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선이 끊어질 것 같네요.

2020.03.31 13:49

가라 조회 수:1379

하하... 휴..
아무래도 저는 리더십은 없나 봅니다.
결국 팀원이 방출 시켜달라고 하네요. 

1.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 친구가 있던 팀이 없어지고, 그 업무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저희 팀으로 넘어왔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으로 발령받았는데 저희 팀은 근무지는 지방 공장이지만 전사를 커버해야 합니다. 서울서 출퇴근하던 이 친구는 지방 발령 받은 셈이죠.

업무 진행 방식이나 태도가 이사님 방식이랑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제가 팀장이 된 이후에는 결정권자 지시나 방식에 맞추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이 친구 말 버릇은 ‘내가 이전팀에 있을때는 이렇게 안했는데요’ 였습니다.

이전 팀의 이사랑 지금 저희 이사랑 누구 업무 방식이 옳은지는 절대적으로 가를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쪽 이사님 왈, ‘**이사는 짤렸고, 난 그 업무까지 다 맡았다’ 라는 말로 대신하더군요. 


2.
이런저런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일단 잦은 외근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집은 서울인데 근무지는 지방이니까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서울이나 수도권 업체들이랑 일정 잡고싶어 하는거 이해 합니다. 저도 이 동네로 완전히 내려오기 전까지 월요일 새벽에 내려오고 금요일 저녁에 올라가는거힘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시국 아닙니까. 회사 공식 지침으로 외근 자제, 화상회의 권장인데 이 친구는 ‘나는 만나서 이야기 해야한다’ 라면서 외근을 다녀요. 그것도 월/금에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지난번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터졌을때 그쪽으로 외근 나간다길래 안된다고 했더니 입이 댓빨 나오더군요. 너무 오바한다나?) 

고객서비스팀장이 지나가다 저한테 ‘*대리는 또 외근이야?우리는 고객이 불러도 못가는데, 너네는 그러다 코로나 걸려 오면 어쩌랴고 그러냐~’ 라는 말까지 비아냥 섞어서 할 정도 입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외부 미팅을 하는데 결과가 없어요. 물어보면 굉장히 두리뭉실 합니다. 당연하죠, 필요 없는걸 굳이 가서 만나고 오니까. 보통 업체랑 회의를 하면, 그전에 안이 몇번 메일로 오가고 조율 하다가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만나는건데, 오가는 안도 없이 가서 만나고 오니 결과물이 없을 수 밖에.

결국 이사님이 ‘앞으로 쟤 혼자 보내지 마라. 네가 같이 가라’ 라고 해서 제가 몇번 같이 갔습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너 못믿음’ 이라는 뜻이 되죠. 실무자끼리 회의 한다는데 팀장이 와서 지켜본다는거니...

같이 가면 그냥 의미 없는 인삿말이랑 두리뭉실한 말 한참 떠들다가 안은 메일로 주세요. 하고 끝납니다. 이걸 하기 위해 내가 금요일에 서울에 와야 하나... (당연히 이 친구는 회의 끝나고 집으로 퇴근)


3.
두번째는 거짓말/필터링입니다.
외부 업무를 잡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왜 금요일이야? 거기서 그날 밖에 시간이 안된대요. 
왜 서울이야? 거기가 바빠서 저희가 좀 와줬으면 한대요.
그런데, 그쪽 담당자한테 확인해보면 ‘어? *대리님이 올라오신다고 했는데.. 저희가 내려가도 됩니다. 내려갈까요?’, ‘*대리님이 금요일이 좋다고 하셔서 그날로 잡았는데요. 팀장님이 직접 오시게요? ‘ 라는 답을 받죠. 

물론, 이걸 제가 확인한다는건, 저도 이 친구를 못 믿는다는거죠. 이 친구 입장에서는 화낼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확인하게 만든게 바로 당신이잖소.

