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는 여러 인간들을 만나게 된 후 결론내렸어요. 우리들 모두 각자의 장르 안에서 살고 있다고요. 이세상은 무대고, 우리들 모두 같은 무대에 있긴 하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장르의 규칙이 부여되어 있지가 않거든요. 장르의 규칙에 맞는 캐릭터를 부여받거나 스스로 얻어내서 그에 맞는 역할극을 하며 살죠.



 2.어떤 여자는 남자랑 잘 지 말지를 100일 걸려서 결정내리고 어떤 여자는 5분만에 결정내려요. 어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때렸다는 이유로 헤어지지만 어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때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헤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쓰면 어떤 사람은 후자의 여자가 멍청한 거라고 비웃겠죠. 하지만 아니예요. 전자의 여자도 후자의 여자도 자신의 장르 안에서 살기 때문에 그러는거죠. 


 사람들은 '이건 절대 안돼' '저건 어떤 경우에도 용납안돼.'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아니거든요. 다른 장르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겐 그 사건이 성립되는 나름대로의 사고의 흐름과 서사의 흐름이 있어요.


 30년동안 한번도 주먹다짐을 안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30살 넘게 먹고 부천역에서 매달 패싸움을 벌이는 남자도 있어요. 사람들을 지나치지 않고 잠시 그들과 함께 머물러보면, 나름대로의 장르를 구축하고 있죠.


 또 어떤 사람은 폰 트리에의 영화에 나올법한 우울한 캐릭터로 살기도 해요. 문제는, 현실은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그를 변화시킬 극적인 사건이 찾아와주지 않는다는 거죠. 스스로 캐릭터와 장르를 고치려 하지 않으면 평생 그 캐릭터로 살아야 하죠.



 3.어쨌든 그래요. 멜로영화 안에서 살아가는 여자도 있고 포르노무비 안에서 살아가는 여자도 있어요. 액션 영화에서 사는 것 같은 놈도 있고 구질구질한 현실물의 캐릭터로 사는 놈도 있어요. 착각물 안에서 프랑스 예술 영화의 캐릭터처럼 살아가는 여자도 있고 냉철한 현실물 안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여자도 있죠. 그리고 그걸 관찰해보면 정말 우리 모두가 같은 무대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이예요. 서로에게 말이죠.


 멜로영화의 장르적 규칙에 따라 사는 여자는 포르노무비의 장르에 맞춰 살아가는 여자를 이해 못해요. 왜냐면 그녀의 세계에서는 연애-섹스-결혼으로 이어지는 서사에서 일단 한번 만나고, 호감을 느끼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하는 단계가 존재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포르노는 아니예요.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없잖아요? 또는 없어야 하거나요. 포르노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감안해보면, 포르노의 장르적 규칙에 따라 만난 날에 섹스를 해야만 하니까요. 포르노의 장르적 규칙을 따라 사는 여자는 멜로 영화의 규칙에 따라 사는 여자를 이해 못해요. 포르노 안에서 사는 여자는 금요일 밤에 집을 나설 때 '오늘 나는 섹스하기 전에는 절대 여기로 안돌아온다. 안 하고 돌아올 바엔 아무한테나 주고 만다.'라는 마음을 먹고 나서거든요.



 4.휴.



 5.어쨌든 각 장르에는 장르의 토대가 되어야 하는 '테마'가 있어야 해요. 그 세계관을 지배하는 테마 말이죠. 현실 세계와는 달리, 해당 장르의 세계관에서는 다른 어떤 가치들보다 그 테마가 우선되죠. 연애 영화에서는 사랑이 다른 모든 일을 제쳐두고 제일 우선되고 액션 영화에서는 경찰이나 공권력 다 무시되고 주인공의 무력만이 상수죠. 


 늘 느끼는 건데 정말 나는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서론이 너무 길어요. 어쨌든 엑소시즘 장르에 대해 썰풀어보죠. 



 6.엑소시스트 이후 변주되어온 가톨릭 엑소시즘물은 조금만 잘 만들면 평타는 쳐요. 기본적으로 목적성이 확실하고, 현실에서 권위를 가지는 소재에서 힘을 빌려오니까요. 잘 만든 레시피들이 이미 많이 나와있는 요리죠.


 어쨌든 엑소시즘물의 목적은 매우 명확해요. 대체로 악마에 들린 무고한 아이가 나오고, 무슨 짓을 해서든 그 아이를 구하려는 신부가 등장하죠. 여기서 악마는 너무 나쁜 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조건 신부에게 이입하게 되고요.


