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자리)

2016.09.21 13:48

여은성 조회 수:711


 1.추석날에 Q와 만났어요. 뭐랄까...당연히 Q는 시골에 내려가는 관습적인 일따윈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 예측이 맞았어요. 


 하지만 만나서 얘기하다가...시골에 내려가는 대신 집에 돈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조금 실망이었어요. 부모가 있었다니...Q는 알에서 태어났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거든요. 정상적으로 부모도 있고 부모에게 추석 쇨 돈도 보내는 상식적인 일을 하다니...왜 이렇게 보통인 거지? 싶어서 놀랄 정도였어요.


 

 2.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 약 15년가량 어딘가에 가서 앉을 때 벽을 등진 자리에만 앉았어요. 아마도 개인적으로 편해서 그런 거지만 어쨌든 그 자리는 상석으로 인식되는 관습이 있긴 하죠. 하지만 어쩐지 아무에게도 양보하기 싫어서 반드시 벽을 등진 자리에 내가 늘 앉아요.(딱 한명 상대로는 빼고요)


 휴....................



 3.식사를 하러 가서 역시 벽 쪽 자리에 앉았어요. Q가 말했어요. 네가 그런 걸 신경쓰지 않는 건 잘 아는데 자리 좀 바꾸자고요. 


 사실 나는 자리를 바꿔주려고 했어요. Q는 특별한 상대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그러려다가 그냥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싫다고 하니 왜 싫냐고 Q가 물었어요. '나는 돈 내잖아.'라고 하니 Q가 그럼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했어요. 말을 잘 못알아들은 거 같아서 나는 네 가게의 손님이라는 뜻으로 말한 거였다고 설명해줬어요. 



 4.휴.



 5.친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친한 사람들이 가끔 청첩장을 주곤 해요. 그러면 나는 당연히 안가겠다고 해요. 그러면 왜 안오냐고 물어보는데 이런 하찮은 일로 거짓말까지 하긴 싫어요. 큰 돈이 생기거나 큰 위험을 피하거나 할 일도 아닌데 거짓말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축의금이 아까워서 안간다고 솔직이 말하죠. 나는 축의금을 줘봐야 회수할 일이 없을거니까요.


 그러면 그들은 웃으며 축의금은 안 내도 좋으니 와서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해요. 하지만 몇 번 정도 그런 후에는 이제 알게 됐어요. 그들이 웃으며 말하는 그순간 이미 그럭저럭 친한 그사람들과의 관계는 끝났다는 거요. 하지만 뭐...그럭저럭 친한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요. 먼저 물어봐 놓고 사실대로 대답해주는 걸 고깝게 여긴다면 알고 지낼 필요가 없어요.


 

 6.그 말을 한 뒤에, 몇 분 정도 험악한 분위기로 말싸움하긴 했지만 어쨌든 식사는 다 했고 Q는 나를 근처까지 바래다 주긴 했어요. 예전에 Q의 역린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고 썼었죠. 하지만 뭔가...나의 느낌일지도 모르겠지만 식당에서의 대화를 되짚어 보니 건드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제 이 관계는 사실상 끝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장난 건 아니고 더 나아질 여지가요. 그러면 사실상 끝난 거죠.


 물론 나의 말이 맞아요. Q가 나를 만나준 건 영업의 연장이예요. 하지만 반 정거장 정도 걸어오면서 생각해 보니 나를 위해 가진 차 중에서 제일 좋은 차도 끌고 나와 주고 옷과 액세서리도 멋지게 매칭해 오고 한 정도면...그냥 Q에게 안쪽 자리를 양보해줘도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어요. 이 자리는 네가 손님에게 영업하는 자리니까 못 바꿔주겠다고 사실대로 말하는 대신에요.



 7.원래 이건 쓸 일도 아니어서 안쓰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며칠 전에 쓴 메르헨 이야기를 보고 말했거든요. Q가 메르헨에 나오는 꽃집 사장같은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했다고요. 하지만 Q는 교감의 상대가 아니라 대결의 상대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몇 개월 전에 처음 Q에 대해 언급할 때 Q를 라이벌시한다고 쓴 것처럼요. 


 Q를 메인으로 한 글을 행운의 번호인 7회까지 쓰겠다고 했었는데...2개 남겨둔 지금은 쓰게 될 지 어떨진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친구를 주제로 한 얘기는 번호도 안 붙이고 마구 하지만 Q를 주제로 한 얘기는 번호를 매기면서 분량을 조절하는 걸 보니 역시 라이벌인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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