업무 진행을 할때도 본인이 결론을 내고 그 결론에 맞는 정보만 내놓습니다. 
이사님이 ‘이거 이상한데, 가팀장 확인해봐’ 라고 해서 확인해보고, 업체 담당자한테 연락해보고 그러면 여러가지 옵션을 다 빼고 본인이 결정한 것에 맞는 것만 저희한테 내놓는거죠. 

아니, 본인이 팀장이나 파트장이면 모를까.. 실무자가 결정권자에게 정보를 필터링해서 결정을 강요하는게 말이 됩니까. 이사님 왈 ‘*대리는 자기가 대리라는걸 인식시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대리가 이런걸 결정하고 다니냐’ 라고 하면서 저한테 뭐라고 합니다. 휴

물론, 이친구는 자기가 이 회사 10년 다녔고 이 업무가 몇년째인데 왜 실무자 결정을 못 믿냐라고 억울해 합니다만...저는 이 회사 더 오래 다녔고 이사님은 저보다 거의 두배는 더 다녔죠. 팀장이나 이사가 실무를 안해본줄 아나.. 


4.
다른 팀장이나 후배들이 가팀장, *대리 좀 잘 다뤄봐. 걔 좀콘트롤 좀 잘해. 걔 그렇게 하게 둘꺼야 같은 소리 듣는건 보너스 입니다.


5. 
하여튼 그래서 어제 둘이 커피를 마시며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진급하려면 적응 해야 한다. 상사 업무 방향에 맞춰야 하는거 아니냐. 버럭 하는 버릇 고쳐야 한다. 윗사람들이 이야기 하는데 한숨 푹푹 쉬면서 화 참는 동작 짓는 버릇 곤란하다. 상사가 지시하는데, 그렇게 일일히 지시할거면 전 이거 안할래요. (직접 하세요) 라는 늬앙스로 말하는 버릇도 고쳐야 한다. 여기가 학교냐. 이사님 짬에 대리 나부랭이가 '저 이거 안해요. '라고 하면 달래가면서 일 시키겠냐. 못 믿어준다고 억울해하지 마라. 신뢰는 얻는거지 누가 자동으로 믿어주는게 아니다 등등등...

결론은 자기 못 믿어주는거 억울하고, 자기 못 믿는 사람들 밑에서 일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냐 싶고, 자기 못 믿어 주니 일도 하기 싫다. 자기 못 믿을거면 다른 팀으로 방출하거나 업무를 바꿔달라고 합니다. 

이 친구의 착각이 자기가 일 굉장히 잘하는줄 알고, 자기 없으면 곤란해서 자기한테 손 벌릴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는건데..... 아니거든요.  아마 내가 일 안한다고 하면 곤란하니까 잡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나 일 안한다/못한다. 라는 말을 쉽게 뱉는거지요.

게다가 방출이라니...
10년동안 이팀저팀에서 사고쳐서 팀에서 방출당한게 두번이라 갈데없고, 진급도 밀리고 저쪽 팀장급 사이에 ‘쟤는 못받음’ 하며 경원시 되는 바람에 그쪽에 못 있고 지방 공장까지 밀려난건데?  모 팀장이 사람이 모잘라서 허덕이는걸 우리 이사가 ‘*대리 데려갈래?’ 라고 했더니 그쪽 팀장이 ‘아니요. 그냥 없는대로 버텨보겠습니다.’ 라고 딱 잘라 끊을 정도인데... 일을 잘하면 왜 팀장들이 안 받겠다고 손사레를 치겠어요. 본인만 자기가 일 잘한다고 생각하는거지. 나도 작년까지 하던 일이고.. 이사님도 실무자시절 하던 일인데, 왜 혼자 잘난척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팀에서도 이사가 방출 하겠다고 하면 받아주는데 없어서 강원도 물류창고나 갈까 싶은데 말입니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는게 저희 회사 사업장들의 특징..)

스플래시 데미지고 뭐고 그냥 이사에게 ‘저 얘 못데리고 있겠습니다.’ 라고 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 며칠 좀 두고보려고 합니다. 감정 가라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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