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6 18:56
마지막으로 찾아본 샤말란의 영화가 '빌리지'였나 '싸인'이었나 가물가물하니 확실히 십년은 더 된건 확실한듯합니다. 그동안 그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몇번이나 흙탕물에서 뒹구는 것도 봐왔고 라스트 에어벤더나 윌 스미스부자의 그 영화들의 악명도 익히 들어 왔었지요. 샤말란의 재기작이라는 입소문을 딱히 신뢰하진 않았지만 '그레이트 월'과 이 영화 둘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친구들의 압박이 선택의 주된 이유이긴 합니다.
다 본후의 느낌은 좀 애매합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망가졌으면 겨우 이 정도로 성공적인 재기라는 얘기를 듣는거지? 싶습니다.
최대한 좋게 말하자면 초중반부는 스릴러로서 제법 흥미로웠고 역시 샤말란은 좋은 드라마를 쓸줄 안다 정도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케이시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초반의 납치씬은 불필요한 설명없이 순식간에 관객들을 스릴러의 세계로 납치하는듯 합니다. 감금된 공간에서 보여주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다중인격 연기는 훌륭하고 소녀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또 실패하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칩니다. 그중 중간중간 케이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슬프고 긴장감 넘치는 부분입니다. 가장 샤말란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거기까지가 이 영화의 최선이라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한국 개봉명은' 23 아이덴티티'가 될거라는데(스플릿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작년에 개봉해서인듯) 사실 이건 광고카피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한물간...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다중인격을 다룬 이야기를 봐왔습니다.
"23명이나 되는 인격이 한사람에게 존재한다고? 우와!! 놀라운 이야기야!" 할 사람이 더이상 그리 많지 않다는거죠. 그탓에 데니스와 플레쳐 박사와의 대부분의 대화장면과 다중인격에 대한 정보들이 식상하고 불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셀링포인트가 되어야할 부분이 가장 재미없는 부분이 되고맙니다. 그뿐인가요? 사실 우리는 23명의 구분되는 인격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란 애초에 불가능하단 것도 이미 알고 있죠. (겨우 네댓명정도 등장합니다.)
샤말란 영화답게 마지막에 일종의 반전이란게 이 영화에서도 등장하는데 느낌은 '그래, 이런거라도 있어야지.' 에 가깝습니다. '레드 드래곤'의 프란시스가 진짜 드래곤이 되는 격이지만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리고 잘 알려진대로 '언브레이커블'의 세계관과 연동시키는 엔딩으로 끝을 냅니다. '언브레이커블' 속편을 위한 쿠키영상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게요. 저 소재에서 더 획기적인 걸 뽑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큽.
만일 원래대로 호아킨 피닉스가 맡아서 했다면 좀 더 징글징글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임스 맥어보이는 뭘해도 귀엽더군요. (...)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