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집 성추행 건

2018.09.29 05:18

겨자 조회 수:2886

20일 전 (2018년 9월 8일) 듀나게시판에는 '수컷을 사냥하는 암컷들'이란 포스팅이 올라왔습니다. 이 포스팅에는 단 한 줄의 내용과 기사 링크가 들어 있었는데요. 한 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시아 아르젠토가 미성년자를 강간한 뉴스도 그렇고. 인간이라는 동물이 보지가 달렸다고 자지 달린 인간 수컷들보다 무조건 순수하고 비폭력적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합니다.


링크는 보배드림이라는 웹사이트인데요. 거기에는 '제 남편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야기인 즉슨 2018년 9월 5일 남편이 징역 6개월을 받았다. 2017년 11월에 남편이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양복 입고 아주 격식 있는 자리다. 거기서 지나가던 여자와 '부딪혔고' '그 여자가  저희신랑이 본인 엉덩이를 만졌다며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부른것'이라고 씁니다.


이 포스팅을 읽었을 때 여러가지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 피해 여성분은 폭력을 행사한 일이 없어요. 사법제도를 이용했죠. 사법제도야말로 사적 복수를 하지 않기 위한 도구죠. 그런데 글 쓰신 Notifier님은 '보지가 달렸다고 자지 달린 인간 수컷들보다 무조건 순수하고 비폭력적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없어졌으면'이라고 하시거든요. 폭력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했는데 폭력적이라고 비난받은 것과 마찬가지죠. 게다가 수컷을 사냥했다고 보기에도 정황이 맞지가 않아요. 누가 합의금 몇 백만원을 받자고 곰탕집에서 지나가는 남자를 기다립니까. 꽃뱀이라는 끔찍한 표현까지 나오더군요. 아무리 피의자 편에서 서준다 하더라도, 엉덩이에 손이 닿았는데 피해 여성분이 오해했다 는 게 피의자에게 가장 우호적인 해석일 거예요. 그런데 상당히 많은 남자분들이 가해자 쪽에 이입을 해서 청와대에 청원까지 하고, 그 중 몇몇은 내일 시위까지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하면 비폭력적이고 사회 체제에 보장된 방법을 통해 성추행을 고발해도, 남자들은 '폭력'이라고 받아들인다는 뜻이예요. 아니 언제는 성추행/성폭행 당하면 티비에 나와 인터뷰 하지 말고, 인터넷에 올리지 말고, 경찰에게 가라면서요. 


B. 피의자의 아내는 '부딪혔고'라고 쓰셨는데 보통 사람들이 좁은 복도에서 지나가면서 부딪치면 어깨와 어깨나 어깨와 등이 부딪히지 엉덩이와 손이 부딪히진 않아요. 피해자 분은 화장실 다녀오다가 몸을 틀어서 방문 앞에 섰을 때 피의자가 손을 뻗어 엉덩이를 만졌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씨씨티비 보면 피의자 분이 여자분과 지나가면서 폈던 손을 모읍니다. 피의자 아내는 "신랑은 거기서 줄 곧 있는내내 손을 뒤로 하고 있거나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라고 하다가도, "여자 뒤를 지나가면서 손을 앞으로 모았는데"라고 말하는데, 이 두가지 표현은 서로 상충됩니다. 내내 앞으로 모으고 있었던 게 아니고 지나가면서 모았죠. 모으기 전에는 그 손이 뭘 하고 있었는가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알겠죠. 


C. 그리고 '양복 입고 아주 격식있는 자리'라고 보배드림 포스팅에선 나왔는데, 상식적으로 곰탕집에서 격식 있어봤자 도대체 얼마나 격식이 있겠나요.. 보니까 중요한 모임은 다 끝났고, 곰탕집에서 뒷풀이 한 뒤 싸우나 하러 이동하려던 참이었다고 피의자의 지인 역시 포스팅을 통해 밝힙니다.   


