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심하네요. 하지만 이 심심함도 슬슬 끝나겠죠.



 2.내일은 편집자와의 미팅이 있는데...어쩔려나요. 연재할 일거리를 가져온다면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노동이 정말 싫거든요.


 그리고 매주 마감이 있는 일거리는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자유롭지가 않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금요일이 원고 마감이라면? 다른 모든 날들이 금요일을 축으로 돌아가게 된단 말이죠. '즉흥적으로'어딘가 놀러가는 게 힘들어져요.



 3.금요일이 원고 마감일이 된다면 당연히 금요일은 못 노는 날로 고정되어 버려요. 금요일 하루만에 일을 끝낼 수 없으니 자동적으로 수~목요일 정도도 못 노는 날로 고정되고요. 그러면 화요일도 즐길 수가 없게 돼요. '오늘 화요일이 끝나면 또다시 일을 시작해야만 하는 거야?'라는 걱정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아무리 노동량이 적고 노동 강도가 적어도, 노동이 삶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삶이 힘들어지는 거예요. 차라리 매일 출근하는 거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어느 날은 놀고 어느 날은 일해야 한다면 노는 날도 일해야 하는 날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서 지내게 돼요.



 4.휴.



 5.누군가는 '그러면 매일 조금씩 나눠서 마감을 해치우면 되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무리예요. 전에 썼듯이 마감이란 건 천천히 날아오는 총알과도 같거든요. 반드시 피해야 하는 총알 말이죠.


 그리고 어떤종류의 작가들은 절대로 그 총알을 미리 피하려고 몸을 움직이지 않아요. 그 총알이 몸에 맞기 직전...정말 최후의 최후까지 절대로 몸을 움직이지 않죠. 늘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해내는 거예요. 매주마다요. 헐리우드 영화에서 폭탄 제거반이 늘 1초나 2초 남기고 폭탄을 해체하는 것처럼 말이죠.


 문제는 이거예요. 미리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을 화끈하게 노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죠. 마감을 시작해야 하기 이틀 전부터 이쪽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보며 한숨만 쉬는거예요. '아 젠장...이틀 후에는 저 총알을 피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만 해. 제기랄.'이라는 걱정에 사로잡혀서요.



 6.그러니까 나같은 작가들의 문제는, 일주일에 3일 일해서 마감을 한다고 쳐도 일주일에 3일 놀고 3일 빡세게 일하고 하루 쉬는 사이클을 만들 수가 없어요. 일주일에 하루 놀고 이틀은 노동을 이제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힘들어하고 3일 빡세게 일하고 하루를 피곤에 절어서 쉬는 거죠.


 누군가는 '이틀동안 걱정을 할 거면 차라리 걱정을 하지 말고 그냥 마감을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겠죠. 하지만 불가능한거예요. 말 그대로...총알이 눈앞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 총알을 피하려고 움직이는 것이 너무 귀찮은 거거든요.



 7.어쨌든 그래요. 노동 자체가 싫은 건 아니예요. 실제로 노동을 시작해서 '노동을 하는 동안은' 괜찮거든요. 태풍도 태풍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평온한 것처럼요.


 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이제 노동의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는 며칠간이 너무 힘든 거예요. 태풍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태풍의 안으로 진입하는 동안은 태풍을 겪어야 하듯이요.



 8.휴...내일 점심미팅에 가기 전에 주식도 팔아야 해요. 수요일날 놀 돈이 있어야 하니까요. 주식을 팔자마자 돈이 들어오면 좋을텐데, 판 다음에 현금이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려요. 이것도 매우 짜증나는 일이예요. 


 위에 썼듯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즉흥성이거든요. 미리미리 무언가를 대비해 둔다...라는 삶에 이제는 질려 버렸으니까요. 30년 넘게 미래를 대비하는 것만 하면서 살았거든요. 숨막힐 정도로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젠 정말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아요.



 9.이야기를 보고 이야기의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하는 건 매우 쉬워요.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건 매우 힘든 일이죠. 이야기를 매주 일정 분량씩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여러개의 미래를 만들어 놓고 어떤 미래로 갈지 매주 고민해야 하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0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49
125945 스즈키 세이준의 3부작 보고 왔습니다. [6] Sonny 2024.04.09 244
125944 에피소드 #84 [2] Lunagazer 2024.04.09 39
125943 프레임드 #760 [4] Lunagazer 2024.04.09 179
125942 Roger Daltrey - Heaven on their minds daviddain 2024.04.09 52
125941 곰돌이 푸의 모험 (1977) catgotmy 2024.04.09 105
12594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4.04.09 320
125939 2024 백상 예술대상 후보 [1] 상수 2024.04.08 349
125938 프레임드 #759 [4] Lunagazer 2024.04.08 46
125937 사전투표하면... 민주당 지지자로 의심받습니다(??), 제 22대 투표용지 길이 상수 2024.04.08 312
125936 요즘 좋았던 예전 노래...들과, 태안여중 밴드부의 커버실력(케이온 실존) [1] 상수 2024.04.08 128
125935 우정과 정치색 [8] Sonny 2024.04.08 482
125934 네메시스 5 신상 돌도끼 2024.04.08 65
125933 [영화바낭] 현시점 기준 아마도 가장 존재감 없을 콩, '킹 콩(1976)'을 봤습니다 [13] 로이배티 2024.04.07 324
125932 프레임드 #758 [4] Lunagazer 2024.04.07 86
125931 한국 정당사에서 ‘국민의 힘’은 역대 최악인듯; [5] soboo 2024.04.07 868
125930 [넷플릭스] '리플리', 와우!! [9] S.S.S. 2024.04.07 491
125929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스포) [1] skelington 2024.04.07 123
125928 커피와 운동 [1] catgotmy 2024.04.07 197
125927 고척은 1회부터 뜨겁군요 [9] daviddain 2024.04.07 152
125926 초간단바낭 ㅡ 뎀벨레 보면 신기하다니까요 daviddain 2024.04.07 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