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입니다. 상영 시간이 좀 길어서 두 시간 십 분 남짓이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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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제 영화 포스터들 중엔 거의 역대급에 가까운 정성이 들어간 포스터 아닌가 싶습니다. 배우값 때문에? ㅋㅋ)


 - 녹켐스티프. 참 특이한 이름이네요. 오하이오주에 실제로 있는 깡촌 마을이고 이 영화의 원작자가 실제로 태어나고 자란 곳이랍니다. 암튼 뭔가 태평스런 어조의 전지적 작가님께서 나레이션으로 이 동네에 대해 가볍게 투덜거려주시고. 군대 다녀오는 (아마 2차 대전이겠죠?) 훈남 청년을 소개합니다. 어쩐지 삐에로 분장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동네 사람들과 엮이고... 하는 장면들이 한가롭고 훈훈하게 지나가는 가운데 난데 없이 '얘들은 나중에 연쇄살인범들이 됨 ㅋㅋ' 같은 나레이션이 튀어나와서 영화의 장르를 혼동하지 않게 해 주고요.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세월이 흐르고 결국 사건이 벌어지는데...

 음. 이걸 뭔가 하나의 줄기로 요약하기가 애매하네요. 암튼 사람들의 믿음, 신앙 같은 부분들을 주된 소재로 해서 이십년 정도의 시간 동안 '녹켐스티프'의 사람들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며 가차 없이 죽어나가는 운명의 장난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 나레이터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이 양반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심지어 살짝 유쾌한 어조로 상황 설명을 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벌어지는 사건들은 연쇄 살인에다가 뭐뭐 되게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들이란 말이죠. 그래서 이 이야기 전체가 거대한 운명의 굴레 속에서 몸부림치는 하찮은 톱니바퀴들의 이야기 같은 느낌을 줘요. 코엔 형제의 영화들이 떠오르는 대목인데... 사실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코엔 영화와는 다릅니다만. 일단 보는 중에는 상당히 비슷하단 느낌을 주죠.

 어쨌든 이 '신은 아니지만 아무튼 전지적인' 나레이터가 영화의 분위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는 분명합니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날뛰는 영화인데 이야기 톤은 포레스트 검프 느낌이랄까요. 그 위화감을 즐기느냐 마느냐가 영화에 대한 최종 인상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구요.



 - 계속해서 사람들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주로 개신교 신앙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극중에서 종교가 없는 인물들 조차도 뭔가에 매달리고 집착하며 그것을 '믿으려' 드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그리고 이 개신교 신앙은 뭐... 상당히 시니컬하고 비판적으로 다뤄지죠. 독실한 분들이라면 좀 불만일 수도 있겠는데. 개인적으로 좀 헷갈리는 건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인물 한 명의 얼굴이 영락없이 예수 초상화 코스프레라서...; 뭐지. 이 작가 양반 사실은 교인이셨나. 이 영화의 테마가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른 맥락이었나... 이런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되더군요.



 - 배우들이 은근히 화려합니다. 일단 남자 배우들 중 비중 있는 셋이 각각 스파이더맨, 윈터솔져와 차세대 배트맨이구요. 스파이더맨의 아버지는 빌 스카스가드. 해리 포터 출신에 얼마 전 '올드가드'에도 나왔던 해리 멜링도 나와요. 여배우들 역시 엘리자 스캔런, 미아 바시코프스카, 헤일리 베넷 등 이름 있는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배우들은 사실 좀 애매한 기분이 듭니다. 여성들이 계속 이야기 전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결정적인 역할'이란 게 좀... 뭐 그래요. ㅋㅋ 그냥 남자들을 '운명의 굴레'에 빠뜨리는 도구적인 역할들이랄까. 어차피 남자들도 다 톱니바퀴 1, 2, 3 정도의 역할이긴 하지만 갸들은 몸부림이라도 쳐 보긴 하는데 반해 여성 캐릭터들은 다 매우 수동적입니다. 그리고... 음. 스포일러는 피해야 하니 이만 하죠.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을 맡은 분도 분명히 낯이 익어서 찾아보니 제이슨 클라크.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제로 다크 서티에서 주인공 동료인지 상사인지로 나왔던 그 분이더군요.


