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은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하며 주 6일 근무한다는 뜻입니다. 

관련 이슈에 대해 잘 정리한 보도 링크는 —>

https://www.ajunews.com/view/20190404135107635


중국 젊은 네티즌들이 위와 같이 노동자들을 쥐어 짜는 996에 반기를 들었으나 찻잔속의 태풍급도 못되었는데 

이 논란에 마윈이 기름을 부었어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996 지지발언을 해버린 것입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007도 가능하다’라나 뭐라나

예를 들자면 그 전에는 중국인민 중 1%정도만 관심을 갖고 참여하던 논쟁이 30% 정도 급이 되버린거죠. 

중국의 SNS 에서나 거론되던 이슈가 인민일보같은 메이저 미디어에서 언급하는 사안이 되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마윈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 논조였구요.  

유력 언론이 비판을 하자 마윈은 금방 꼬리를 내리고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를 시전하였지만

이미 늦었어요.  이제 중국 젊은이들에게 마윈은 996의 마귀가 되버린거 같아요.


중국의 초고속 성장기, 특히 IT분야에서의 폭풍 성장 시기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996 근무를 했었다는 전설이 있어요.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샤오미입니다.   그런 성장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이 경기하향국면에서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수단으로 996이

악용되면서 반발을 초래하고 있었는데 마윈이 “젊어서 고생은....” 타령을 하고 있으니 젊은이들이 더 열받는거죠.


사실 성과가 있건 없건 보상이 충분하건 아니건 996은 야만적인 노동환경입니다. 

위 링크에서 소개된 안티 996 단체의 이름도 그래서 996 ICU - ‘996으로 일하면 중환자실로 실려간다’ 는 뜻 - 이라고 하죠.


그런데 지금 문제는 고속 성장기를 이미 지나 경기하강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보상과 성과 조차 보장이 안되요.

게다가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계에서도 기존의 대기업, 대자본들이 거대한 둑을 형성해버려서 고인물이 되버렸고

이젠 996은 그냥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갈아 이윤을 짜내는 자본가들의 저주가 되버린지 오래입니다.


왜 이런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을까? 그것도 까라면 까야만 할거 같은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사실 중국은 IT 업종이 새로운 산업이라며 뻘짓을 해서 그렇지  다른 업종에서는 ‘칼퇴근 문화’가 디폴트 값이었어요.

지금은 덜하지만  십수년전 어쩌다 만나게 되는 한국 기업가들의 공통된 불만이 ‘중국애들은 시간 되면 인사도 안하고 사라진다’는 거에요.


중국에선 ‘야근’이라고 안하고 ‘加班’ 이라고 합니다.  밤에 일한다고 얼렁뚱땅 하는게 아니고 일상에서도 정확히 ‘추가근무’라고 하는거죠.

멋지지 않아요? 이거에 적응 못하고 징징대던 한국기업인들과 달리 유럽이나 북미 기업들은 그냥 자기들 나라에서 하던 대로 하고....


그런 상황이니 안티 996 운동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웃기는건 관영 매체나 다름 없는 인민일보는 마윈을 비판하는데

샤오미는 자사 브라우저를 통해 996 ICU  안티 996 운동단체 사이트 접근을 차단해버렸어요.

역시 996 같은 빻은 짓의 원조 답죠?


현재 안티 996 운동에 대해 80년대생 즉 현 중국 신경제 시스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세대는 대 놓고 비아냥 거리거나

속으로 욕을 합니다.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업체 사장이라면 주로 속으로만 욕하거나 자기 직원들에게만 징징 대고

게다가 80년대생 사업가들에게 마윈은 신화적인 인물이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성경 구절’이에요.


이게 자칫 세대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사태가 커지게 되면 공산당이 본격적으로 개입을 할거 같은데

현재는 은근 젊은 세대들의 눈치를 보며 마윈을 까고 있지만 996이라는 불법 노동에 대해 수년간 눈을 감아 온 놈들이라

무슨 뻘짓을 할지?  믿음이 별로 안가요.


이번 996 논쟁을 지켜 보면서 드는 생각은 중국의 전방위적 언론통제와 인터넷 검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세대인 90년대~2000년대생들의 의식은 중국 기업가들과 정부당국의 수준이 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간극이 있다는거

이제 중국의 화약고는 소수민족 자치구가 아니라 성장 정체기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더 나은 삶에 대한 추구를 기존 체제가 담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 자주 가는 쇼핑몰이 있는데 갈때마다 수백명씩 줄을 서는 식당이 있어요.  과장이 아니라 수백명입니다.

 무슨 길거리 맛집도 아니고 쇼핑몰 식당가에서 이런 장면은 매우 보기 드믑니다. 

 그런데 충격적이었던건 그게 ‘일본 라면집’이라는거에요. 그냥 일본라면집도 아니고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인기라는 

일본 망가 캐릭터로 도배되어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안티 996 운동도 그렇고 중국에서 뭔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고 있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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