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베로니카 마스는 팬들의 열정이 대단했었던 드라마였죠. 팬덤에서 시즌 연장을 위한 캠페인 몇 번인가 벌였지만 3시즌을 끝으로 베로니카 마스는 끝나버렸어요. 보안관 선거에 앞으로의 험난한 대학생활 등 꽤 떡밥거리가 많은 상태로 3시즌이 끝났는데 낮은 시청률로 더이상의 시즌 연장은 불가능했었죠.


 그러다가 굉장히 오랜만에 좀 허접한 영화판이 나왔었고 이제 정말 끝인가 싶었는데 훌루에서 베로니카마스가 부활하나봐요. 시점은 어쩔 수 없이 성인이 된 후인 것 같고요. 그야 배우들의 지금의 액면가로 3시즌 직후의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요.



 2.사실 성인 베로니카는 딱히 흥미롭지가 않은 게, 이 드라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아직 완전히 사회인이 아닌 시절의 긴장감을 보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완전히 성인이 되어서 해야 하는 선택...법적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걸 택하던가, 확실한 프로 범죄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범죄에 손을 대던가...아직은 그 어느 쪽도 아닌 아마추어들의 드라마였단 말이죠. 여기서 말하는 아마추어는 어설프다는 뜻은 아니예요. 베로니카 마스 특유의 불안불안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거기에서 나온 거거든요.


 '국가'의 법과 '그들만의 정글'의 규칙 사이에서 방황하던 시절. 때로는 보호가 필요하고 때로는 소속감이 절실하던 시절의 처연함.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 정글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어느 쪽도 아닌 사람들이 뒤섞여서 매일 얼굴을 마주쳐야 하는 긴장감이 이 드라마의 개성이었다고 봐요. 



 3.그러나 잘 모르겠어요. 그야 성인이 되어버린 베로니카는 저 두개의 세계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겠죠. 그러나 성인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베로니카의 드라마는 결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란 말이예요. 하나의 사건이 어른들의 관점만이 아닌 그들만의 정글에서의 관점에서도 관측되는, 두 개의 시선이 공존하던 베로니카 마스의 매력이 남아있을까요? 


 그냥저냥 매력있고 온갖 수법에 능란한 여탐정이 사건을 휙휙 해결해나가는, 흔한 드라마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예요.



 4.휴.



 5.그야 여기서 두가지 선택이 있긴 있어요. 첫번째는 배우들을 싹 교체해버리고 시치미 뚝 떼고 3시즌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거예요. 두번째 선택은 원래 출연진들을 그대로 출연시키면서 배우들의 나이에 맞게 시간을 점프시키는 거고요. 제작진은 후자를 고른 모양이고요. 전자는 정말 무리였던 걸까요?


 하긴...베로니카 마스는 캐릭터와 케미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였으니, 누가 돈을 댔든 기존의 배우들을 그대로 데려가는 걸 택했겠죠.



 6.스타워즈 8편을 매우 나쁘게 평했었죠. 내가 8편을 썼어도 그것보다는 잘 썼을 거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잘 썼을' 거라는 건 두가지 측면에서예요. 첫번째는 독립된 영화로서의 순수한 재미. 두번째는 이 시리즈 전체의 존속성에 기여하는 설계자로서의 역할이요. 물론 그걸 써먹을 수 있게 될지 없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디즈니가 이걸 12편까지는 만들 거라고 하니까, 차후 전개에 필요한 씨앗들을 나중에 고용될 각본가와 감독들을 위해 촘촘히 심어 놨을 거예요. 필요없으면 냅두고 필요하면 씨앗을 파내서 써먹으라고요.


 그러나 문제는...8편이 너무나 쓰레기인 게 자체적인 영화로서도 재미없고, 거대한 프랜차이즈의 일부분이어야 할 이 영화가 이 프랜차이즈 전체에 흙탕물을 뿌려놨단 거예요. 프랜차이즈 한편을 만든다는 건 레일을 까는 작업과도 같아요. 반드시 이전 레일과 이후 레일을 고려하면서, 그 안에서만 크리에이터의 자질을 과시해야만 하죠. 대사 하나, 별거 없이 지나가는 장면 하나하나조차도 이 프랜차이즈의 연속성을 깨버려선 안 되는 거예요. 


