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에선 지금 북한이고 뭐고 관심없고 브렛 캐버노 (Brett Kavanaugh) 판사의 대법관 후보 지명에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2018년 7월을 마지막으로 기존 앤서니 케네디 (Anthony Kenndy) 대법관이 은퇴를 선언합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데 왜냐하면 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젊은 대법관을 지명하면 보수 혹은 진보 성향 판사를 몇십년 대법원에 박아넣을 수 있습니다. 특히 2016년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심장마비로 죽었을 때 오바마가 대법관 지명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공화당 원내 대표가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는 바람에 지명권을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게 뺏겼죠. 


그럼 링크한 시사인 기사의 '대법관이 내린 결정으로 본 정치성향'을 한 번 볼까요. 가장 보수적인 사람은 클라란스 토머스이고 가장 진보적인 사람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희망의 자서전'으로 유명한 미국 최초 히스패닉 대법관)로 되어 있습니다. 앤서니 케네디는 중도에 가까운 보수인데, 여기서 앤서니가 빠진 자리에 더 보수적인 인물을 집어넣으면, 중요한 안건이 생길 때마다 5:4로 보수적인 결정이 항상 이길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기록된 클라란스 토마스가 바로 아니타 힐의 증언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1991년 흑인 여성 변호사 아니타 힐은 직장 상사 클라란스 토마스의 성희롱/성추행을 고발했습니다. 클라란스 토마스는 자기가 흑인이라 민주당에게서 공격당했다는 주장을 했고, 아슬아슬하게 대법관이 되죠. 그러나 아니타 힐로 인해서 workplace sexual harassment란 개념이 드디어 미국 사회에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배경 설명이고... 이번에 지명받은 브렛 캐버노는 보수성향 판사인데, 조지타운 프렙스쿨 - 예일대 학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어머니는 메릴랜드 판사였으며 아버지 역시 변호사였습니다. 혈통적으로는 아이리쉬구요. 젊습니다. 50대예요. 주요 경력으로는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특검팀 (그 유명한 스타 검사 휘하)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8월 12일, 캐버노의 인사청문회 4일째에, 캐버노가 열일곱살 때 여학생을 강간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온 겁니다. 8월 16일에는 워싱턴 포스트가 그 여학생이 파올로 알토 대학의 크리스틴 포드 (Christine Blasey Ford) 교수라고 보도합니다. 8월 23일에는 데보라 라미레즈 (Deborah Ramirez)가 예일대 1학년 때 캐버노가 술자리에서 고추를 자기 얼굴에 들이대서 자기몸에 닿게 했다는 주장을 합니다. 같은 날 줄리 스웻닉 (Julie Swetnick)은 자기가 윤간당할 때 캐버노가 현장에 있었다고 발표합니다. 네번째 익명의 편지도 나와 있습니다만 그건 다루지 않기로 합니다. 


+ 조금 더 첨부하자면 두번째 고발자 데보라 라미레즈의 경우, 당시 예일대 학생들 중에서 어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해서 여학생이 울먹였다더라는 이야기를 파티 후에 들었다는 증인들이 있습니다. 세번째 줄리 스웻닉은 캐버노가 윤간 현장에 있었다고 하는데 캐버노가 강간에 가담했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지금 인신공격은 고발자 세 명 모두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 사건 모두가 강간이 아닙니다. 첫 두 건은 sexual assault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세 사건 모두 증거가 없습니다. 특히 첫번째 사건의 포드 박사가 날짜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게 법정으로 가면 도무지 유죄가 성립되지 않을 거라고들 예상합니다. 다만 캐버노의 고등학교 친구인 마크 저지 (Mark Judge)란 사람이 크리스틴 포드를 덮칠 때 현장에 있었다고 하기 때문에, 중요 증인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불러다 증언을 듣느냐 아니냐가, 공화당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겁니다. 


그런데 포드 박사가 3일전, 2018년 9월 27일에 청문회에 출석하여 증언합니다. 증언은 구체적이었고, 누가 봐도 너무나 완벽한 모델 증인이었습니다. 도저히 공화당이 무시할 수 없는 증인인 겁니다. 백인, 금발, 좋은 집안에서 자란 여성, 교외에 위치한 집과 아이들 두 명, 예쁘지만 지나치게 예쁘지도 않은 (*각주: 팜므 파탈같이 보이지 않음), 교수, 심리학자, 굉장한 이력서. 문화적으로 공화당 의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우리 중 일부 (one of us)'인 겁니다. 겸손하고 분명하게 답변했죠. 얼마나 모범적으로 증언했는가 하면, VOX에서 포드 박사와 캐버노의 답변을 그래프로 정리했을 정도입니다. 포드 박사는 모든 질문에 답한 반면 캐버노는 답변을 많이 피합니다. 정치적으로 보아 이대로 캐버노를 대법관이 되도록 밀어붙이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댓가를 치를 겁니다. 영국의 잡지 The Economist는 9월 27일 청문회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Ms Blasey’s testimony was too convincing to ignore. His performance was too intemperate and political. (블레이시 씨 (=포드 박사)의 증언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설득력있었다. 캐버노의 증언은 너무나 무절제하고 정치적이었다.)


* 이코노미스트는 친 시장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칼럼이 이해가 되요. temper가 있는 대법관은 시장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죠.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또 씁니다.


But the job he aspires to is a weighty one and his temperamental fitness for it—even setting aside Ms Blasey’s allegations—seems less certain than it did. (그러나 그가 열망하는 직위는 무거운 것이며 그의 성깔이 이 직위에 맞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 블레이시 씨의 주장을 따로 떼어놓고 보더라도 말이다.) 


