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쌩뚱맞은 걸그룹 AOA 잡담

2019.09.20 11:00

로이배티 조회 수:1534

 - 네. 제목엔 쌩뚱맞다고 적었지만 요즘 장안의 화제이자 Djuna님이 욕 먹고 있다는 '그 무대' 때문에 적는 글 맞습니다. 그런데 적는 와중에 룽게님께서 바로 아래 글로 저를 저격하셔서 뭔가 좀 상황이 민망해졌지만. 뻘글이나마 적는데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올려 봅니다. ㅋㅋ



 - 글 적으려고 확인해보니 이 분들 데뷔가 2012년. 벌써 7년이나 됐네요.

 아이돌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면 대부분 기억하시겠지만 원래는 밴드 컨셉 걸그룹이었죠. 회사가 FT아일랜드나 씨앤블루 같은 밴드 아이돌로 성공한 회사이다 보니.

 그냥 밴드 그룹은 아니었고 희한하게 '트랜스포메이션' 어쩌고... 라는 남부끄러운 이름을 달고 어쩔 땐 밴드로, 어쩔 땐 걍 댄스 그룹으로 활동하는 괴이한 컨셉이었습니다.

 혹시 밴드 모습이 궁금하시면 이런 영상을 한 번 보시면.




 - 반응은 그냥 망이었습니다. 멤버들 비주얼은 잘 뽑았다는 평이었지만 팀 컬러라고 내세운 게 너무 괴악해서 차별화된 개성이라기보단 그냥 학예회 촌극 느낌이라.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던 회사가 결국 밴드 컨셉은 내다 버리고 (그래서 밴드 활동 때만 등장하던 드러머 멤버는 영원히 빠이빠이) 섹시 컨셉 걸그룹 외길을 가기로 결정한 후 당시 최고 히트 작곡가이자 야시시한 컨셉 걸그룹 노래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던 용감한 형제에게 곡을 받아 내지른 게 바로 '빨간 치마'였고 이 곡으로 드디어 남성팬들 위주로 반응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뭐 그 후로 한동안은 탄탄대로였죠. 계속해서 용감한 형제와 손 잡고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같은 노래를 히트시키며 꽤 안정적인 그룹으로 자리를 잡았으니까요.

 다만 그 와중에 좀 한계가 있었다면... 이 시기의 화려한 음원 성적들에 비해 팬덤이 약한 편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팔았던 기록이 사재기 논란을 딛고(?) 기록한 초동 2만장 정도인데 뭐 이 정도면 '인기 걸그룹'으로서는 거의 간신히 턱걸이 수준이라. 그리고 애시당초 좀 노골적인 섹시 컨셉으로 뜬 경우라 남성팬이 많았고 여성팬은 적은 가운데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편이었습니다. 근데 이 바닥에서 오래 가려면 일단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야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그리 길게 가기는 힘들어 보이는 팀이었죠.



 그리고... 그 다음 얘기들은 뭐 별로 재미가 없는데.

 그냥 기획력이 부실한 회사의 아이돌이 뜨다 말고 가라앉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줬습니다. 재미 없는 이야기라 간단히 요약하고 넘어가자면.

 설현이 떠서 광고 찍고 영화, 드라마, 예능 찍느라 바쁜 동안에 그룹 활동이 뜸해지며 다른 멤버들이 방치되기도 했었고. 용감한 형제의 곡빨에 거의 전적으로 의지해서 성공했던 그룹인데 마침 그때쯤 용감한형제의 전성기가 저물어가고 있었구요. 그 와중에 몇몇 인기 멤버들이 역사 상식에 대한 무지로 대차게 까이면서 이미지 나빠지고, 코어 팬덤의 핵심이었던 멤버가 탈퇴하고, 트와이스 레드벨벳 여자친구 같은 현재 대세 그룹들이 줄줄이 데뷔하고... 그러는 가운데 별다른 전기는 찾지 못 했고 추가 탈퇴까지 나왔구요.

 그렇게 그냥저냥 잊혀져가는 망한 그룹화 되어가던 터에 2018년. 이때 쌩뚱맞은 사건이 터지면서 팀의 운명이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합니다.



