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16.10.15 17:15

조성용 조회 수: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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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의 신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할리우드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할리우드로 막 건너온 젊은 주인공 바비는 그 동네 거물인 외삼촌 필을 통해 경력을 쌓으려고 하는데, 그런 와중에 필 밑에서 일하는 비서 보니와 안면이 트이게 됩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둘 사이에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지만, 보니에게는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고 그러다보니 그들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상황은 흘러가게 되지요. 앨런의 밍밍했던 전작 [이레셔널 맨]과 반대로 상당한 활기를 띠는 본 영화는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굴려가면서 자잘한 웃음들을 제공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덧 달곰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야 우디 앨런 영화 주인공 역에 딱 맞는 가운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소탈하게 매력을 풍기는 모습이야 보기 좋지요. (***)


 P.S.

  본 영화에서 앨런은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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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이스라엘 영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문제로 사회/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정했던 1940년 후반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영화는 어린 주인공 아모스의 관점을 통해서 우울한 회색 성장/가족 드라마를 펼치려고 하는데, 그 결과물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인 아모스의 어머니가 본인의 갑갑한 일상 속에서 절망하고 질식되어가는 모습은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도 모호함과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그 비극을 담담하게 지켜볼 따름이고 에필로그는 싱거운 사족 그 이상이 아닙니다. 나탈리 포트먼은 주연뿐만 아니라 감독/각색도 맡았는데, 본 영화 제작을 위해 본인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걸 고려하면 결과물은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안젤리나 졸리의 [언브로큰]처럼 기술적 면에선 나무랄 데 없이 성실하게 일을 잘 했는데 이야기와 캐릭터가 2% 부족한 감이 계속 들고, 그러니 별로 추천할 생각이 안 듭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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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 워터]

  [언더 워터]는 자연 속 생존 드라마에 [죠스]로 양념 친 것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낸시는 사적 이유로 멕시코의 인적 드문 어느 해안가에 와서 서핑을 즐기는 도중 백상어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나마 간신히 근처에 있는 암초로 몸을 피했지만 그녀는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 있는 해변엔 아무도 없을뿐더러, 그녀를 공격한 상어는 여전히 그녀 주변을 맴돌고 있지요. 주연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함께 이 단순한 설정을 80분 동안 밀고 가는 동안 영화는 능숙하게 서스펜스 레벨을 조절하면서 아찔하거나 겁나는 순간들을 자아내고, 가면 갈수록 우린 주인공의 절박한 생존투쟁에 몰입하게 됩니다. 감독 하우메 콜렛-세라의 전작 [런 올 나잇]가 그랬듯이, 본 영화도 신선하지 않을지언정 익숙한 요소들을 성실하게 굴린 알찬 장르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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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인 [다음 침공은 어디?]는 아마 무어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코미디일 것입니다. 농담조의 도입부에서 얘기되어지다시피, 무어는 미군을 대신해 말 그대로 성조기를 들고 8개 유럽 국가들과 튀니지를 차례차례 ‘침공’하는데, 이들 각각으로부터 보여 지는 사회적 모범 사례들은 가끔은 너무 좀 이상적으로 보일지언정 미국 사회 속 문제들과 확연히 대비되면서 웃음을 자아내고, 무어의 전작들처럼 본 다큐멘터리도 많은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여러 생각해 볼 점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올해 미국 대선이 얼마나 요지경으로 돌아갔는지를 고려하면, 본 작품을 내년에 과연 편히 재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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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독재자]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사건을 외부 시선을 통해 조명했다는 점에서 본 다큐멘터리는 흥미롭긴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그리 새로울 게 없습니다. 저와 같이 본 다큐멘터리를 관람한 아버지께서는 저보다 잘 보셨지만, 이미 알고 있던 것들만 있지 몰랐던 게 별로 없다고 하시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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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나잇 마미] 

  한 한적한 시골 지역에 자리 잡은 어느 집에 살고 있는 어린 쌍둥이 형제 엘리아스와 루카스는 막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성형수술을 받은 후 얼굴이 붕대로 둘러싸인 어머니의 모습이 낯선 건 어쩔 수 없더라도 그녀가 예전같이 않다는 느낌이 드니 이들의 의심은 날로 커져만 갑니다. 전반부 동안 고요한 화면 주위로 불안한 기운이 서서히 감돌기 시작한다면, 이들이 마침내 행동을 취하게 되는 후반부는 미카엘 하네케 영화 못지않은 수준으로 서늘하고 섬뜩하기 그지없는데, 상당히 불편한 영화이지만 잘 만들었다는 건 인정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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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을 어머니와 어머니 친구 분과 함께 봤는데, 어머니 친구 분께서는 제목이 [떠나가는 것들]이 더 적당할 것 같다고 평하셨습니다. 하긴, 영화는 고등학교 철학 교사인 주인공 나탈리의 일상에서 여러 가지 것들이 차례차례 떠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를 담담히 지켜다 보지요. 본 영화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감독 미아 한센-로브와 주연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선사하는 자잘한 재미와 감동을 즐기다 보면, 중년 인생에 어쩔 수 없이 찾아든 변화를 받아들여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것들을 내다보기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어느 새 가슴 뭉클해집니다. 인생이 계속되는 한, 떠나가는 것들도 있으면 다가오는 것들도 있는 법이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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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와 드래곤] 

