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이야기...(뮤4)

2016.08.21 17:53

여은성 조회 수:910


 1.약간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Q과 Q의 부관(이전에 사장이라고 뻥을 쳤던)과 식사를 했어요. Q는 오늘 예약이 많다며 간만에 가게에서 풀타임으로 일한다고 했어요. 식사를 마쳤는데 아직 가게를 열 시간까지는 꽤 남아 있어서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고 헤어지자고 하니 Q는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서 가게에 가서 마시는 게 낫겠다고 했어요. 


 가게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Q가 총사령관처럼 작전을 짜기 시작했어요. 


 'XX이 온대지? 걔 오면 1번 룸 주고 후려치자. XX이는 몇시에 온대? 걔 오면 후려치고. XX이는 오긴 온대? 얜 왜 이렇게 간을 보지? 얘 돈 많다고 입만 털지 별 거 없어보여. 가진 게 그 차 그거 하날걸? 그래도 18년짜리는 까게 만들어 봐. 이렇게 세명만 치면 오늘 매상은 다 한 거다.'


 부관이 '돈 없다고 하면요?'하자 Q는 '그럼 싼 거 먹고 가라고 해. 대신에 과일안주랑 룸차지는 칼같이 받고.'라고 선선하게 대답했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아니, 엄청나게 착한 사장인 거예요. 부하들에게는요. 영업용 폰을 만들어서 매일 모르는 사람 300명에게 호객문자를 보내도록 시키는 사장도 있거든요. 그러면 영업실장은 300명 중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반응인 '너 누구냐'부터 온갖 욕설이나 성희롱이 담긴 답문자를 보내오는 녀석들에게 시달려야 하는 거죠. 그런 문자를 그냥 보낸다고 해서 그냥 와주는 사람은 정말 없어요. 서울엔 술마실 곳이 너무 많으니까요. 


 고객이 안 오고 있으면 직원들에게 누구든 좀 오게 만들어 보라고 마구 갈궈대는 사장도 있고요. 그런데 원하는 시간에 즉석에서 불러낼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직원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쯤 되면 이미 그건 일개 직원이 아닌 거죠. Q는 정말 착하고 자애로운 사장인 거예요.


 ...물론, 이건 직원들 입장에서 말한 거고 손님 입장에선 뭐 이딴 인간이 다 있나 싶은 거죠. 도저히 궁금한 걸 참을 수가 없어서 Q에게 '혹시 나 가지고도 이런 말 해?'하자 Q는 정색하(는 척 하)며 말했어요.


 '내가 왜? 은성이 넌 쳐봐야 나올 게 없잖아.'


 

 2.Q는 말을 마치고 농담이라고 깔깔거리며 은성씨는 VIP라서 이런 짓은 안한다고 띄워 줬어요. 은성씨에게 이런 짓을 하면 눈앞에서 이걸 보여 줬겠느냐고요. 들어 보니 맞는 말인진 모르겠지만 믿고 싶어지는 말이긴 했어요.


 쾌적한 룸에 앉아있자니 어쩐지 가기 싫어져서 계속 뭉개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됐어요. 마치 클론군단처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하나씩 손에 들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기괴했어요. 아니...기괴한 풍경이 아니라 그냥 일반 직장에서도 다들 이렇게 출근하나? 싶기도 했어요. Q는 제일 큰 룸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걸크러쉬를 좀 시전하기도 하고 머리모양을 지적하거나 뭐 그랬어요. 직원들이 나를 힐끔거렸어요. 사실 내가 있으면 안 될 자리였고 알아서 비켜 줘야 했지만 Q가 나가라고 하지 않아서 그냥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어요. Q는 한 직원을 찍더니 대뜸 물었어요.


 'XX(직원이름)이 너 XXX(손님이름)랑 잤지? 너 걔 좋아하냐?'


 

 3.직원은 좀 어버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건 좀 조건반사적으로 보였어요. '잤냐?'가 아니라 '잤지?'여서인지 거짓말을 꾸며내지 못한 거 같았어요. Q는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어요. 마지막 부분은...아무리 말을 옮기는 거라지만 듀게에 쓰면 안되는 말이라 가려요.


 '그렇지 그러니까 XXX가 요즘 안 오지. XX야 XXX 걘 너 안좋아해. 벌써 딴X XX러 갔어. 응?'


 Q는 XX에게 삿대질하며 말하다가 모두에게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새끼들은 한번 주면 오질 않아요. 응? 하고 싶으면 밖에서 남친이랑 해라.'


