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은 백종원 레시피 중에서 뭘 좋아하시나요? 저는 부추달걀볶음과 감자 고추장찌개를 좋아합니다. 둘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아요. 고추장 자체에 물엿이 들어가기는 하지만서도. 제가 이거 만들어서 맛없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감자 고추장찌개 레시피에는 국간장 다섯스푼, 참치액젓 한 스푼이 들어가는데, 이걸 국간장 네 스푼, 참치액젓 두 스푼으로 하면 제 입맛에 더 잘 맞아요. 사람들에게 야채먹이느라고 애먹는데 두 메뉴 다 야채가 들어가죠. 설탕 들어가는 메뉴로는 백종원 골뱅이 무침을 만들어봤는데, 손님들이 참 좋아하더군요. 저같은 사람에게 백종원 레시피는 고마운 도움이예요. 요리가 제 인생의 목표도 아니고, 어디서 요리를 따로 배운 것도 아니고, 매번 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한국 같이 한식 식재료 조달이 쉬운 것도 아닌데, 매 끼니 가장이 지고의 맛을 즐기게끔 집밥을 만들어낼 순 없어요. 그저 김치찌개 된장찌개 감자 돼지고추장 찌개 꽁치조림 오무라이스 정도 돌려가며 만들어다 바치는 수준이죠. 직장인이 함바집 흉내내는 정도예요. 


저는 그래서 백종원씨의 레시피, CJ와 오뚜기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발 더 간편식 많이 만들어주십사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오뚜기 인스턴트 야채죽에 계란 떨어뜨리면 맛있다는 거 아시나요? 오뚜기 카레가루는 닭날개 조림에도 쓸 수 있구요. CJ 햇반을 출시한 매니저 분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인스턴트 국, 햇반의 출시는 많은 주부들의 삶을 개선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2. 2002년 4월 23일에 김규항씨는 '그 페미니즘'이란 글을 써서 한국 사회의 주류 페미니즘이 다른 사회적 억압, 예를 들어 계급 문제에 대해 무심하다고 썼죠. 그는 또한 여기서 자본주의가 가부장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인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본주의가 가부장제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부장제의 기본 단위인 가족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기본 단위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좋은 여성’의 실제 임무는 오늘 노동력(남편)을 뒷바라지하고 다음 세대의 노동력(자식)을 양육하는 것이다. 자본은 남성에겐 노동의 일부라도 지불하지만 그들을 노동할 수 있게 뒷바라지하거나 양육하는 여성에겐 한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자본의 입장에서 ‘좋은 여성’이란 얼마나 유익한가.


그런데 자본주의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아요. 저건 가부장제가 작동하는 방식이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예요. 자본의 입장에서는 교육받은 여성이 집안에서 살림하고 있는 게 손해입니다. 교육투자에 대한 댓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가부장제란 문화야 말로 자본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걸 막고 있습니다.  


게다가 금융 자본주의 (financial capitalism)는 여자를 포함한 개인을 점점 가족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 있어요. 예전에는 가족을 꾸려야하고 자식을 낳아서 노후에 자기를 보살펴줄 청장년의 사람을 만들어야했죠. 하지만 이제는 연금, 보험, 트러스트 등이 생겨났어요. 이런 금융상품들이 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것들입니다.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만들어서 교육투자를 하는 게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꾸리지 못하게 만드는) 리스크를 높이는 선택이 될 수도 있게 된 거예요. 더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야하고, 엄마 임금이 깎이거나 ('mother penalty') 경력단절이 생기죠. 받이런 상황에선 결혼이나 출산이 일종의 사치품이 되죠. 자본주의는 가족이 없어도 살 수 있게끔 리스크를 줄여줘요. 이 경우 자본이 보는 '좋은 여성'의 임무는 남편을 뒷바라지 하고 다음 세대의 노동력을 양육하는 것이 아니예요. 더 많이, 더 오래, 가능하면 은퇴없이 죽기 직전까지 자기가 최대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되는 것이예요. 


아 물론 다른 노동력을 서포트해주는 돌봄노동까지 해주면 고맙겠죠. 하지만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건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아니예요. 경제적으로 본다면 자기 시간에 가장 값을 높게 매겨주는 일을 해야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해야합니다. 원래 자본주의 원칙대로라면, 일하는 여성들이 가사도우미 쓰는 걸 장려해야해요. 일자리도 만들고, 낙수 효과 생기고,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로 설명 가능하죠. 그래서 가전제품은 가장 좋은 걸 사야하는 거고, 그래서 LG와 삼성의 미래는 곧 가사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가전 제품 개발에 있다고 저는 보고 있어요. 


3. 영화 이야기 조금. 'Destination Wedding' 봤어요.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외양은 멋있지만 성격적으로 결함있는 중년으로 나와요. 프랭크와 린지는 결혼식에 초대받죠. 프랭크는 어머니 의 권유 때문에 사이가 나쁜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야하고, 린지의 옛 연인 (바로 그 남동생) 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통이 크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Destination wedding은 평소에 사는 주거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것인데, 참석자들도 스케줄을 여러날 빼야하기 때문에 큰 행사죠. 키아누 리브스 연기 참 안 느네요. 멋지게 생긴 두 사람 얼굴 보고 시간 보내기에는 캐릭터에 매력이 없더군요.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를 다시 봤어요. 소감은 이렇습니다. 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저렇게 예뻤었나? 아니 갈 수록 예뻐지잖아! 마지막 편 '브레이킹 던'은 설정이 작위적이고 낯간지러웠지만, 그래도 시리즈를 마감한다는 의미에서 봤습니다. 부유하고 쿨하고 멋진 시댁, 영원한 청춘, 육아 안해도 되는 아이, 무료로 내니/보디가드 역할을 해주는 잘생긴 늑대 청년, 잘생기고 초능력을 가진 남편을 다 때려붓다보니 갈등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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