 1977년 원작 디즈니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본 리메이크 작은 단순한 이야기를 느긋하고 여유롭게 풀어나가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과 분위기를 자아낼뿐더러, 이를 통해 상당한 감정적 순간들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참고로 전 롯데 시네마 전주 평화점에서 영화를 관람했는데, 마스킹 부재와 화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비상등 등의 문제들이 많은 그 극장 상영관에서 어둑한 장면들이 꽤 있는 본 영화를 보는 건 정말 끔찍했습니다. 올해 나온 또 다른 디즈니 리메이크 영화 [정글북]만큼이나 상당한 성과를 보인 본 영화가 나중에 국내에서 블루레이 발매되면 구매 좀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  


  P.S.  주인공이 피트라고 불리는데 정작 자막은 계속 피터로 번역하니 많이 거슬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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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과 톰 행크스가 그리 할 얘기가 많이 없을 것 같을 실화 소재를 갖고 양질의 간결한 캐릭터 드라마를 펼쳐내는 것도 맘에 들었지만, 전주 효자 CGV의 IMAX 상영관에서 관람하는 동안 주변 관객들 몇 명이 구조 장면에 대해 보인 감정적 반응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우리 모두 잘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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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 

  김기덕의 전작들에 비해 강도가 약한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보기 덜 불편했지만, [피에타]와 [뫼비우스]를 흥미로운 광경으로 만들었던 막장 순간들이 없으니 난리와 아우성치는 꼴만 심심하게 보게 됩니다. 화난 건 이해가 가는데, 같은 소재를 가지고 의도치 않는 자잘한 웃음들을 선사했던 [풍산개]가 더 흥미로웠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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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

  인간극장 에피소드 한 편 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본 다큐멘터리는 제주 우도에 사는 해녀 분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꾸밈없이 보여주면서 작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전반적으로 평범해도 생각보다 밋밋하지 않은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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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

  본 영화 안팎의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 윤여정의 연기는 영화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갑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걸핏 덜컹거리고 흐트러지곤 하는 본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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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필트레이터 : 잠입자들]

  [인필트레이터: 잠입자들]은 전직 미국 연방 요원 로버트 마주르의 2009년 동명 회고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1980년대 플로리다에서 위장요원으로 활동 중이었던 마주르는 남미 마약 조직에 잠입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예전처럼 마약 거래를 추적하기보다는 그로부터 나오는 돈을 따라가서 마약 조직의 덜미를 잡는 것인데, 그리하여 그는 돈세탁할 부패 사업가로 위장해서 마약 조직 일원들에게 접근하지요. [마이애미 바이스] 등으로 대표되는 다른 여러 비슷한 영화들에 비해 본 영화는 상대적으로 개성이 부족한 기성품인 가운데, 이것저것을 산만하게 다루다 보니 긴장감이나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적어도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성실하고 노련한 주연 연기를 중심으로 다이앤 크루거, 존 레귀자모, 그리고 벤자민 브랫 등의 다양한 조연 배우들은 각자 할 일을 다 합니다. 여전히 감독 브래드 퍼먼의 전작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 비하면 결과물은 덜 맛깔스러운 기성품이지만 말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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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인 더 다크]

   디트로이트에 사는 젊은 빈집털이 3인조가 거의 버려진 한 동네에 홀로 사는 장님 노인에게 현금 30만 달러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사전 주변 정찰 후 그들은 밤에 노인의 집에 침입하게 되는데, 처음엔 일이 비교적 수월하게 돌아갈 것 같았지만, 집주인은 그저 평범한 노인네가 아니었고 그리하여 이들의 상황은 완전 뒤집어지게 됩니다. 간단한 설정을 세워놓은 다음에 뒤집는 방식으로 영화의 전반부가 우리 관심을 붙잡는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이 급전된 상황을 효율적으로 굴려가면서 긴장과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패닉 룸]과 [어두워질 때까지] 사이에서 호러 영화 요소들을 성실하게 잘 버무려넣은 덕분에 재미있게 무섭습니다. (***)  


  P.S. 원제는 [Don’t Breathe]인데, 국내 개봉 제목이 원래 제목이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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