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이고 태국 영화, 런닝타임이 두 시간을 11분 넘는 오컬트(풍) 호러 무비이고 스포일러는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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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니 포스터는 나름 근사하게 괜찮았네요. 딱 봐도 기분 나쁘잖아요?)



 - 파운드 푸티지물입니다.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님'이라는 무당을 따라다니며 무속인에 대한 다큐를 찍는데 무당을 태국말로 '랑종'이라 한다네요.

 다큐인 척하는 영화이다 보니 스토리 설명할 게 별로 없어요. 그 '님'이라는 무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원래 자기 언니가 신내림을 받아야할 상황에서 어쩌다가 언니 대타로 무당이 된 기구한 팔자의 양반인데요. 그래도 대충 받아들이고 성실하고 착실한 무속인으로 잘 살고 있었습니다만. 어느 날 보니 언니네 딸래미 '밍'이 수상합니다. 이 신내림이 일종의 집안 내력이었는데, 이제 '밍'의 차례가 온 것 같아요. 당연히 다큐팀도 그걸 함께 눈치 채고는 '밍'을 따라다니며 촬영을 시작하고. 당연히 기괴하고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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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지? 역할을 맡고 계신 '님' 캐릭터님)



 - 원래 무슨 영화가 개봉하거나 화제가 되어도 정보를 잘 안 찾아봐요. 최대한 정보 없이 보는 걸 좋아해서 걍 기본적인 정보만 접한 후에 취향인지 아닌지 생각해두고. 취향에 맞겠다 싶으면 나중에 기회 될 때 그냥 보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서 좀 이상한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요. 뭔가 옛날옛적에 엽기적인 컨셉으로 인기를 끌던 '몬도가네'스러운 분위기를 상상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귀신 들리는 여주인공이 무슨 깊은 숲속 원주민 같은 애고, 그래서 영화가 내내 숲속에서 전개가 되고 이런 이미지... 가 있었는데 정말 전혀 비슷하지도 않네요. ㅋㅋㅋ 몇 번 나오지도 않는, 그마저도 '밍'과는 별로 관계도 없는 숲속 장면 스틸샷만 보고 그걸 메인으로 기억해버린 모양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진짜 주인공은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도시 처녀였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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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랬던 우리 '밍'님께선)



 - 대충 결론스런 얘길 먼저 하자면 딱히 못 만든 호러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기엔 좀 껄끄럽고 모자란 구석들이 여기저기 있구요. 결정적으로 나홍진과 '곡성'을 팔아가며 펼쳤던 한국에서의 홍보 전략이 문제였어요. 흥행 정보를 찾아보니 그 홍보가 먹혀서 흥행은 꽤 한 모양이니 본인들은 만족했겠습니다만. 그 홍보 덕에 상당히 잘못된 방향으로 기대를 갖게된 관객들이 실제로 영화를 접하고는 많이 실망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듀게 등지에서 홍보 방향과 좀 다른 분위기의 영화이며 그렇게 특별히 무섭진 않다... 는 얘길 많이 봐서 큰 기대 없이, 그럭저럭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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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렇게 되시구요.)


 - 일단 좀 당황스러웠던 건 파운드 푸티지의 형식이었습니다. 뭐 그 형식이야 그냥 선택할 수 있는 건데, 가짜라는 티가 너무 강력하게 나요. 영화가 시작되고 대략 십여분 정도 차분하게 다큐멘터리 흉내에 전념을 할 때는 괜찮은데. '밍'이 등장하고 그 불길한 일들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이미 촬영과 편집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절대 다큐멘터리 아님' 이거든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카메라가 명당자리를 딱 잡은 가운데 장면이 흘러간단 얘깁니다.


 만든 사람들이 아마추어도 아니고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밀어 붙인 것일 테고, 그러니 보는 저는 그냥 '다큐멘터리 분위기만 빌린 극영화'를 본다는 마음으로 편안히 잘 보긴 했는데요. 그래도 중간중간 실제 푸티지인 척하는 자막들이 나올 때마다 좀 피식하는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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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족은 잠시 후...)



 - 영화의 내용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가 선택한 소재로 할 수 있는 건 걍 다 해서 때려 박아 보자... 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인 척 하다가, 귀신 들린 여성의 수난극으로 가다가, 태국 버전 엑소시스트로 가다가 파라노멀 액티비티인 듯 하다가 곡성 흉내(?)도 상당 부분 내더니만 마지막엔 쌩뚱맞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기 호러 장르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끝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님'과 '밍', 그리고 '님'의 언니이자 '밍'의 엄마. 이렇게 셋의 기구한 사연이 기둥 줄거리 역할을 하며 흘러가구요.


