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졸부와 자유)

2020.09.17 05:02

안유미 조회 수:337


 1.돈이나...성적, 커리어 같은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것을 손에넣은 사람에게 말이죠. 돈이든 커리어든 그것을 '달성하는'순간에는 매우 기뻐요. 돈을 한방에 많이 땡긴 달에는 얼마쯤 떼어내서 소비를 해버리면 재밌고 자유롭죠. 그리고 커리어는 어떨까요? 어딘가의 연재를 따내거나 상을 받으면 주위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주고 인정해줘요. 서로 만나면 축하하면 좋은 자리를 보낼 수도 있죠.



 2.그러나 저런 것들은 결국 그 순간...순간에 느낄 수 있는 파편에 불과해요. 돈이나 성적, 실적을 얻어낼 때 더해지는 작은 부산물이죠. 그리고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별로 감동적이지 않아요.


 돈이라는 건 쓸 때도 힘들거든요. 작정하고 돈 많이 쓰려면 어디를 예약하고 가서, 어울려야 해요. 친구의 아버지의 친구가 몇조 정도의 자산가라는데 대개 국밥을 먹는대요. '100만원짜리 식사는 하는 것도 힘들거든. 처먹기에는 국밥이 나아.'라는 게 친구의 말이죠. 맞는 말이예요. 29의 고등학교 동창의 집안이 아슬아슬하게 1조 정도의 자산가라는데 그의 일과는 출근-칼퇴근-출근-칼퇴근이라죠. 물론 그 자신이 1조자산가가 아니라 부모가 1조를 가진 거니까 눈밖에 안 나려고 그렇게 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3.어쨌든 그래요. 돈이나 일로 성공하는 건 '처음에는' 감동적이예요. 그러나 그 사실에 익숙해지면 그것은 짐이 되어버리죠. 계속 유지해야 하는 짐. 내가 흘리지 말고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짐 말이죠. 


 만약 작가라면, 연재를 따낸 순간엔 기쁘겠죠. 그리고 처음으로 작가로 살아가며 알아가게 되는 것들...마감의 힘든 점이라던가 연재가 끝났을 때에 느껴지는 달성감, '좀더 잘할걸'하고 후회되는 마음...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연재를 새로 따내고 반복하게 되면 그건 일이 돼요. 물론 한화 한화가 엄청나게 센세이션을 불러오거나 커뮤를 불타게 만드는 문제작이라면 느낌이 다르겠죠. 하지만 대개의 작가에게 연재란 건 그냥 일이예요. 계속해서 이어지고...내가 이고 가야 할 짐덩이죠. 연재를 마치는 순간에야 그 짐덩이를 내려놓게 되는 거고요.



 4.휴.



 5.돈은 어떨까요. 내가 늘 말하지만 이미 내것인 돈에는 별 감흥이 없어요. 이미 내 명의로 되어있는 돈...그건 이미 내 어장안에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거예요. 돈은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그것도 몇천만원일 때의 얘기예요. '지켜내야만 할 돈'이라고 할만한 건 아닌 돈...그야 잃으면 속쓰리겠지만 이대로 놔둬봐야 뭐 별거없는 돈일 경우에나 무조건적으로 투자를 감행할 수 있거든요. 잃어봐야 한 1층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니까요.


 한데 어중간하게 많은 돈...물론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이 돈을 잃었다간 완전 미쳐버릴 것 같을 것 같은 돈이라면 망설여지죠.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만약에라도 잃으면 정말 미칠 것 같은 돈이라면 말이죠. 



 6.그래도...나를 한 20층에서는 살게 해주는 돈을 불려 보려다 까먹어버리면 그 사람은 20층에서 10층으로 굴러떨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은 솔직이 못 살아요. 그래도 20층 공기를 마시면서 살았었는데 이제 와서 10층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야 한다? 그건 불가능하거든요. 내가 19층에 사는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제 19층은 저 위에 있는 상황...그런 상황을 상상해 보면 그건 절대 참을 수 없어요. 


 결국 돈이라는 건 오래 가지고 있다보면 짐이 되어버리는 거죠.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어쨌든 이거라도 지켜내야만 한다라는 생각을 교차하게 만드는 짐덩이인 거예요. 



 7.그야 10억 가량의 돈을 한번에 어딘가에 박아넣어서 금새 2배로 불린다...그러면 매우 행복하겠죠. 그걸 감행해서 성공한다면...30층으로 올라가서 한 몇달 정도는 행복할 거예요. 


 하지만 그걸 시도하는 건 힘든 일이예요. 특히 혼자가 아니라면...책임져야할 누군가가 있다면 더욱 힘들 거고요. 하지만...'내가 고작 이걸 지키려고 전전긍긍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 스스로가 한심한 거고요.