이 사건은 미국사회에 상당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증언밖에 없는 성추행 건이 있다. 여기는 법정이 아니다. (*법정이었으면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을 것) 대법관 인터뷰다. 이 경우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 


공화당 상원위원 제프 플레이크 (몰몬 출신 엘리트)의 답은, '조사한다' 였습니다. 1주일 동안 FBI가 조사한다고 합니다. 1주일 갖고 무슨 조사가 되겠냐 싶기는 합니다. 하여간 여성표를 의식한다는 정치적인 제스쳐이긴 한 거죠. 


p.s. 80년대 미국 청년들 파티가 어땠는가에 대해서 조선일보가 배경설명을 했군요. 읽어보면 어떤 문화였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2. BBC에서 한국의 출산률에 대한 기사를 올렸습니다. 중간에 나온 그래프가 인상적이예요. 2065년에 한국 인구는 4천만명을 조금 넘게 된다는 것입니다. 2065년은 47년 후죠. 우리는 47년 후에 살아있을까요? 


https://www.bbc.com/news/stories-45201725


3. 요즘은 넷플릭스도 안보고 그냥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올린 짧은 동영상이나 보고 있어요. 러시아의 젊은 기타리스트 알렉산더 미스코는 연주하면서 동시에 튜닝을 합니다. 조지 마이클의 Careless whisper 을 이렇게 해석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YzgTMh21zhI


4. 브렛 캐버노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이게 아니었는데... 브렛 캐버노가 고등학교때 어떤 인물인가를 보여주는 증거로 고등학교 졸업앨범이 나왔습니다. 이 졸업앨범에서 캐버노는 자기가 Renate Alumnus라고 씁니다. Renate는 근처 가톨릭계 사립학교를 다니던 여학생의 이름이예요. 졸업앨범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어요. 


“You need a date / and it’s getting late / so don’t hesitate / to call Renate.” (데이트 상대가 필요하지. 시간은 늦어지고 있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르네이트에게 전화해)


https://www.nytimes.com/2018/09/24/business/brett-kavanaugh-yearbook-renate.html


이 Renate Alumnus란 말을 한국인에게 설명하니까, 무슨 뜻인지 대번에 알더군요. 여기도 그런 표현이 있느냐면서.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 한 예쁜 여학생을 '**대학 버스'라고 뒤에서 부르는 남학생들을 만나보았죠. 왜 대학 버스라고 불렀느냐 하면, 이 놈도 배에 태우고 저 놈도 태운다는 뜻이었죠. 제가 그 사람과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그 여학생은 보통 여학생들보다 훨씬 예뻤고, 뭔가 자기 만의 룰대로 자신만만하게 고고하게 살아가는 사람 같이 보였죠. 남학생들은 아침에 그 여학생을 1층 로비에서 보게 되면, 하루 종일 마음이 들뜬다고 공공연히 쓰고 말했죠. 지금 다시 그 남학생들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 여학생이 당신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길래, 당신들은 그 여학생을 버스라고 모욕적으로 불렀나요? 그 여학생이 여러 남자와 잤든 말든간에 그게 무슨 상관이길래 그렇게 수근거렸나요? 그 여학생과 정말 사귄 적이 있나요? 만일 그 여학생이 당신과 잤다면, 젊은 시절 좋은 추억을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하지 않나요? 아침에 얼굴만 봐도 하루가 기분 좋아진다며 그녀의 관심을 갈구했으면서, 왜 뒤에서는 이 놈도 타고 저 놈도 탄다고 비하했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1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07
125169 뒤로 가는 남과 여에서 [3] daviddain 2024.01.08 202
125168 [디즈니플러스] 아주 독한 힐링물, '더 베어' 시즌 1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1.08 452
125167 프레임드 #667 [2] Lunagazer 2024.01.07 60
125166 [넷플릭스, 디플] 도쿄 MER, 달리는 응급실 [4] S.S.S. 2024.01.07 289
125165 [시간의 향기] [4] thoma 2024.01.07 166
125164 2023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4.01.07 164
125163 #경성크리쳐 시즌1 다보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4.01.07 404
125162 [넷플릭스바낭] 미국인들이 작정하고 건전하면 이렇습니다. '종말에 대처하는 캐롤의 자세' 잡담 [8] 로이배티 2024.01.07 617
125161 열녀박씨계약결혼뎐 완결.. 라인하르트012 2024.01.06 295
125160 요즘 들은 신곡 MV들 - 1조, 도레미파, To X, Chill Kill, Love 119, What Love Is, Off The Record 상수 2024.01.06 130
125159 [근조] 전 천하장사 황대웅 [2] 영화처럼 2024.01.06 320
125158 Wild palms [9] daviddain 2024.01.06 134
125157 프레임드 #666 [4] Lunagazer 2024.01.06 88
125156 [디즈니플러스] 하이테크 퍼즐 미스테리, '외딴 곳의 살인 초대'를 봤어요 [25] 로이배티 2024.01.05 575
125155 아주 사소한 것 [5] daviddain 2024.01.05 299
125154 프레임드 #665 [4] Lunagazer 2024.01.05 74
125153 Glynis Johns 1923 - 2024 R.I.P. [1] 조성용 2024.01.05 109
125152 사랑의 스잔나를 봤습니다 [4] 돌도끼 2024.01.05 330
125151 파묘 예고편 링크(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주연,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감독) [1] 상수 2024.01.05 404
125150 뒤늦게 미첼가족과 기계전쟁을 보았습니다. [4] mari 2024.01.05 2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