D. 게다가 피해자분 지인 글을 따른다면 피해자가 경찰을 부른 것도 아니예요. 피해자 측 동행들과 피의자 측 동행들 사이에서 싸움이 붙으면서 경찰이 오고 조사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분 지인 글에 따르면 피의자가 도망을 갔다가 돌아왔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피의자 지인은 싸움이 커질까봐 자기가 어디 갔다 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찰 조사도 늦게 받았다는 게  이쪽 설명입니다. 이거 달리 보면 쉽게 말해 술 깨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9월 28일 미디어 오늘이 피해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보니 몇가지 새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요. 그리고 첫 기사가 올라왔을 때에도 석연치 않던 것이 있습니다.


첫째, 피의자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는 것. 미디어 오늘의 피해자 인터뷰를 읽으면, 피의자는 그날 폭탄주 열다섯잔을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여러분은 폭탄주 열다섯잔 마시고 보통들 자기 콘트롤 하기 괜찮으신가요? 


둘째, 피의자는 만졌다는 걸 인정했다는 것. 게다가 수사 보고에 따르면 "A씨는 고의로 B씨를 만진 게 아니라서 성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빌거나 용서를 빌 생각은 없다고 했고, 실수로 터치한 것에 비해 억울하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건 만졌단 것에 대해 인정한 것이예요. 


셋째, 피의자는 거짓말 탐지기 반응에서 거짓말로 반응결과가 나왔다는 것. 


피해자 분이 지금 2차 가해를 엄청나게 당해왔고 또 당하고 계시던데, 듀나게시판의 그 포스팅이 거기에 일조한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발췌입니다. 


청원글이 올라오고 며칠 만에 내 모든 일상이 무너졌다. 가해남성의 아내가 쓴 글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글이었다. 10개월 동안 그 사건을 모르다가 남편이 구속된 걸 법원에서 통보 받고 찾아가 남편에게만 들은 주관적 얘기를 마치 사실처럼 올린 것 같다. 그런데 언론은 그걸 가져다가 ‘성추행으로 징역6개월’, ‘피해자 천만 원 요구’와 같은 자극적 제목을 붙여 기사 쓰고 사람들은 거기에 댓글을 달았다. 언론이 무책임하게 기사 쓰고, 모자이크 처리도 안된 범행 현장 CCTV영상을 올리고 유무죄 여부를 멋대로 판단하고 있다. 여론이 가해자 입장에만 중심이 맞춰져 있다고 느꼈다.


그 결과 밖에 나가기가 무섭고 신변의 위협까지 느낀다. 내가 한 일은 당한 걸 당했다고 얘기한 것뿐이다. 피해 당하지 않았다면 나와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는 처음 본 남자를 자비를 들여 변호사까지 선임해 1년 가까이 재판해가며 성추행범으로 만들 이유도 없고 나의 주관적인 느낌, 추측 같은 걸로 사건을 이렇게 끌고 갈수 없다.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만 얘기했다.

다행히도 내 증언을 뒷받침을 해줄 CCTV와 같은 정황 증거들이 있었고 경찰과 검찰의 조사, 사법부의 재판 절차를 거쳐 10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글로 인해 실제 사실관계와 조사과정은 무시됐고 제3자들이 사건을 판결하고 나를 ‘꽃뱀’ 또는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10개월이나 되는 재판도 힘들었지만 처음 2차 가해가 시작된 뒤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한없이 무너졌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받는 게 제일 힘들다.


중략


애초에 돈이 목적이었다면 내가 굳이 10개월 동안 자비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지금까지 사건을 진행해 왔겠나. 비용도 비용이고 경찰,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수차례 같은 질문에 답하고 성추행 당한 당시의 손모양까지 직접 흉내 내 보이고 왕복 10시간을 운전해 부산까지 가서 증언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내게도 쉽지 않았다. 돈 때문이라면 내 시간과 비용을 이렇게 쓸 이유가 없다.”


중략


어려운 자리여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고 하는 기사를 봤다. 그러면 왜 내 주변에 와서 갑자기 팔을 펼친 건지 모르겠다. CCTV를 보면 나를 지나면서 팔을 벌렸다가 나를 지나고 다시 모으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를 만진 후 손을 반사적으로 모은 것 같다.


중략


피해 당하지 않았다면 나와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는 처음 본 남자를 자비를 들여 변호사까지 선임해 1년 가까이 재판해가며 성추행범으로 만들 이유도 없고 나의 주관적인 느낌, 추측 같은 걸로 사건을 이렇게 끌고 갈수 없다.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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