저는 가입하지 못했어요.

저는 제가 준법정신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도덕적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도덕적인' 모습을 버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제가 언제 스스로의 도덕을 던져버리고 본능에 충실해질 수 있을지 압니다.

생존권이 위협받을 때죠.


2)

제가 일베를 거북해 하는건 거친 말투 떄문이 아니라 약자 혐오의 정서때문입니다.

작은 동물들, 진보정당, 여성, 노인, 장애인, 호남...

이들이 굳이 두들겨패지 않아도 현실에서 힘들게 사는 존재들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쾌감을 느끼는 정서요.


워마드의 글들에서 제가 느낀건 그런 "혐오자체를 위한 혐오"의 정서는 아니었어요.

위악과 잔인함을 가장하고 있고, 실제로 해악이 될법한 행동을 하고있지만

사실은 몹시 제정신으로, 어떤 하나의 목표아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였죠.

(이런 조직은 어차피 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되면 와해될겁니다)

 

미러링이고 여부를 떠나서 저는 워마드가 하고있는 행동에 옳지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안에서 워마드를 끝까지 타자화 시켜버릴 수 없는 건 

저들이 인터넷 세상을 벗어나면 실제 세상에서는 약자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자가 약자를 때리는 것과 약자가 강자를 때리는건 매우 다른 문제지요.


(많은 분들이 저 전제에는 찬성하고 계실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사실 찬성하지 못하는 부분은 "여자들이 현실에서 약자다"라는 부분이겠죠.)


저는 지금 워마드에 백퍼센트 찬성할 수 없지만,

제가 여자로서 아주 억울한 일을 당했고 그 가해자가 남성이었을 때 

망설임없이 도덕을 버리고 저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아요. 

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사람인거죠.


워마드는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그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이고,

그 피해의식이 근거없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여성이라면 오히려 피해를 피해간다는게 불가능하죠. 인식하는사람과 인식하지 않는 여성이 있을 뿐. 


그리고 저는 "피해자들"에게는 일반인과 같은 엄격한 도덕성과 제정신을 요구하는걸 꺼리는 편입니다.

피해의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은 이렇게 투쟁해야해" "가해자의 인권을 존중해야해"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니까요. 이번 케이스 뿐만 아니라 언제나요.


3)

워마드가 약자라는 전제하에 계속 이야기 해보면,


약자가 투쟁하고 발언할 때 그 과정에서 어쩔수없이 불필요한 희생자가 나올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깨끗한 운동은 책속에서 밖에 존재하지 않겠죠.


하지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때, 예를들어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해서 제가 출근길에 지각을 한다고 해도

제가 큰 불만없이 받아들이는 건 그 불익 주려고 한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기때문입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어도 그 사람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하고,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용의가 있습니다. 

(저에게 실제적인 큰 손해를 끼치지 않는한...)


이전의 논쟁속에서 "난 여혐하지 않았는데 왜 싸잡아 욕하냐"라는 말은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난 당신 고용주도 아닌데 왜 나한테 불편을 끼치냐 화내는 모습같아 보였어요.

욕하고 싶다면 어쩔수 없지만, 당신이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에게 끼쳐진 피해는 의도된 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사자가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는 걸 이해해주면 고맙고요.



4)

저는 분명히 아직까지 여자들이 피해자이며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를 인간이 아닌, 자궁과 보지로 보고 그렇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루에도 수없이 느끼며 살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44
126000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 [4] 로이배티 2024.04.17 579
125999 마리끌레르 영화제 예매 결과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상수 2024.04.16 435
125998 프레임드 #767 [4] Lunagazer 2024.04.16 332
125997 넷플릭스 찜한 리스트 catgotmy 2024.04.16 503
125996 조지아 고티카 커피 [5] catgotmy 2024.04.16 537
125995 펌ㅡ 롯데 야구를 보는 일주어터의 일침 [8] daviddain 2024.04.16 489
125994 듄 파트 2, 듄 오프닝 10분 영상 상수 2024.04.16 439
125993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세 가지 안부 1시공개 영상 [3] 상수 2024.04.16 474
125992 [넷플릭스바낭] 성의 넘치는 추억 팔이 코믹 액션, '나이스 가이즈'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4.16 641
125991 에피소드 #85 [6] Lunagazer 2024.04.15 56
125990 프레임드 #766 [6] Lunagazer 2024.04.15 64
125989 비 오는 4월엔 '4월 이야기' [6] 하마사탕 2024.04.15 324
125988 삼체를 다 읽었는데 말이죠. [5] 애니하우 2024.04.15 601
125987 [왓챠바낭] 폭풍 소년 '아키라' 간단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4.15 479
125986 두 야구팀 인스타 댓글 수 보니 [10] daviddain 2024.04.14 196
125985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2023) catgotmy 2024.04.14 126
125984 프레임드 #765 [6] Lunagazer 2024.04.14 67
125983 넷플릭스에 오펜하이머 들어왔네요 상수 2024.04.14 196
125982 미국에서의 고지라 [3] 돌도끼 2024.04.14 258
125981 기생수 더 그레이 (스포) [3] skelington 2024.04.14 3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