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결혼, 썰매개)

2019.04.14 22:08

안유미 조회 수:2101


 #.나는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이 많아요. 누군가는 이러겠죠. '사람들을 그렇게 싫어한다면서 왜 사람들의 생각에 그렇게 관심이 많아?'라고요. 하지만 당연한 거예요. 대부분의 것들...온갖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 규칙 같은 건 군중들의 인식에 의해 결정되니까요. 논리나 합리같은 건 실제로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죠. 그냥 군중들의 묵인과 억지에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예전에도 썼지만 주식도 그래요. 주식이란 건 군중심리의 총합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좋은 회사의 주식'을 찾아내는 것과 '좋은 주식'을 찾아내는 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쓰곤 했죠. 좋은 회사의 주식을 사놓고 오르지 않는다고 투덜거려봐야 소용이 없어요. '젠장! 이 회사의 빛나는 재무재표를 봐! 이 회사의 빛나는 영업이익! 이 회사의 빛나는 신용등급을! 그런데 왜 이런 회사의 시총이 이따위냐고! 주식판은 완전 사기야!'라고 투덜거려 봐야 소용이 없단 말이예요. 왜냐면 군중들-세력을 포함한-이 생각하는 주식의 가격이 그거니까 그 가격인 거거든요. 


 그래서 나는 군중들의 생각...군중들의 합의를 그리 비난하지 않아요. 그것이 비이성이나 광기에서 초래된 것이라도 말이죠. 왜냐면 군중심리는 옳거나 그른 게 아니라 그냥 태풍이나 파도와도 같은 거거든요.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힘을 지닌 자연현상과도 같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의미가 없죠. 군중이 옳은가...옳지 않은가를 논하고 싶다면 군중보다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그럴 수 없다면 그냥 입다물고 받아들여야 하죠. 

 



 ---------------------------------------




1.요전에 청첩장을 주러 왔다는 옛친구는 좀 불만인가봐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혼할 예비신부가 교사라는 말을 들었어요. 아내 될 사람이 교사다...라는 정보를 듣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사회적 리액션을 취해줘야 할 것 같아서 외쳐 줬죠. 연기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서-


 '뭐어어? 교사아? 야아~일.등.신.부.감.이잖아! 교사라니! 너 결혼 정말 잘하는거잖아!'


 뭐 이렇게요. 기분을 띄워주기 위해 텐션을 있는 대로 업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옛친구는 한숨을 푹 쉬며 '그런데 결혼하면 일은 그만둘 생각이래.'라고 대답했어요.



 2.한번 봇물이 터지자 그는 작정한 듯 불만을 토해냈어요. 신혼집으로 살 아파트를 XX동(그의 집에서 매우 먼곳)에 얻었다고 해서 '왜 뜬금없이 멀리 이사가는거야?'라고 묻자 신부가 출퇴근하기 좋도록 그곳에 잡은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신부의 직장(학교)가 그곳에 있다나봐요. 한데 그의 입장에서는 그곳에 살게 되면 출퇴근이 정말 힘들거든요. 그렇게 아내의 출퇴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집도 마련하고 이제 결혼날짜까지 받았는데...그의 예비신부는 결혼하면 일은 그만두려고 한다나봐요. 그의 바램은 맞벌이 부부가 되는 거였는데 정말 이런 상황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투덜거렸어요.



 3.그야 여러 모로 보면 친구가 억울할 것 같긴 해요. 다만 그렇더라도 결혼을 준비하던 중 일정 단계에서 확실한 협의가 오갔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뭔가 어영부영 결혼준비를 하다 보니 서로가 생각한 그림이 달라졌나봐요.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이봐, 아파트도 아내가 출근하기 좋은 곳에 무리하게 맞춰줬는데 그 정도면 맞벌이 하자는 무언의 합의가 끝난 거 아냐?그리고 결혼은 조건 보고 하는건데 당연히 교사와 결혼할 때는 교사 일을 계속하길 바라는 거 아니겠어? 사람이 눈치가 있어야지.'라고요. 


