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도 있습니다만.. 굳이 사진까지 필요하겠나 싶기도. 


제목 자체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셨다면 케이크 좀 빨아(?) 보신 분이라고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몽슈슈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지마롤도 오리지널과 베리에이션이 있습니다만 도지마롤이 2종이라는 건 말이 안되죠. 그러면 오사카와 한국의 도지마롤?? 이라고 추리하신 분이 계시다면 역시 명탐정의 기본이 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상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요즘 괴식 후기가 올라오는 게시판 분위기를 틈타.. 괴식 후기 비슷한 걸 올려 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도지마롤은 오사카 소재의 몽슈슈라는 제과점이 자랑하는 대표 상품입니다.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데 그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에서 깔끔한 우유맛을 남기고 사라지는 크림이 가득한 롤케이크가 바로 도지마롤이죠. 도지마는 가게가 위치한 지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롤케이크 치고는 꽤나 비싼 몸값이라 먹자고 하면 출혈을 감수해야 하지만.. 줄까지 서가며 재고 걱정을 해야했던 초기와는 달리 요즘은 한산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상표권등록까지 되어 있는 이 도지마롤을 파는 또 한군데를 발견했는데요. 일부러 그런건지.. 몰라서 그런건지.. 잠실 롯데 지하에 위치한 유명 빵집이더라구요. 순수 토종일게 분명한, 나름 명망있는 빵집에서 도지마롤이라는 이름까지 카피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니라 모르겠습니다만.. 흥미진진한 네이밍이라 한번 사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몽슈슈의 도지마롤은 대략 이렇죠. 입에 베어물면 촉촉한듯 하면서 부드러운 케이크가 먼저 느껴지고 굉장히 두껍게 들어찬 하얀 크림이 그다음에 입안을 감쌉니다. 혀로 두가지를 정리해서 섞으며 씹으면 산뜻하다기 보다는 묵직하면서도 기분좋은 우유 냄새가 비강에 감돌면서 녹아드는듯한 식감의 내용물이 위장으로 이동합니다. 잘만든 디저트입니다. 하지만 커피도 없이 두개를 먹을수는 없죠. 그런 느낌.. 어찌보면 커피보다는 진한 홍차가 어울릴 것 같기도 하구요. 


이번에는 다른쪽 도지마롤을 먹어 봅니다. 안에 딸기가 들었네요. 가격은 원본의 60%정도. 혹시.. 도지마롤이 비싸서 못먹는 사람들을 위한 사장님의 친절한 배려일까요? 아무튼.. 외양에서부터 좀 다른 느낌이 드네요. 케이크의 입자가 상대적으로 거칠고 슈가파우더도 뿌려져 있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딸기가 박혀있네요. 호.. 아무튼 먹어봅시다. 베어무는 순간.. 스펀지케이크의 맛이 느껴집니다. 입자가 좀 거칠어요. 사실 슈가시럽을 여기에 뿌리면 적당한 촉촉함과 점도가 될것 같습니다. 생크림케이크의 베이스로 쓰이죠. 그런데 이건 슈가 시럽이 아닌 크림을 감싼 롤케이크 잖아요. 그래서 입에 닿는 느낌이 거칠어집니다. 크림의 양은 도지마롤과 비슷합니다. 케이크를 씹고 크림을 음미합니다. 우유의 희미한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반대로 다른 유지의 느낌도 섞여서 고상하지 않습니다. 입안에 거칠고 뻣뻣한 기름의 불쾌한 맛이 남아요. 역시.. 생크림 백프로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다보니.. 작게 자른 롤 한개를 다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교대상이 없다면 모르겠는데 상대는 도지마롤이죠. 마치.. 빅뱅의 지디와 나이트 클럽에서 활약하는 박빙의 지디 짝퉁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초라하고 안타깝습니다. 


빵에는 위아래가 없죠. 케이크에도 위아래가 없습니다. 그냥 다른 케이크라면.. 다른 이름을 붙여서 팔면 그만입니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그걸 문제삼을 고객도 없고 나름대로의 판로는 늘 있기 마련이죠. 안타까운 건 그 지점입니다. 몰라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지만.. 왜 굳이 도지마롤을 거명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깎는가 하는 지점. 그래서.. 허무해져 버렸습니다. 


이상하고 허무한 도지마롤 시식기를 마칩니다. 


오늘은 여름이 저문다는 처서. 온난화 덕분에 가을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진 않지만 간밤과 오늘 아침은 그래도 조금 선선했어요. 절기란 것은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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