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요 레퍼토리가 무상급식을 하면 '세금폭탄'이 떨어지고, 국가재정이 무너져서 나라가 망한다는 게 하나이고,


"내 세금으로 왜 부잣집 애들 밥을 먹이느냐"는 게 또 하나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별 근거도 없이 나오는 일방적인 선언이나 주장에 불과합니다만, 그럼에도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 사이에서는 설득력이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러니 도대체


그 세금폭탄이라는 것의 규모가 어느 정도이며, 내 돈으로 밥을 먹는 부잣집 애들의 실체가 뭔지 간단한 산수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수를 하기 전에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3조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


둘째,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약 300조라는 점.


자, 이 두 가지 팩트를 기반으로 산수를 해 봅시다. 



보시는대로 무상급식에 필요하다고 하는 3조의 예산은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00분의 1, 즉 1%입니다. 즉, 현재 내고 있는 세금에서 1% 정도 더 내면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게 그러니까 1만 원의 세금을 내던 사람이 100원 더 내면 되는 정도의 금액이라는 거죠. 과연 이게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증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연봉으로 5,000만 원을 받는 사람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이 1년에 세금으로 20%인 1,000만 원 정도 뗀다고 가정해 보죠. 무상급식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000만 원의 1%인 10만 원이 되겠습니다. 아! 1년에 10만 원! 엄청난 돈이 아닙니까. 이 정도면 '세금폭탄'이 맞지 않느냐며 흥분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까먹으신 게 있는데, 무상급식이 실시되면 세금으로 10만 원을 더 내야 하지만, 대신 내 아이의 급식비가 세이브됩니다. 


한 끼 급식비가 2,500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1주일(5일)이면, 1만 2,500원, 1년은 52주니까 곱하면 65만 원. 방학으로 12주 정도 빼도


1년이면 50만 원이 세이브됩니다. 무상급식 덕분에 원래 나가야 할 돈에서 50만 원이 절약이 된 겁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무상급식이 실시되면 연 소득 5,000만 원인 가정에서 세금으로 나가는 돈은 10만 원이 늘어나지만, 급식비가 세이브되면서 50만 원이 


절약됩니다.


50만 원-10만 원=40만 원. 


1년에 무려 40만 원의 이득이 발생하네요. 게다가 이건 우리집 애가 1명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애가 2명이라면, 90만 원의 이득이 발생합니다. 두 명의


아이에게 각각 나갈 50만+50만=100만 원의 급식비가 절약되고, 세금은 원래 내던 그대로 10만 원만 나가니까요. 애가 셋이면 140만 원 이득이네요. 


이런 남는 장사를 하는데 '세금폭탄'을 운운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죠. 세금 10만 원 더 내고 50만 원, 100만 원을 돌려받는 것인데요!



이 계산에서 무상급식으로 손해를 보는 이들은 1%의 증세를  통해 50만 원 이상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고소득자들입니다. 즉, 연 소득이 2억 5,000만 원인


집에서는 1%의 증세를 통해 추가로 나가는 돈이 50만 원이 되므로, 아이 급식비로 세이브 되는 돈 50만 원과 쎔쎔이 됩니다. 연 소득이 2억 5,000만 원을 기준으로, 그보다 소득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늘어나는 세금보다 혜택의 액수가 적어서 손해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 그 집에 아이가 둘일 경우는 연 소득 5억 원인 집도 쎔쎔이 됩니다. 그러니까 손해 보기


싫으면 애를 많이 낳으면 됩니다.




계산의 편이를 위해 굉장히 단순화시켜 살펴본 것이지만, 이것만 봐도 '세금폭탄'이라는 말도 성립이 안 될 뿐더러, "내 세금으로 왜 부잣집 애들 밥을 먹이느냐"는 주장도 얼마나


황당한 소린지 알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소득이 적은 집과 아이들 수가 많은 집을 수혜자로 하는 제도입니다. 구조 자체가 부자들한테 돈 더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이득을 주는 형태라는 겁니다.  




차라리 아이가 없고, 앞으로도 가질 생각이 없는 독신자들이 나 자신은 혜택도 못 받을 제도를 위해 왜 세금을 부담해야 하냐고 따지면 이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혜택의 당사자들이


'세금폭탄'을 입에 올리며 덜덜 떨고, "내 세금이 왜 부잣집 애 입으로" 운운한다면, 그건 바보같은 겁니다. 그렇게 셈이 나쁘면 재테크 못해요.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논하면서 많은 분들이 애들 마음의 상처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보다 국가의 양육비 지원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합니다. 급식비라는 게 결국은


양육비거든요. 이걸 국가가 일정 부분 보조해 준다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양육비 문제입니다. 따라서 무상급식이라는


것은 저출산에 대한 의미 있는 대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그것이 정당한가, 필요한


일인가, 가치가 있는 일인가를 따지는 것이고, 두번째는 현재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둘 다 해당합니다. 부의 재분배,


출산율 제고,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현재 돌리고 있는 국가예산의 1% 정도의  예산이라면 소폭의 증세, 혹은 기존 예산의 조정 정도로 사회가 큰 부담없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 싫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목조목 밝히고 따질 일이지 '세금폭탄'이나 "내 세금이 왜 부잣집 애 입으로" 


따위의 저차원적인 선동을 하는 것은 저열한 행태라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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