 그러나...그런 무언의 합의가 있다면 그보다 더 강한 근본적인 합의가 있죠. 사실 여자는 결혼하면 놀고먹어도 괜찮다는 거요. 몇몇 남자나 여자들이 '시대가 변했어!'라고 외치는 걸 보면 웃겨요. 사실 인간 대 인간끼리 모이면 결국 결혼한 여자들은 일 안하는 여자를 부러워하거든요. 남자들은 자기 여자에게 꿀빠는 인생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자를 부러워하고요. 뭐 내가 본 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가 본 사람들은 그래요.


 아니 뭐 멀리 갈것도 없이...이 게시판에서 가장 강력한 페미니스트인 모 유저도 그랬잖아요. 그의 아는 친구들도 결국은 결혼 잘 해서 일 안하고 사는 삶을 바란다고요. 혹시 틀리게 기억하고 있는 거라면 정정해 주세요. 



 4.휴.



 5.종종 일기에 쓰곤 하죠. 내가 결혼한다면 그건 '완벽하게 부양하는' 형태의 결혼이 될 거라고요.


 왜냐면 여자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한가지는 알게 됐거든요. 여자들은 일하는 거 싫어해요! 걔네들이 뭐라고 떠들든 실제로는 싫어한다고요! 아니 그야 남자도 일하기 싫어하긴 하죠. 하지만 남자들에겐 경제활동을 그만둘 자유가 없어요. 여자들에게나 그런 특권이 있는 거죠. 경제적 부담은 남자에게 맡기고 당당하게 남자의 생산물을 공유하는 게 여자의 특권이죠. 공인된 특권이요.


 왜냐면 남자에게 경제활동을 그만둔다는 것은 거세나 마찬가지거든요. 돈을 벌어서 돈을 얻든 돈을 불려서 돈을 얻든...노동소득이든 자본소득이든 반드시 세상으로부터 돈을 계속 가져와야만 하는 게 남자의 의무예요.


 왜냐면 남자는 사회의 소모품일 뿐이고 여자는 사회의 자산이니까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상수예요. 까놓고 말해서, 여자는 당연히 힘든 일을 남자에게 시키고 꿀빨아도 되는 거예요.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남자가 놀고먹고 여자가 힘들게 일했다간 그 남자가 얼마나 욕먹을지 말이죠. 하지만 여자는 얼마든지 꿀빨아도 사회에서 용인되잖아요. 지난 세월동안 그래왔듯이요.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었다느니...뭐라느니 헛소리 해대지만 글쎄요. 아무리 이소리 저소리 가져다 붙이려 해도 우리의 본능은 그대로예요. 여자는 사회의 귀중한 자산으로 보전되고 남자는 소모품으로 태워지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존재방식이라는 거 말이죠. 그건 말 그대로 '존재방식'인 거예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그냥 태어난 모습대로 사는 거죠.

 


 6.그야 한 사람의 개인...하나의 개체의 입장으로 보면 이건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겠죠. 특히 그 남자가 섬세한 남자라면 더욱 그럴거예요. '왜 내가 더 희생해야해? 똑같은 사람이잖아.'라는 울분도 들겠죠. 


 하지만 조던 피터슨이 말했듯, 남자의 인생은 썰매개의 인생일 뿐이예요. 당신이 섬세한 남자든 우직한 남자든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리고 썰매개에게는 썰매가 필요하죠. 그가 평생 책임지고, 차가운 바람을 헤치며 끝까지 운반해내야 할 썰매 말이죠. 썰매개에게 썰매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개는 미쳐버리고 말아요. 종일 땅바닥을 파거나 앞발을 물어뜯으며 살죠.


