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06:37
1.휴...심심하고 지겹네요. 이 인생이 어서 끝났으면 좋겠어요.
2.이 인생을 끝내는 방법에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죠. 쉬운 방법...즉 자살이라는 카드를 써서 이 인생을 끝내버리기엔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가 버렸어요. 어려운 방법...즉 노력이라는 카드를 쓰면서 이 인생보다는 나은 인생이 왔으면 하고 바랄 뿐이죠.
하지만 요즘은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이 인생을 그럭저럭 수성해내는 건 어떻게든 되지만 나아지게 만드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늘 말하듯이 노력을 하는 것 따위는 자랑할 거리도 안 되는 기본적인 거예요. 노력 따위를 자랑하는 녀석들은 참 이상해요. 노력을 얼마나 많이 했건 얼마나 열심히 했건 간에 다 자기자신을 위해 한 거잖아요?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건 자위행위를 한 횟수를 자랑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전에 썼듯이 노력의 부작용을 두려워하기도 하고요. 노력은 (쓸데없는)자의식을 키워주며 객관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거든요. 나는 반드시 보상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이상한 마음을 먹도록 만들어서 객관적으로 상황파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요. 노력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이 하면 마음에 잡초가 자라버리는 거죠. 어렸을 때 경험해 본 바로는 그래요.
3.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목적을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는 운과 인내심이예요.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내가 잘 될 운명으로 결정되었는지 아닌지가 궁금해서라도 이제는 도저히 자살은 못 하겠어요.
4.휴.
5.언젠가 Q의 글에서 썼듯이 내가 믿는 건 두가지예요. Q에게 말했던, 인간은 하찮고 노력도 하찮다는 말 말이죠.
이 말은 인간이나 인간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말이 아니예요. 아무리 잘난 인간도 인간일 뿐이고 아무리 대단한 노력도 노력일 뿐이라는 걸 늘 잊지 않으려는 거예요. 중요한 건 운이라는 걸 말이죠.
6.어떤 것도 확신하고 싶진 않지만 세상에서 운명을 결정짓는 요소는 하나인 것 같거든요. 스타트 라인이요. 세상은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들이 어디에서 스타트를 끊었는지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결승점을 통과한 사람들 본인조차 그렇고요. 왜냐면 중요한 건 결승점에 들어갔는지, 몇 번째로 들어갔는지이니까요.
하지만 약간만 떨어진 곳에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어도 쉽게 알 수 있어요. 결승점에 빨리 들어간 녀석들은 빨라서 빨리 들어간 게 아니라 애초에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결승점 근처에 있어서 빨리 들어간 것 뿐이라는 걸 말이죠.
7.그래서 내가 누군가보다 앞서 있거나 먼저 결승점에 들어와 쉬고 있는 분야가 있어도 큰소리를 치는 건 피하고 싶어요. 왜냐면 운이 좋아서, 우연히 골에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할 수 있었으니까 빨리 들어온 것 뿐이니까요. 사실 이건 나쁜 일들도 그래요. 얼마나 나쁜 일을 적게, 강해지는 데 필요한 만큼만 겪느냐 또한 운이거든요.
세상의 철퇴가 우리를 두들겨댈때 어떤 녀석은 다행히도 단단해질 만큼만 두들겨맞고 어떤 녀석은 불행히도 완전히 산산조각날 정도로 두들겨 맞잖아요. 그건 완전 운이란 말이죠. 한데 살아남은 어떤 녀석들은 그게 운이라고 여기지 않나봐요. 자신의 내구력이 강해서 부서지지 않은거라고 믿죠. 그리고 그걸 자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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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 노력을 해보긴 해본건가? 게으름뱅이가 아니었나? 의심스러운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예를 하나 들어 볼께요.
1등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까지는 당신을 돌아버리게 만들지는 않아요.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1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건 당신을 돌아버리게 만들죠. 1등 감옥에 갇혀버리는 거예요.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1등을 또 해버리면 1등 감옥에서 나갈 수가 없다는 거죠. 문제는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가 어느날 1등 감옥에서 나오게 되면 감옥 밖의 세상에 적응하는 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려요. 쇼생크 탈출의 그 죄수들처럼 결국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들은 1등 감옥에 너무 오래 있었던 거죠. 슬픈 일이예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