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들어 듀게에 거의 도배 수준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한 달 반 정도 게임을 아예 안 해서 그렇습니다. ㅋㅋ 확실히 게임이 돈은 많이 안 들어도 시간을 엄청 잡아 먹는 취미라는 걸 듀게 페이지마다 두어개씩 널부러져 있는 제 잡담 글들을 보면서 느낍니다(...)



- '그녀의 이름을 난노'를 보고 나니 갑자기 동양 쪽 컨텐츠가 더 보고 싶어졌고. 검색하다 보니 유난히 일본 쪽 컨텐츠는 죄다 애니메이션이길래 '드라마 같은 건 없어?' 라는 생각으로 뒤져보다가 이 괴상한 제목의 드라마를 발견했고. 설정 소개 글을 보고 스킵하려다가 한 시즌이 6편 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그냥 봤습니다. 240분이면 딱 네 시간이고 영화 두 편 볼 시간 밖에 안 되니 이 정도면 똥 밟아도 피해는 적겠다 싶었죠. ㅋㅋㅋ



(백문이 불여일견. 대략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입니다)


- 기본 설정은 이래요. 집안 잘 살고 부모님에게 사랑 받고 학교에서 인기인이며 어릴 때부터 절친이었던 훈남 친구 둘에게 공주님 대접 받으며 행복하게 잘 살던 예쁜 여고생 아유미짱(...)이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게된 남학생에게 고백까지 받고 첫 데이트를 하려는 인생 행복도 절정의 순간에, 전교에서 왕따 당하는 못 생기고 뚱뚱하고 성질 음침한 같은 반 여자애랑 몸이 바뀌게 된다는 거죠. 이후로는 자신의 몸을 되찾으려는, 그리고 그 전에 일단 갑작스레 찾아 온 왕따 인생을 극복해 보려는 주인공의 몸부림을 토핑으로 얹고서 흔한 삼각관계 연애담이 진행됩니다.



- 제목도 그렇고 위의 내용 요약도 그렇고... 딱 보면 아시겠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겉모습부터 뼛속까지 흔한 '일본 청춘 연애질 환타지 망가'의 전형을 따르는 작품입니다. 그런 작품들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고 스스로 찾아서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까진 몰라도 그냥 무난하게는 볼 수 있을 거에요. 결말은 좀 허탈하지만 거기까지 흘러가는 전개는 비록 뻔할 지언정 '이 장르의 공식 안에서는' 꽤 탄탄하거든요. 바꿔 말해서 이 장르를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촉수 엄금.



- 저는 그냥 이 드라마가 재밌다기 보단 이 드라마의 주제와 내용이 따로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재밌었습니다.

 사실 되게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건전한 드라마입니다. 적어도 제작진은 그렇게 생각하고 만들었으며 자기들 나름대로는 꽤 노력도 했다는 게 분명해요.

 여고생들이 주인공인 일본 드라마이지만 이 분들의 몸을 섹시하게 훑는 변태적 시점 같은 건 한 번도 안 나옵니다. 그냥 노출 장면 자체가 없구요. 섹드립도 없습니다. 게다가 그 와중에 또 작품의 주제가 '외모만으로 사람 판단하고 괴롭히는 건 정말 나빠요' 거든요. 계속해서 못 생겼다는 것만으로 사회 생활을 차단 당하고 자신을 드러낼 기회조차 받지 못 하는 주인공의 수난을 보여주며 건전하고 아름다운 교훈을 전달합니다. 그렇습니다만...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야? 결국 예쁘게 태어나는 게 짱이라는 거네. 잘 생긴 게 최고야! 매일매일 새로워!! 

 

 극중 빌런이 막판에 내뱉는 대사 중에 '애초부터 예쁘게 태어나서 편하게 자란 니놈들은 그렇게 쉽게 올바른 말 따위나 내뱉으며 착한 사람까지 될 수 있겠지!' 라는 게 있는데... 결국 우리의 예쁘고 잘 생긴 주인공 3인방은 끝까지 딱 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상처받고 번뇌하다 마지막엔 득도까지 해서 스스로 멘탈을 부여잡는 고행을 거쳐가는 건 어디까지나 '원래 못 생기게 태어난' 빌런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엔 우리 예쁘고 잘 생기고 착한 아이들의 온정의 손길이 필수적이죠. '외모로 사람 차별하는 건 나빠요'로 시작된 교훈이 '그러니까 잘 생긴 애들은 못 생긴 애들 구박하지 말고 잘 챙겨주세요, 못 생긴 애들은 자괴감 빠져서 찌질해지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세요'로 끝나는 겁니다.