 왜냐면 썰매개에겐 남들보기에 보잘것없이 보이는 짐이라도, 자신만의 짐...자신만의 자부심이 필요하거든요. 자신에게 주어진 썰매...자신이 책임지고 끝까지 운반해내야 할 썰매 말이예요. 자신에게도 썰매를 짊어질 능력이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줘야 하니까요.



 7.위에 쓴 옛친구는 그냥 툴툴거리기만 할 뿐 딱히 아내를 설득하려거나, 싸우려고 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그도 알거니까요. 사회적인 합의가 그냥 그렇다는 거요. 아무리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게 중매결혼이 아닌 연애결혼인 이상 뭘 하라 말아라 강요할 순 없는거예요. 여자가 일을 그만두고 싶어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게 우선이다...그냥 자신 혼자서 경제적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인 거죠. 신혼 아파트도 본인의 직장에서 먼 곳에 잡았지만 이제 와서 그걸 가지고 볼멘소리를 해봐야 아내와 싸움만 날 거고요.


 만약 이게 남자와 남자간의 협업이었다면 상대가 배신자라고 이미 난리가 났겠죠. 옛친구도 상대에게 이런저런 논리를 들이대며 길길이 뛰고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상대가 여자니까 그럴 수 없는거예요. 물론 아무 여자는 아니고 '결혼할 만큼은 사랑하는' 여자겠지만요.



 8.어쩔 수 없어요. 여자든 남자든...이 고계에 태어난 이상 스스로의 위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밖에 없거든요. 때로는 다른 길을 찾기도 하겠지만 남자는 결국 더 강한 썰매개가 되는 게 그들의 행복이예요. 대부분의 남자에게는요. 여자는...여자가 되어본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야 어떤 썰매개든 간에, 썰매개의 최후는 지쳐서 널부러져 버리는 걸로 정해져 있지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5
124968 영웅문 잡담 [6] 돌도끼 2023.12.10 354
124967 프레임드 #639 [4] Lunagazer 2023.12.10 75
124966 메이슨 그린우드의 헤타페 셔츠 판매량이 daviddain 2023.12.10 131
124965 고인돌 음악 [1] 돌도끼 2023.12.10 121
124964 [디즈니플러스] 오랜만이야 닥터!! ‘닥터 후 60주년 스페셜’ [4] 쏘맥 2023.12.10 260
124963 오타니 쇼헤이 LA 다저스 행(연봉 10년 계약 7억달러), 첫 경기는(아마도) 2024년 서울 상수 2023.12.10 199
124962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2023 외국영화 베스트 10(10위권에 들지 못해 아쉬운 영화들 추가) [2] 상수 2023.12.10 523
124961 [왓챠바낭] 변태도 이런 변태가 없군요. '뉴욕 리퍼'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12.09 394
124960 싱글 인 서울을 보고(스포 있음) [1] 상수 2023.12.09 332
124959 한 장의 사진 같은 일본 아동문학 총천연색 삽화 [11] 김전일 2023.12.09 487
124958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완결되었어요. [테러리스트] [7] thoma 2023.12.09 308
124957 이런저런 잡담...(육아, 행복과 불행) 여은성 2023.12.09 301
124956 신들 음악 [2] 돌도끼 2023.12.09 110
124955 전단지 잡담이예요 [1] 돌도끼 2023.12.09 130
124954 축구 ㅡ 산투스 강등 [6] daviddain 2023.12.09 98
124953 프레임드 #638 [2] Lunagazer 2023.12.09 51
124952 Ryan O'Neal 1941 - 2023 R.I.P. [2] 조성용 2023.12.09 192
124951 [넷플릭스바낭] '미스터 로봇'을 좋아하셨다면...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8] 로이배티 2023.12.09 456
124950 [일상바낭] 잊지 못할 2023년 12월입니다 [6] 쏘맥 2023.12.08 382
124949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2024년 1월 17일 한국 극장 정식 개봉(본문의 표현수위 높음) [3] 상수 2023.12.08 3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