 그게 뭐냐면 바로 그 유명한 양예원 사건입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초 커뮤니티에서 양예원 사건은 '초짜 시절 쉽게 돈 벌려고 찍은 야한 사진이 유출되자 본인 이미지와 명예 지키려고 죄 없는 사람을 무고한 사건'이라는 게 진실인 걸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그리고 이 때 sns로 양예원 지지 의사를 밝혔던 jyp 수지는 그걸로 지금까지도 까이고 있는데, 이 때 수지처럼 대놓고 글을 올리진 않았어도 좋아요 한 번으로 소심하게 양예원씨 지지 의사를 밝혔던 걸그룹 멤버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설현입니다.

 그리고 이후로 또 여성 비하 논란이 있었던 연예인들의 sns를 언팔로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설현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미지가 (본인은 인터뷰에서 '그냥 팔로우가 너무 많아서 정리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만) 생겨 버렸죠.

 그래서 이후로 남초 커뮤니티에선 AOA의 이미지는 바닥이 되었으나, 그 반대 급부로 자연스레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데뷔 이래 한 번도 없었던(...) 격한 호감과 지지의 분위기가 조성이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타이밍에, 1년 4개월의 공백 후 엉덩일 흔들어봐! '빙글뱅글'이라는 신곡을 내놓았는데... 이 곡의 흥행에 바로 이 'AOA 페미니즘 논란'이 영향을 주게 되죠. 결론적으로 앨범 판매량은 여전히 하락했는데, 여성들의 지원 사격으로 음원 성적을 선방을 했어요. 그리고 이런 사정이 또 화제가 되면서 AOA는 남초에서는 그냥 대놓고 버린 그룹으로 취급 받게 됩니다.



 근데 이 와중에 소소하지만 나름 AOA 역사에선 중요한 촌극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회사에서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얼마를 넘기면 서비스 영상을 업로드하겠다'는 이 바닥의 흔한 이벤트를 걸었는데, 그 서비스 영상의 내용이 '안무 영상 수트 버전' 이었던 거죠. 여기까진 급증한 여성들의 수요를 반영한 평범하게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였는데... 문제는 그 결과로 나온 영상이었습니다.


(아래에 이유가 나올 텐데 공식 영상은 아닙니다.)


 이게 어디가 수트... ㅋㅋㅋㅋ

 그냥 평범한 야한 복장(?)에 수트 삘을 입혀 놓은 차림새였고. 당연히 기대했던 여성들은 실망해서 비난의 댓글을 달아댔고 상황을 지켜 보던 남성들은 낄낄거리며 AOA와 페미니스트들을 조롱하는 댓글들을 달아대고.... 결국 기분 좋게 팬서비스 하겠다고 만든 영상으로 지지층(?)에게는 실망과 빡침을, 안티층에게는 기쁨을 안겨준 채 회사는 공식 채널에서 이 영상을 삭제해 버립니다.


 그리고 이게 AOA의 공식적인 최근 활동이었고, 이후로 또 1년이 넘게 푸욱~ 쉬다가 이번에 그 '퀸덤'에 출연하게 되었고, 바로 '그 무대'를 선보이게 된 겁니다.




 결국 이게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네요.


 이 무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거죠. 양예원 사건, 설현의 sns, 온라인상의 성대결과 그에 따른 지지층의 변화, 그리고 한 번의 폭망 이벤트.

 그 모든 상황이 종합되어서 나온 결과가 화제의 저 무대입니다.


 이 프로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방송 컨셉상으로는 그룹 멤버들이 스스로 기획해서 무대를 꾸미는 거라는데, 사실 전 그런 거 안 믿는 사람이라 그냥 요즘 데리고 있던 그룹들이 온통 다 노화(?)와 구설수로 망해버려서 밥줄이 위태로워진 회사측에서 모처럼 괜찮은 기획 한 번 해낸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무대 연출의 주체가 누가 되었든 간에 과연 이 팀이 그동안의 컨셉을 완전히 버리고 저런(??) 컨셉으로 전환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또 이번 무대로 팀의 지지층과 안티층이 정말 확고하게 결정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다시 예전 컨셉으로 돌아가기도 힘들 것 같고.

 어쨌든 현재의 5인 멤버는 올해 기본 계약 7년을 채우고 재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겠죠.


 그게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최소한 다음 한 번의 컴백은 지켜볼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재밌어요. 거의 확실하게 수명이 다 한 상태였던 그룹이 이렇게 이벤트성 무대 한 번으로 뜨겁게 주목을 받는 상황 같은 건 아이돌판에서 흔한 일이 아니라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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