 말하자면 못 생긴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랄까요.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걸 교훈이자 해결책이라고 던져주는 건 너무하지 않니... 라는 느낌.


 게다가 내용상으로 이런 전개에 대한 알리바이까지 깔아 놓거든요. 예쁘고 잘 생긴 주인공 3인방은 애초부터 그 못 생긴 애를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도우려 했었다든가. 못 생긴 우리 빌런찡은 자기 연민이 쩔어서 그런 손길을 스스로 거부했었다든가. 예쁜 애가 못 생긴 애 몸 속에 들어가서 열심히 살면서 보여지는 모습들도 '애초에 빌런찡의 멘탈이 문제였던 것'이라는 의미로 귀결이 되구요. 애시당초 착한 애들은 다 예쁘고 잘 생긴 걸로 설정한 시작 부터가... ㅋㅋ


 하긴 뭐 생각해보면 이쪽 주제로 전설의 레전드였던 '미녀는 괴로워'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야기였죠. 그거 보면 결국 모태 미녀 캐릭터가 알고 보면 겉보기처럼 나쁜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건강하고 강력한 멘탈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지잖아요. 반면에 주인공은 변신한 후에도 찌질한 멘탈 부여잡고 개고생하고(...)



- 암튼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전형적인 일본 환타지 연애물입니다. 그냥 그 장르를 생각하면서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완성도는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안에 진지하게 받아들일만한 내용은 거의 없고, 평소 외모 차별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오신 분들에겐 코웃음이 나오거나 심지어 혐오감이 들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 뭐 정말 아무런 기대 없이 봤고, 또 이런 장르물은 워낙 오랜만에 본 거라 그냥저냥 봤습니다만. 전체 6화 중 5화와 6화는 '10초 빨리 감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건 밝혀둬야 할 것 같습니다. ㅋㅋㅋ

 


- 사족으로. 이런 장르의 경우엔 아무래도 캐스팅,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배우들의 비주얼(...)이 중요한데요. 여주인공 두 명의 경우엔 되게 훌륭한 편입니다. 예쁜 애의 경우엔 정말 예쁘면서 표정에 따라 못 되고 성질 더러운 느낌도 잘 드러나서 괜찮았고. 악역의 경우에도 음침한 비호감 느낌 & 귀엽고 호감 가는 느낌을 둘 다 적절하게 잘 표현해서 보면서 좀 감탄했습니다. 실제로 10대인 배우들인데 둘 다 연기력도 괜찮았어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

 반면에 남자 주인공들은 좀... 특히 '알고보면 따뜻한 냉미남' 역할 배우가 비주얼도 연기도 자기 역할을 못 살려서 좀 애잔했습니다. 찾아보니 쟈니스 주니어라는데 나이가 28세인가 29세인가 그렇네요. 차라리 이보다도 덜 잘 생겼어도 나이라도 좀 역할과 비슷하게 맞는 배우가 했음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냥 딱 봐도 나이 먹은 사람이 교복 입고 고등학생인 척 하는 티가 나서(...)



- 뭔 의민지도 모르겠으면서 유치하고 난해해 보이는 저 제목에 대해 찾아보니 의외로 의미가 있는 제목이더군요. 일본 민담 같은 건가 본데 쏙독새가 못 생기고 이름도 구리다고 온 세상에서 왕따 당하고 심지어 해와 달에게까지 버림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 야한 것도 없고 심한 폭력 장면도 안 나오지만 등급이 청불인 이유는 아마 투신 자살 장면 때문일 겁니다. 그게 영혼을 바꾸는 방법이라서 꽤 빈번하게 나오거든요. 근데 사실 굳이 뛰어 내릴 필요는 없는 건데 극중 인물들이 줄기차게 점프를 하는 건... 이유를 모르겠네요. 원작자(원작이 만화입니다)가 투신에 로망이라도 품고 있는 변태였던 걸까요;



 - 그러고보니 궁금해집니다. 안 예쁜 사람들을 두 번 죽이지 않으면서 외모 차별에 대해 올바르면서도 깔끔하게 다룬 이야기는 뭐가 있을까요. 분명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하게 쓰이는 소재인데 딱히 그 중에 '모범'으로 떠오르는 작품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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