 한데 엑소시즘물이 나올수록 작가들은 점점 '우리 편'인 신부를 뭔가 문제가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요. 엑소시스트에서는 사적인 문제로 번민하는 애송이 신부 정도였죠. 한데 가면 갈수록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신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신부, 툭하면 주먹질을 해대는 신부, 마약을 해대는 신부, 심지어는 여자랑 자고 다니는 신부들까지...점점 이상한 가톨릭 신부나 목사들이 나오고 있죠.



 7.물론 그 정도의 인간적인 결함이 있어도 '엑소시즘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안 돼요. 신부가 아무리 나쁜 놈이어봤자 신부가 상대해야 할 악마가 그보다 1억배는 더 나쁜 놈이니까요. 때문에 엑소시즘물의 신부가 가진 인간적 결함은 감정 이입을 힘들게 하긴커녕, 오히려 더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부각시켜주는 장치일 뿐이죠.


 위에 장르에 대해 말했죠.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드라마...조국과 윤석열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의 장르는 뭘까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엑소시즘물인 거예요.



 8.보는 관점에 따라선 확실히 그래요. 이 이야기에서의 조국은 '검찰이라는 악마'를 엑소시즘하기 위한 여행을 나선 가톨릭 사제예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검찰이라는 악마는, 사제가 자신을 퇴치하러 오기 전부터 패악질을 부린 거죠. 자신에게 오고 있는 노련한 사제가 아예 도착조차 하지 못하도록 온갖 음해를 퍼뜨리고, 폭풍을 일으켜서 배를 결항시키고, 가족들을 저주했죠. 자신에게 아예 오지도 말라고요. 지금까지 자신을 퇴치하러 오려고 한 가톨릭 사제들을 방해한 것처럼요.

 

 그리고 이제 이야기의 국면은...조국이 어쨌든 검찰이라는 악마가 사는 집 앞에 도착까지는 한 상황이죠. 이제 악마와 대면하기 전에 성경책과 묵주와 십자가를 챙기고, 문재인(A.K.A교황)에게 축성받은 성수를 들고 악마가 있는 방에 들어서려는 상황인거예요. 



 9.조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조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봐들! 정신 좀 차려! 조국 저놈이 하고 다닌 짓들을 좀 보라고. 저런 위선자 놈을 정말 응원하고 싶은 거야?'라고 외치고 있어요. 어이가 없다는 듯이요. 하지만 조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눈과 귀가 멀어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왜냐면 그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장르를 '엑소시즘 물'로 규정한 상태니까요.


 그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조국은 악마를 퇴치하러 나선 정의로운 엑소시스트예요. 그리고 그 엑소시스트가 인간적인 결함이 좀 있다고 해봐야, 검찰이라는 악마에 비하면 선녀인 거죠. 조국에 대한 모든 나쁜 소문은 못된 악마가 조국을 깎아내리려고 퍼뜨리는 속삭임에 불과하고요. 교황청에 있는 교황과 추기경들을 압박해서 구마사제 조국을 다시 바티칸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퍼뜨리는 불길한 속삭임일 뿐인 거죠.


 이 이야기의 테마 자체가 엑소시즘이고, 엑소시즘물에서는 악마 퇴치가 다른 모든 가치보다 우선되는 법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어떤 나쁜 뉴스도 우스울 뿐인거예요. 왜냐면 압도적으로 악독한 악마가 대한민국에 빙의되어 있는 상태고, 조국은 그 악마에 맞서는 유일한 구마사제니까요. 그 악마를 퇴치해야만 대한민국이 구해질 수 있는거고요. 그게 그들이 보는 이 이야기의 핵심인거죠. 



 10.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느 한쪽이 옳고 어느 한쪽이 틀렸다는 게 아니예요. 여러분이 관객석의 어디에 앉아있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장르와 주인공이 바뀌니까요.


 다만 이제는 너무나 극단적인...전면전의 시간이 와버렸고 각자의 편을 정한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스토리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예요. 각자가 가진 장르적 규칙에 따라 말이죠. '이 장르에서는 어떤 가치가 가장 우선되는가?'의 명제에 따라 말이죠.


 이제 이 이야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릴러, 누군가에겐 피카레스크, 누군가에겐 엑소시즘 물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각자가 가진 테마가 완전히 굳어져 버렸다는 거죠. 각자가 우선순위로 여기는...가치가 말이죠. 그리고 엑소시즘물은 극단적으로 선과 악이 갈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설득이 안 돼요.


 그리고 위에 썼듯이 엑소시즘물의 주인공은 아무리 비호감이어도 상관없어요. 캐릭터가 제아무리 비호감이더라도, 악마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호감일 수밖에 없거든요. 십자가를 들고 '물러가라 악마야!'라고 외치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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