 일단 이런 이야기 구조의 장점을 말해보자면... 이 중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이 최소 평타 이상은 되는 퀄로 구현이 됩니다. 태국 엑소시스트, 태국 파라노멀 액티비티, 태국 곡성 등등 하나하나 따져 보면 막 엄청 훌륭하진 않아도 나름 준수해요. 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감독이 '셔터' 만든 사람이라면서요. 그 영화 평이 꽤 좋았죠.


 그리고 단점은 뭐냐면,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좀 산만하고 방만해집니다. 가뜩이나 런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그 중 한 시간 정도를 빌드업용으로 특별한 임팩트 없이 흘려보내고 남은 한 시간동안 저걸 다 해버리거든요. 그러다보니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 잘 안 듭니다. 같은 소재로 4인의 감독이 만든 앤솔로지를 이어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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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는 거죠.)


 - 보기 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좀 신선한(?) 난감함이 하나 있었습니다.

 뭐라 해야 하나... 그러니까 주인공이 여성인 호러잖아요? 귀신 들려서 호러 쇼를 하는 인물도 여성이고 그걸 구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도 여성이고 그 사이에 끼어서 이야기 꼬이게 만드는 인물도 여성이고. 되게 여성들 비중이 큰 영화입니다만. 그 와중에 주인공 '밍'을 다루는 태도에 좀 껄끄러운 면이 있어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소재 하나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이것저것 다 해버리는 영화인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주인공 캐릭터가 당해야할, 그리고 저질러야할 험한 일들이 참 버라이어티합니다. 근데 그 과정에서 뭐랄까, 안전 장치(?)가 없어요. 요즘 서구권 호러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되게 험한 일을 당하고, 저지르고 해도 편집이라든가... 뭐 다양한 수단을 써서 그 역할 맡은 배우를 배려해주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시도를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 시켜 놓고 그냥 다 보여줘요. 아마 이 영화를 보고서 뭔가 강렬하다!! 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런 부분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충격을 받기보단 덜컥 배우 걱정이 들기 시작했을 뿐이고... 그러다 급기야는 나홍진이 한국에선 이런 식으로 연출했다간 작살나게 욕 먹을 테니 태국 쪽으로 아이디어를 넘겨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쓸 데 없는 상상까지 했을 뿐이고... 결국 그 배우님의 발랄하고 즐거운 영화 홍보 활동 영상까지 찾아보고서야 맘을 편히 먹었고... 뭐 그랬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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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해진 마음!!!)



 -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전반부 한 시간 정도를 느릿하게 끌고 가다가 후반에 달리기 시작하고 막판에 몰아쳐 끝내는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일단 발동이 걸리고 나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성실한 영화구요. 때깔도 깔끔하게 좋으면서 태국의 이런저런 전통적인 풍경이나 소재들을 활용해서 분위기도 상당히 그럴싸하게 잡아줘요. 특히 마지막의 대형 굿 장면 같은 건 '곡성'이랑 '온다'가 생각나면서 셋을 비교해보면 재밌겠다 싶더군요.

 다만 런닝타임이 길기도 하면서 후반부의 이것저것 다~ 보여주는 식의 전개는 좀 산만하단 느낌이 있었구요. 개인적으로 그 중 마지막 파트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좀 아쉬웠구요. 쓸 데 없이(?) 배우 걱정하면서 보게되는 체험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습니다.


 고로 뭐... 그냥 '무난함'에서 그것보다 조금은 윗급의 오컬트 호러를 원하시는 분들은 보실만할 겁니다. 홍보빨로 기대치를 그렇게 높이지 않았다면 그럼 흥행이 안 됐겠지 그렇게 욕 먹을만한 퀄리티의 영화는 아니었다고 봐요. 전 그 배우 걱정 부분(...)을 제외하고 말하면 그럭저럭 괜찮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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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 있는 두 녀석의 목을 치는 밀림의 여제... 같은 내용은 당연히 아닙니다. ㅋㅋㅋ)



 + 시즌 PC 버전에 무료로 있길래 냉큼 봤는데. 이번 달에 넷플릭스에도 올라오는군요. 걍 그 쪽으로 볼 걸... ㅠㅜ



 ++ 영화 속에서 귀신 들린 처녀보다 더 거슬렸던 건 카메라맨의 존재였습니다. 영화 속 카메라맨들이요. 얘들은 주변에서 엄청 위험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데도, 특히 자기네가 찍고 있는 대상이 번번이 위험에 처하는데도 전혀 돕질 않아요. 애초에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구현도 그렇게 편의대로 대충 하는 영화이니 카메라맨의 존재도 그냥 마찬가지로 편의대로 처리한 거긴 하겠습니다만. 어쨌든 설정상 이 영화의 '시선' 위치에 뻔히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보는 입장에선 자꾸만 당황스럽고 좀 별로였죠. 그냥 돕는 척이라도 시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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