 왜냐면 크리에이터의 실수로 이 프랜차이즈 전체에 흙탕물을 뿌려버린다면? 일개 작가나 일개 감독따위의 목숨을 내놓는 정도로는 그 죄를 갚을 수가 없는 거잖아요? 라이언 존슨은 프랜차이즈의 창시자도 아니고 그냥 8편 한 건을 위해 고용된 고용인일 뿐이예요. 그럼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자신의 망상을 이곳에서 배설하지 말고요.


 이 세상은 너무나 말랑말랑한 곳이예요. 생각해 보세요. 라이언 존슨이 스타워즈 8을 저런 식으로 깽판쳐놔서 시리즈에 끼쳤을 피해를요. 문화적인 피해와 정신적인 거 다 빼고, 금전적 손해 하나로만 봐도 라이언 존슨이 자신이 가진 무엇을 내놓든간에 어차피 이 피해량은 복구할 수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한 인간이 이렇게 거대한 손해를 끼쳤다면, 내 생각에 그 사람은 죽어야 하거든요. 자신의 목숨으로 갚을 수 없는 일이더라도 목숨은 일단 내놔야 하는 거예요. 


 어떤 프로젝트든 그걸 잘 해낼 수도 있고 못 해낼 수도 있는데, 작정하고 깽판을 쳐서 이 정도의 복구불가능한 손실을 끼쳤다면 글쎄요. 왜 그 인간이 살아있어야 하죠? 누군가는 '영화 가지고 참 오버하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꼭 이 경우만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 몇십조를 가지고 멋대로 아마추어적인 정책을 펼친 사람들도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는 거...참 이상해요.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손해를 끼쳐버렸다면 처형시켜서 본보기로 삼아야죠. 이 말랑말랑한 세상은 스스로의 관대함 때문에 결국 멸망할 거예요.



 7.뭐 어쨌든 이번 예고편을 보니 결정은 난 것 같네요. '멋지게 전통을 깼다' '20세기만 바라보는 팬보이들을 비웃는 21세기의 영화'같은 소리가 무색하게도 또다시 황제가 구원등판하는 걸 보니 말이죠. 8편은 쓰레기였다는 건 이제 오피셜 같아요. 아직도 8편이 좋은 영화라고 믿는 사람이...있으려나.


 나는 9편을 보러 갈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이런 상황은 처음 보거든요. 7편에서 뿌려준 후크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8편에서 깽판을 쳐놓은 후, 9편에서 선택하거나 써먹을 수 있는 방향성의 대부분을 가지치기해 버리고 다시 7편의 감독을 다시 불러버린 거잖아요?


 그래서 혹시 이 상황 전체가, 쌍제이를 시험해 보기 위한 거대한 몰래카메라가 아닐까도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이봐 쌍제이, 네가 정말 차세대 스필버그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 그리고 그걸 확인해보려면 이 방법밖에 없겠지. 스타워즈 8편을 완벽하게 망쳐버린 다음에 너를 다시 9편 감독으로 부르는 거야. 네가 그걸 수습할 수 있으면 그땐 천재로 인정해 줘야겠지? 훗.훗.훗.'


 아니 사실...상상조차 안 가요. 대체 9편을 어떻게 어떤식으로 만들어야 이 미친 깽판을 수습할 수 있는건지 말이죠. 복잡하게 꼬인 이야기의 실타래를 내게 내밀면? 나는 어떻게든 그걸 풀어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든 노력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수습해낼 수는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그러나 모든 게 불타버린 폐허를 보여주면서, 타고 남은 것들을 활용해서 리조트를 지어 보라고 하면 못 지어요. 쌍제이에겐 그게 가능했을까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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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니 내일...월요일은 늘 그렇듯 뷔페 가는 날이네요. 나라고 해도 뷔페에 혼자 갈 때는 등이 좀 따가워서...신도림 피스트에 같이 갈 분은 여기로! https://open.kakao.com/o/gWBYra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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