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스엠 가수들에 푹 빠졌네요...

2019.03.02 21:18

Sonny 조회 수:1723

https://www.youtube.com/watch?v=N8VRaGe3Cqs


샤이니의 셜록을 찬양하는 건 너무 새삼스러운 일이죠. 그럼에도 다시 꺼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른 후 지금 다시 봐야 이 노래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안무에 대해서는 생략하도록 합시다. 토니 테스타가 얼마나 제대로 돈값을 했는지 다들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안무 가격은 최소 1억에서 최대 8억으로 추정되던데...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아이돌 퍼포먼스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 이후로 아이돌 퍼포먼스가 무대를 넓게 쓰고 큰 동작들에 주를 맞추는 형식으로 변했다고들 하니까요.

무대 중앙에서 시작하는 패턴을 깨트리고 무대 왼쪽에서 시작해서 음악프로 카메라맨들이 적절한 촬영을 고민해야했다는 후일담도 있었죠.

댄스버젼 뮤직비디오를 처음 보고 너무 놀라서 페이스북에 온갖 주접을 떨었던 게 기억나네요 ㅎ


의외로 셜록은 퍼포먼스 떼놓고 음악만 들어도 엄청난 노래입니다. 

안무가 너무 엄청나기 때문에 노래 자체의 매력이 덜 회자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노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에스엠의 가공할만한 프로듀싱 능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clue와 note로 나눠져있던 두 곡을 하나로 합쳤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한 것은, 그 두곡을 따로 들어도 하나의 완전한 곡으로 전혀 모자라지 않다는 것입니다.

셜록이 이 두곡의 합본으로서 리믹스가 너무 잘되었기 때문에 이 곡이 얼마나 잘 뽑혔는지 체감할 기회를 저를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처음 듣는 게 셜록이었을테니까요. 그래서 나중에 클루와 노트를 들으면 완곡의 조각처럼만 들리죠. 

그 자체가 셜록이라는 결과물의 대단함에 대한 반증이겠지만요.

이 노래의 무기질한 텐션은 뽕끼가 흘러넘치는 한국 가요계에 꽤 신선한 충격이지 않았습니까? 


제가 샤이니의 셜록을 대표적 사례로 뽑은 것은 이 노래가 연마와 제련의 극한 결정체같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실험성이 강하게 돋보이는 노래이기도 하구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기획사가 이렇게 그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노래를, 대표 아이돌 그룹에게 선뜻 내어준 게 정말 과감한 것 같습니다. 

그 곡을 소화할만한 깜냥이 된다고 제작사가 판단이 됐으니까 샤이니에게 그 곡을 맡겼겠죠. 

제작사는 대중들의 취향을 앞서는 노래를 준비하고, 가수는 그 노래와 안무를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이게 제가 요새 에스엠 가수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샤이니가 에스엠 내에서도 음악적으로 진일보적인 편이었지만, 아무튼 에스엠에서는 곡들을 뽑아내는 전체적 경향이 그런 것 같아요.


자연스레 에스엠과 견주는 두 대형 기획사 YG와 JYP를 언급해야겠죠?

사실 연습생 육성 같은 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겁니다. 춤이든 노래든 인재를 발굴해서 데뷔시킬 수 있을 때까지 원없이 묵히고 굴리는 건 다 똑같겠죠.

(이제 박진영의 인재발굴 헛소리는 지 소울 이후로는 다 거릅니다)

제가 차이를 느끼는 건 이 두 기획사의 프로듀싱입니다. 에스엠과 비교해서, 한국적인 것을 버리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

어쩄든 뽕끼를 넣고 미국 본토의 흑인 스웨그를 자기 식으로 펼치려 하는데 그게 영 신통찮습니다.

특히 박진영은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효도신파로 지오디를 띄운 후 제작자로서의 그 이상한 감성을 도무지 놓질 못합니다.

원더걸스는 대박이었죠! 하지만 롤러장 음악을 레트로로 다시 내놓은 게 그렇게 대박이 터지리라고는 본인도 몰랐을 겁니다.

하지만 그 노래가 정말 음악적으로 좋았나 싶었냐면... 글쎄요. 텔 미의 히트 지분에서 소희의 어머나가 한 40%는 넘는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아이돌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먹힌 것이지 음악 자체로 따질 때는 그 성취가 유의미한지 잘 모르겠어요.

와이지는 테디가 한창 사운드를 잘 뽑아냈지만...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은 정말 기가 막히게 한국적입니다. 뽕끼가 철철철.

박진영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한 가사와 멜로디를 유행시키려고 합니다.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트와이스에게 악감정은 없지만, 그 피지컬과 춤실력으로 유아적인 가사를 립싱크하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박진영이 정말 나쁜 놈이죠.

무도 가요제에서도 본인은 특정 bpm의 노래에는 도무지 흥을 못느낀다고도 했었죠. 그만큼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낭만을 도무지 버리질 못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음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최종목표는 컴백홈을 부르던 시절의 서태지와 아이들, 정확히는 서태지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항상 소속가수들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이 연상되는 제목의 노래를 주거나 그 시절의 스웨그를 컨셉으로 잡는 것 같아요. 

두 기획사 잘 팔리는 노래는 만들 수 있지만 결과물들이 휘발성이 좀 심하다고 느껴져요. 


그에 반해 에스엠은 자기가 데뷔시키는 아이돌들에게 진짜 공을 들이는 것 같습니다.

이게 뭐 책임감이라기보다는, 들인 돈과 시간이 있으니 기어이 본전을 찾겠다는 사업적 마인드에 가깝지만요.

(에프엑스 내놓으세요 이수만씨...제발...)

애초에 얼굴, 춤, 노래가 다 되는 인재들을 인큐베이팅하고 또 그게 될 때까지 숙성에 숙성을 거듭합니다.

그래서 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게 단순히 히트곡을 내려고 하는 것보다, 정말 좋은 곡들을 뽑으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최근 태민의 앨범들을 다시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냥 히트곡이라고 듣기에는 음악적으로 때깔이 너무 좋은 거에요.

WANT를 제외하고서는 나온지 꽤 된 앨범들인데, 타이틀곡들의 실험성이나 앨범의 알앤비 트랙들이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가 않더라구요.

태민만 이러나 싶어서 보아 앨범도 들었는데, 웬걸... 앨범 트랙들이 다 좋은 겁니다.

괜히 에스엠을 좋아하는 마음이 평범한 노래도 좋게 들리게끔 하는 건가 음악평을 찾아봤는데 전문가들도 호평을 하더라구요.

제가 에스엠을 너무 에프엑스와 샤이니의 제작사로만 생각하는 것도 크겠지만...ㅎㅎ


진짜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한 아이돌들을 만들어내겠다는 그런 마인드가 에스엠에게서는 느껴져요.

제가 아이돌 가수들에게 바라는 것 또한 그런 빈틈없는 완벽한 퍼포먼스와 음악인 것 같구요.

물론 제 평가가 다른 기획사 팬들에게는 좀 그렇겠지만... 전투적인 댓글도 괜찮습니다. 

어떤 분들은 에스엠 특유의 SMP가 비인간적이다 너무 짜여져있는 것 같다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니까요.


잘 모르는 분야를 깊이 떠들려니까 결국 멋모르는 찬양 일색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_-

그렇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인걸요. (저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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