 8.예전에는 돈이란 건 많을수록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이젠 글쎄요. 돈이 많아지면 사람은 그 액수에 얽매여 버리게 돼요. 돈 좀 생겼다고 생각없이 흥청망청 쓰는 짓거리는 더이상 못하게 되고, 이 숫자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버리죠.


 왜냐면 돈이란 게 그렇거든요. 사람에게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버려요. '이거 없으면 나는 존나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 말이죠.



 9.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요. 사람에게는 전성기라는 게 있거든요. 노래 하나는 기깔나게 잘해서 인기있던 전성기...외모 하나는 아주 잘났어서 사랑받던 전성기...그런 시간들이 지나버리고 나면 결국 돈이 중요해져 버려요. 왜냐면 돈에는 전성기가 없으니까요. 돈이란 건 그 돈이 지닌 액수만큼의 위상을 지니고 있거든요.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돈에 집착하게 되어버리죠.



 10.젊었을 때 돈을 펑펑 쓰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으로부터 얼마쯤은 자유롭기 때문이예요. 마음 한구석에는 '이까짓 돈이 없어도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어.'같은 생각을 품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어릴때는 돈을 쓰는 것...소비해서 없애 버리는 행위가 재미있을 수 있는 거예요.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죠.


 젊은 시기가 지나가버리고 완전히 어른이 되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가진 돈의 액수가 곧 나의 위상이라는 생각 말이죠. 그런 생각을 품기 시작하면 돈을 펑펑 쓰는 건 불가능하게 돼요.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건 어쩌다 한번씩...하루에 2~30%정도 수익을 올릴 때예요. 몇 달에 걸쳐 날만한 수익이 하루만에 나면 딱 이틀 정도는 어린 시절의 그 기분으로 잠깐 돌아갈 수 있거든요. 어차피 몇 달에 걸쳐 벌 돈을 하루에 벌었으니 그냥 얼마쯤 떼어서 쓰자...라는 마음으로 이틀 정도는 걱정 없이 놀 수도 있는거죠.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요. 



 11.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냥 졸부인 게 제일 좋아요. 문제는 이거예요. 어느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졸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그냥 부자가 되어버리거든요. 막 벼락부자가 되었을 때의 감동...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옥죄었던 족쇄로부터의 자유로움...그런 것들은 졸부가 된 순간에만 느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졸부도 시간이 지나버리고 나면 그냥 평범한 부자가 되고 마는 거예요. 부자가 되어버리면 자신이 무언가로부터 자유롭다는 사실은 망각해버리고 말죠. 그리고 한때 자신을 자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던 도구를, 자신을 옥죄는 족쇄로 만들어버려요.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감옥에 가둬버리고 마는 거죠. 돈이 자유를 가져다 주려면 돈으로부터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 슬픈 일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11134
114462 한 말씀 [13] 어디로갈까 2020.10.18 829
114461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내세 SF 환타지 시트콤 '업로드' 시즌 1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0.10.18 337
114460 [OCN movies] 반지의 제왕 1, 2, 3 [10] underground 2020.10.18 359
114459 넷플릭스의 쥬라기 월드 : 백악기 어드벤처 좋았어요 [8] 부기우기 2020.10.18 354
114458 신규 확진 1만명대 진입 이탈리아 "접촉자 추적 기능 상실" [6] daviddain 2020.10.18 978
114457 가입인사 드립니다. [10] 프리칭 2020.10.17 359
114456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이제 전문가용 빼곤 [2] 가끔영화 2020.10.17 468
114455 내가 좋은사람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2] 예상수 2020.10.17 588
114454 난방기구 추천 받습니다. ㅜ.ㅜ [5] 스위트블랙 2020.10.17 511
114453 가짜사나이 단상...(도박장, 미스터트롯) [1] 안유미 2020.10.17 479
114452 코로나 경제, 윤수일 밴드, 향수 [6] 양자고양이 2020.10.17 410
114451 호날두 이탈리아행, 자가격리 위반? [1] daviddain 2020.10.17 298
114450 [아마존프라임비디오] SF인지 동화인지 모를 시리즈 '루프 이야기(Tales from the loop)'를 다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0.10.17 316
114449 김재련, 장하성, 진중권, 중증재생불량성빈혈 [5] 사팍 2020.10.17 723
114448 가짜 사나이 일련의 사태를 보고 느낀 점 [1] 가을+방학 2020.10.17 485
114447 구인글 (구체관절인형 의상) 은밀한 생 2020.10.17 224
114446 [KBS1 독립영화관] 야구소녀 [EBS1] 오손 웰스의 눈으로 [33] underground 2020.10.16 376
114445 표창장 위조 30초도 안걸린다. 왜냐하면 2020.10.16 465
114444 가짜사나인지 진짜사나인지 논란이 커진걸 보고 드는 생각은요 [7] 모르나가 2020.10.16 1085
114443 쉬는 날과 사람들 [1] 안유미 2020.10.16 3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