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락다운 일기...(걱정)

2020.04.11 02:59

안유미 조회 수:612


 1.짜장면을 먹으면 다음 끼니엔 짬뽕을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인생도 그래요. 욕망을 실현하며 살다 보면 잠재력을 실현해 보고 싶어지고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다 보면 또다시 욕망을 채우며 사는 방탕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지죠.



 2.하지만 나이가 들면 잠재력은 사라지고 욕구는 흐릿해져요. 강하던 식욕도...강하던 성욕도...엄청나던 활발함도 열화되어 버리죠.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던 마음도, 여자를 그렇게 밝히던 마음도, 소음을 유발해 주위를 시끄럽게 만들고 싶던 마음도 사그라드는 거죠. 매일 놀던 사람도 언젠가는 일주일에 이틀은 쉬어야 하고, 더 시간이 지나면 하루 놀면 하루 쉬어야 하는 몸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욕망을 채우는 것...잠재력을 실현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마음도 점점 없어지게 되죠. 나는 욕망을 채우며 살아가는 게 행복한 사람인지 아니면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 나의 행복인지...이런 물음도 별로 중요하지가 않아져요.



 3.물론 나는 아직은 그런 시기가 아니예요. 아직은 욕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욕망을 실현해주는 리소스가 부족해서 불만인 시기죠. 하지만 며칠씩 외박하다가 돌아와 몸이 약해진 날에 누워서 생각해보면 '여기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매일 이런 기분을 느끼고 이런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그 때를 위해서 보험삼아 가족을 만들어놔야 할까요? 노인이 되어버리면 가족이 필요할 테니까요. 음 하지만 역시 아니죠. 노인이 된 나에게 필요한 건 죽음뿐이겠죠. 그 편이 깔끔하고 좋아요.



 4.휴.



 5.어쨌든 요즘은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곤 해요. 사실 요즘의 나는 '이 순간이 지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정도의 생각을 늘 하며 살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의 시기가 지나가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지 알수가 없어요. 돈이 없었던 시기는 있었지만 욕구가 없거나 건강이 없던 시기를 겪어본 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그래서 노인이 되면 절망적인 기분으로 살지...아니면 진짜 죽음을 선택할지, 그것도 아니면 의외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잘 다니면서 살지 알수가 없어요. 언젠가 젊음과 기력을 잃고 노인이 되면 매우 절망적일 거다...라는 건 지금의 생각에 불과하긴 하죠.



 6.어쩌면 재력의 문제일지도 모르죠. 50먹은 이주노가 클럽에 가서 여자들에게 들이대서 욕먹었지만 비슷한 나이의 양현석은 어떻게 놀아제껴도 범죄만 안 저지르면 욕먹지 않던 것처럼요. 한데 두 사람의 차이는 권위뿐이거든요. 충분한 권위를 가졌는가 아닌가가 사람들의 인식을 결정하는거죠.


 바꿔말하면, 노인이 된 뒤에 어렸을 때와 똑같이 행동하면서도 사람들 입에서 '저 녀석은 저 나이 먹고 왜 저러는거야?'라는 소리를 차단하려면? 지금의 몇 배는 되는 재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예요.


 내가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그것일지도 모르죠. 노인이 되는 것 자체가 아니라 노인이 된 뒤에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요. 그럴만한 무언가를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7.오늘은 새로운 곳을 개척해 볼까 하다가...그냥 안전한 곳에 가서 놀고 왔어요. 어쨌든 다음주까지는 거리두기를 실천해보고 그 다음에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볼까 하는 중이예요.


 한데 몇 명의 환자가 수천, 수만명의 환자로 불어나는 게 코로나인데...방역을 잘 해봐야 이 병은 몇 명의 환자가 또다시 수만명으로 불어날 수 있는 병이란 게 걱정된단 말이죠. 정말로 완전히 환자수가 0이 되던가 치료약이 나오던가 둘 중 하나는 되어야 끝날지도......


 어찌됐든 약 1주후에는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할 텐데 그때쯤엔 반팔을 입게 되겠네요. 그랜드머큐어에서 번개나 한번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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