 기괴한 광경이었어요. 인형처럼 생긴 여자애가 자신보다 액면가가 높아 보이는 여자들을 모아놓고 저런 표정으로 저런 언설을 토해내고 있으니 소프트웨어 칩이 잘못 바꿔끼워진 인형을 보는 것 같았죠. 어쨌든 이건 뭔가 말도 안되는 철학이었고 Q는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해 모두에게 꼰대질을 시전하는 것뿐이었지만 어쨌든 저 말 자체는 팩트였어요. '이새끼들은 한번 주면 오지 않는다.'라는 Q의 철학은 뭔가...내가 배울만한 점은 아니지만 뭔가 정곡을 찌르는 말이긴 한 거 같았어요. Q가 날 봤는데 뭔가...밖에서 볼 때의 그 짖궂은 미소가 떠올랐어요. 설마 나를 가지고 크러쉬를 시전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그 예상이 맞았어요. Q가 말했어요.


 '자 여기서 은성이한테 준 사람 있으면 솔직이 손들어 봐.'


 다행히도, 또는 유감스럽게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어요. Q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 다행이다.'라고 하더니 시계를 보고 이제 다들 카운터와 라운지 쪽에 가서 앉아들 있으라고 했어요.


 

 4.휴.


 

 5.여기서 '아 다행이다.'라는 말의 뜻이 뭔지 물어보러 가면 Q의 수법에 말려드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가려 하는데 Q가 아까전 갈궜던 XX보고 남으라고 했어요. 뭔가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생길 거 같아 나도 발걸음을 멈췄어요. Q는 자신의 카톡창을 XX에게 보여주며 '얘가 걔지?'라고 물었어요. 아까 언급되었던 XXX였나 봐요. XX가 그 사람 맞다고 하자 Q가 섬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어요.


 '내가 오늘 얘 오게 만든다.'


 대체 어떻게 오게 만든다는 건지 궁금해져서 가까이 가서 Q의 스마트폰창을 봤어요. Q는 '오빠 요즘 나보러 왜 안오는데?'라고 쳤어요. 그리고...그리고 채팅창을 나갔어요. 그게 다였어요.


 휴.


 '잠깐, 이게 끝이야?'라고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허접한 멘트 하나로 사람을...성인 남자를 오게 만들 수 있다? 다른 곳에 가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와봐야 얌전히 술만 마실 수 있는 이곳에? 나는 XX에게 '이 사람 부자야?'라고 물어봤어요. 물어볼 수밖에 없었어요. Q가 XX대신 대답했어요. '자영업한다는데 허접일걸.'


 '자영업하는데'도 아니고 '자영업한다는데'라면 그 사람은 현금이 잘 들어오는 쏠쏠한 자영업을 하는 건 아닐 확률이 높아요. 허세와 왜곡이 판치는 이곳에서는요. 왜냐면 자신이 자영업을 한다고 스스로 말을 꺼낼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게 정말 괜찮은 자영업을 하는 남자라면 이미 Q에게 사업장을 보여줬을 테니까요. 


 그 정도라면 이 곳에 그냥 차마시듯이 오게 만들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Q에게 음성통화가 왔어요. 그 XXX란 자에게서 온 건데 카톡 보이스챗 뭐 그런 거인 거 같았어요. Q는 그걸 받지 않고 다시 카톡을 보냈어요. 지금은 통화가 좀 곤란하다고요. 그리고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봐서 보고싶다고 카톡을 보냈어요. 잠시후 Q의 스마트폰에서 '까똑'소리가 들렸고 Q는 약식으로 확인하더니 XX에게 말했어요. 


 '온댄다.'


 룸에 예약을 풀로 받아놓고 네가 호객한 고객을 또 땡겼으니 메뚜기 뛰느라 바쁠 거 같다고 했어요. 그러자 Q가 대답했어요.


 '난 얘 테이블에 안 갈 건데?'


 예전 의사아저씨를 상대할 때 잠깐 봤었던 악마를 오랜만에 다시 본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이상했어요. 그래도 자영업을 한다는 XXX가 어떻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모르지? 전화번호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목소리 한 번 들으려면 보이스챗으로 통화해야 하는 여자의 부름에 응해봐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게 뻔한 거잖아요.

 


 6.한번 정도 더 쓰고 이제 Q는 잡담을 쓸 때 간혹 등장하는 정도가 될 거 같아요.



 7.유감스럽게도 다음 번 글에선 시점이 최근이 되어서 듀게에 어울리지 않는 욕이 좀 많을 것 같다는 걸 미리 써둬요. 다음 번 글에 등장하는 Q는 내 앞에서 욕의 봉인을 완전히 풀어버린 Q거든요.


 답글이 달리지 않으면 페이스를 늦추는 편이지만...그래도 빨리빨리 올리자는 분이 계셔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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