 근데 어쨌거나 모두들 연기는 좋습니다. 톰 홀랜드를 제외하곤 다들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그 짧은 와중에 다들 열심히 연기 하더라구요. 스파이더맨을 벗어나니 상당히 근사한 배우로 보이는 톰 홀랜드를 비롯해서 여전히 '아 나 진짜 트와일라잇 나온 그 남자 아니라고!!'라고 절규하는 느낌의 로버트 패틴슨 연기도 좋았구요. 빌 스카스가드의 광기 어린 연기도 좋았고 여배우들도 캐릭터들은 좀 뻔할지언정 연기들은 다 훌륭했어요.



 - 이야기 측면에서 말해보자면,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튈지 예상이 잘 안 되는 이야기'였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야기 초장에 '얘들은 나중에 연쇄 살인마가 된다'고 툭 던져졌을 땐 당연히 주인공들이 그들과 엮이면서 흘러가는 스릴 넘치는 대결 이야기를 짐작하게 되잖아요. 근데 갸들이 한동안 그냥 안 나옵니다? ㅋㅋㅋ 그리고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뭔가 다 예측하기 힘든 파국을 맞아요. 마치 단독 주인공처럼 보이던 톰 홀랜드의 캐릭터도 뭐 단독 주인공인 건 맞긴 한데 분량이 그렇게 압도적이지가 않구요. 그나마도 그냥 운명 따라 흘러다니다가 본인이 뭔가 결심하는 건 막판이 다 되어서이고 그나마도 본인 계획대로 해내는 일이 별로 없구요.

 이렇게 예측이 잘 안 되는 가운데 계속해서 긴장감은 유지를 해주기 때문에 두 시간이 넘는 분량이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찾아보니 원작 소설이 그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자 비평, 흥행 양면에서 최고 히트작인 것 같은데 그럴만 했겠다는 느낌. 재밌더라구요.



 - 대충 종합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들의 평균치는 확실하게 좀 멀리 뛰어넘는 완성도의 영화입니다. 스토리 좋고 배우들 좋고 연출도 좋고 뭐 딱히 흠 잡을 데 없이 잘 만들었어요.

 영화가 다루는 소재에 대한 거부감, 살인 스릴러 장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즐기실 수 있을 작품이었구요.

 특히 살짝 코엔 형제 분위기를 풍기지만 결이 다르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레알 코엔 형제보단 좀 라이트하달까... 군상극에 가깝다는 점에서 로버트 알트만 생각도 조금 났구요.

 암튼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려도 '대체로 수작 이상'이라는 데엔 의견이 크게 갈릴 것 같지 않은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 유저라면 한 번 보실만 해요.

 



 + 워낙 배우들이 화려하다 보니 그게 나름 화제가 되어서 이런 식의 짤들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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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력 남배우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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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 포함 버전이면서 동시에 캐스팅 변경 전 버전이라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가 있군요. 그러고보니 웃기네요. 캡틴 아메리카가 빠지고 윈터솔져 투입이라니(...)



 ++ 암튼 히어로물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이젠 마블 배우들 소재로는 캐스팅 농담도 식상해서 못 하겠더라구요.

 이 분들이 마블 덕에 인지도 부스트 얻어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게 되는 데다가 또 마블 영화 자체가 워낙 편수가 많으니 거기 나왔던 배우들만 해도 몇 트럭이고...;



 +++ 이런 범죄물들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옛날'이 참 나쁜 놈들 살기는 편했을 거에요. 뭐 과학 수사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니 경찰들 수사력도 모자라고. 국가 행정력도 한참 딸리던 시절이라 잠적하거나 신분 세탁하고 새 삶을 사는 것의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낮을 거구요. 특히나 미국처럼 거대한 시골 같은 나라라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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