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작년이후 오랜만에 집에 대한 글을 써 봅니다.  나름 이것 저것 읽어보고  꽤 생각한 끝에 가진 확신으로 당시 상황에서 집값에 관련해 미래에 일어날 상황을 적어보았습니다.  분명한 확신이 있었지만 꽤 장기적인 전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저의 생각이 금방 현실화 되어서 스스로 놀랐었어요.

 

2. 집권기간 내내 집값이 오른 것으로 참여정부가 욕을 먹었고, 집값 상승의 기대로 이명박이 집권하였다면,  이명박의 집권기엔 집값은 시들하고 전세값은 아주 오랬동안 불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옛날 글에서 집값이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신호로 집값은 내리거나 보합인데 전세값은 오를 거라는 예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집값과 전세값의 차이(스프레드)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Call Option)을 구매하는 것으로 해석하였읍니다.   2000년대 내내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동안 전세값은 그닥 오르지 않았고 매매가는 계속 오르기만 해서 집값과 전세값의 차이는 매우 넓어졌습니다.   즉, Call Option 가격(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비싸지는 것이지요.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서 전세가 오른다는 것은 집값과 전세값의 차이(스프레드)가 줄어든다는 것이니 Option Premium이 싸진다는 얘기고, 그것은 주택 시장 참여자들의 집값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신호이지요.   

 

3. 전세라는 제도는 전세 자체가 Put Option (집값이 내리는 경우에 대한 보험)의 성격이 있습니다.  Put option이란 자산의 가격이 얼마든간에 Put Option 매도자가 Put Option매수자에게 그 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줘야하는 의무를 의미합니다.  즉 집값이 향후 오르던 내리던 간에  집주인(Put Option 매도자)이 세입자(Put Option매수자)에게 당초 계약한 전세금을 돌려 줘야합니다.   3억하는 집에 2억에 전세들어갔으면, 그 집이 1억이 된다고 하더라도 세입자는 시세와 관계없이 2억을 돌려 받습니다.  그러니 Put Option매수자는 집값의 움직임에 관계없이 2억원을 보장받습니다. (물론 그 집값이 심하게 빠지고 집주인이 그 돈을 써버렸다면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오겠지요).

얼마나 좋은 제도입니까!  집값과 관계없이 내 자산가격이 보장되다니!

 

4. 2000년대 내내 집값은 오르는데 전세가는 별로 안오른 현상은 집값의 상향 변동성이 크니 Call Option 프레미엄이 비싸진 것입니다.  반면 2010년대가 되니 반대로 집값은 않오르는데 전세값만 오르는 것은 집값의 하향 변동성이 커 보이니 Put Option 프레미엄이 비싸지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사실 전세값은 점점 올라가지만 집주인의 입장에선 그 전세를 받아봤자 별 실익은 없습니다.  은행에 넣어봐도 수익율은 보잘 것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집을 사서 5억에 전세줘서 은행에 넣으면 은행금리 4%감안시 수익율은 2%밖에 안됩니다. 6억으로 올려도 3%네요.  7,8억짜리 전세가 내는 입장에선 큰 돈이지만 받는 입장에서 그냥 은행에 넣어봤자 월 250만원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습니다.  이 수익을 내려고 전세를 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그러니 시장에서 전세공급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요.    

 

5. 전세제도는 집값이 꾸준히 증가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존립하기 어려운 제도입니다.  최근 전세가가 오르는 것을 시중 금리가 내려서 이것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기사도 나오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리가 아주 낮아지기 시작한 건(imf이후) 10년이 넘었는데 왜 요즘에만 전세가가 오를까요? 그리고 왜 집주인들은 그런 낮은 수익율을 감수하고 전세를 주었을까요? 그것은 전세금을 받은 집주인이 은행 예금을 한 것이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을 노리고 다른 집에 대한 투자 또는 그 집에 대한 투자(Principal Investment)를 해왔고, 이러한 투자에 대한 수익이 과거 지속적으로 매우 높았기 때문에 전세제도는 반백년이 넘게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향후 주택가격이 장기 약세를 보인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생기게 된다면 전세제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게 장기적으로 집값이 약세였던 90년대 말, 그리고 지금입니다.

 

6.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될 것이고,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택보유자 입장에서 주택은 과거 자본차익을 노리는 투자 대상에서 이제는 고정수입을 가져다 주는 Fixed Income 상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고, 그 결과로 반전세와 전세값 폭등이 일어난 것입니다.   종이신문에서 맨날 말하는 서울의 주택공급이 어쩌구는 ~... 그냥 헛소리입니다.  주택공급이 부족한데 서울시내에도 왜 미분양이 널려 있나요?    

 

7. 지금의 주택시장상황에서 집값의 약세가 시장 컨센서스이니 Put Option(전세)가격이 오르는 건 매우 당연합니다.   포탈같은데 들어가보면 전세값이 오르니 집값이 오른다, 올랐다는 기사들이 잔뜩 올라와 있는데, 정말 해도 너무 (사람을 속여먹는다는)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시장에서는 전세가 얼마가 오르던 올려주는게 나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전세값이 올라서 약 오른다고 대출받아서 그 집을 사버리는 건 별로 좋은 생각(적어도 금전적인 면에서는)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맨날 이 정부에서 나온 전세대책이 매매를 활성화 시켜 전세값을 안정시킨다는 얘기는 일면 일리가 있습니다. 집값이 오른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전세에서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할 것이니 전세수요가 적어질 것이고, 수요 공급 차원에서도,  가격의 상승이 예상되니 put option(전세)가격이 내리게 되겠죠.  그런데 정부가  내려가는 자산가격을 올리게 할 수단이 있나요?

 

8. 지금처럼 전세가격이 마구 올라가는 시점에서 그거 받아봐야 별 도움이 안된다는 집주인쪽의 입장은, 서민들 입장에선 잔인하게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집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는 사람들에겐 지금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집값이 오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겠지요.  암튼 빚내서 집사는 일은 하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지금 전세값이 오르는 건 Call Option Premium이 싸졌다는 얘기가 아니라 Put Option Premium이 오른다는 해석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PS) 한 3년전쯤쓴 제글에 2000년이후의 집값상승에 대해 전부 버블일 뿐, 10년간의 상승을 언젠가는 모두 반납하고 참여정부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회귀할 것이라고 주장하던 분이 계셨습니다.  참여정부 이전의 집값 수준이라면 강남의 33평 아파트가 3억,3억 5천 정도 할 때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강남 아파트가 그 가격이 될 일은 별로 없어보입니다.   2000년대 중반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거품이 상당부분 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주택상승엔 분명한 펀더맨탈이 있었습니다.  지금 집값이 장기적으로 빠진다는 예측 역시 거품이 꺼지는 부분보단 펀더맨탈이 변한다는 측면이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유동성의 광풍에서 그 욕을 먹으면서도 이정도로 선방한 참여정부에 진심으로 경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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