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질병)

2016.10.17 16:42

여은성 조회 수:908


 1.정신 건강에 가장 좋은 정도의 자유의 양은 '자유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여길 만한 정도의 자유예요. 인간들은 실제로 자유시간이 많아지면 자유시간이 끝나는 걸 기다리는 데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쓸걸요.


 

 2.사실 이건 자유시간의 총량이 문제가 아니라 의욕과 잠재력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정말 하고 싶은 게 없거든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하고 싶은 것도 없고 시도해봤자 잘할 수 있게 될 수 있는 것도 이젠 별로 없어요.


 

 3.예전에는 돈이 없어도 기분이 좋곤 했어요. 왜냐면 나에게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을 강하게 가질 수 있었거든요. 빌어먹을 싸구려 식사를 하고 있어도 나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설렘과 고양감이 마구 들어서 황홀감을 느끼곤 했어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잠재력이 있긴 있었는데 끌어내지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있다고 멋대로 여겼었던 건지요. 어쨌든 그 페이즈는 이미 지나간 페이즈예요. 이제 남은 재미라곤 사람을 구경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야 언젠가 말했듯이 사람은 다 똑같아요. '그럼 대체 왜 만나는 거지?'라고 궁금해할 수도 있겠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내가 다른 사람의 어떤 일면을 끌어내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예요. 지금 버전의 내가 말이죠. 그래야 언젠가 말한 좌표라는 걸 잡을 수 있거든요.


 

 4.휴.



 5.요즘은 PT를 하곤 해요. 운동을 하려는 건 아니예요. 바에 가는 것과 같은 이유로 하는 거죠. 문제는 바는 낮에 열지 않잖아요. 무료한 낮 시간에, 정확히 원하는 시간대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려면 PT가 좋아요. 바보다 훨씬 싸기도 하고 내게 친절하며 트레이너들은 평소에 접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기도 하죠. 팁도 줄 필요 없고요. 그들에게 그들의 대학 생활이나 인생의 단계별로 뭘 이루고 싶은지 물어보곤 하는데 거의 정해진 것처럼 루트가 비슷들 해요. 하긴 이건 변호사도 그렇고 회계사도 그렇고 대부분 비슷하긴 하더군요. 어떤 업계든 업계의 표준적인 성공의 루트가 있는 것 같아요.


 

 6.사실 이건 피트니스에 다니는 다른 아저씨들...할아버지들도 그렇긴 해요. 이 사람들은 나보다 더 심해요. 나는 그래도 운동을 하는 척은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아예 매트에 앉아서 여자 트레이너를 데리고 노가리를 까다가 맛사지를 좀 받고 PT를 끝내죠. 그걸 보고 있으면 인간의 외로움이라는 건 계속 처방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평생 겪어야 하는 질병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되면 눈치볼 것도 없이 그냥 트레이너를 데리고 노가리만 까는 걸로 PT를 때우게 될까...하고 상상해 보곤 해요.



 7.주위의 어떤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질병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극약 처방을 내리곤 해요. 결혼이라고 하는, 최후의 치료법이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 처방이 제대로 먹히는 걸 본 적은 없어요. 그야 어딘가의 누군가에겐 그게 좋은 처방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자기애라는 갑옷을 온몸에 두르고 살던 내 주위의 사람들은 결혼하고 몇 개월 후 만나면 결혼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해요. 너도 어서 결혼하라는 말도 곁들이고요.


 


 


 ...독한 술을 몇 잔 마시기 전까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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