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3 18:48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번에도 해를 두번이나 넘기고 글을 남기네요.
종종 들러 눈팅만 하다 얼마전 강아지 입양 관련 글에 버튼이 눌려 백년만에 로그인 했네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도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다이빙도 하고 동생도 돌보고 집안 가장 노릇하며 엄마가 남겨놓으신 가게도 건사해 가면서 또박또박 잘 살고 있었답니다.
냉이국에 조기구이. 애호박 나물, 무채. 감자볶음, 남은 갈비찜, 오이 토마토 샐러드, 김치.
남편은 무채랑 감자볶음 만들고 전 생선 굽고 샐러드만 간단히. 둘이서 사이좋게 맛난밥 차려 먹기도 했고요
끝내주는 청국장 끓여서
같이 일하는 스텝들이랑 저녁식사. 콩나물밥에 구운김. 고갈비.청국장
한동안은 매일매일 손님이 오는 집이었어요. 잔치상이 끊이지 않는 저녁들.
제육볶음에 조기구이. 간단한 밑반찬에 토마트 샐러드.
본분을 잊지 않고
평화롭고 잔잔했던 일상들,
원래 저희 샵 근처를 왔다갔다 하는 길멍이가 있었는데 불쌍해서 간식도 주고
사료도 사다놓고 먹이고 까미란 이름도 붙여서 이뻐해주던 차에
까미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남편이 새끼만 집에서 낳게 하자 하도 사정사정을 해서 집으로 데리고 온 이틀 뒤 까미는 일곱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원래 동물 별로 안좋아하고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는 저는 책임지기 무섭다, 데려오지 말자,
몇번이고 남편을 설득했지만 임신한 까미가 너무 불쌍하다, 길바닥에서 새끼 낳으면 새끼들을 어떻게 되겠냐,
자기가 밥주고 물주고 뒤치닥거리 다 할테니 새끼 클때까지만 집 마당에 있게 해주자며 저를 꼬드겼고
저도 딱 산후조리까지만 마당에 집 하나 두고 거처 마련해줄 마음으로 까미를 데리고 왔죠
그리고 전 그 뒤로 개 집 앞에 붙어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똥개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고
젖 도는데 돼지 족이 좋다 하여 고아서 까미 먹이고
애들 자는데 불편할까 매일매일 패드 갈아주고
꼬물거리는 것들이 어찌나 예쁜지.
쳐다보고 있노라면 한두시간이 훌쩍 지나곤 했죠.
그리고 두달 정도 되었을 때 좋은 입양처를 찾아 육지로 비행기 태워 입양을 보냈죠.
다들 마당 딸린 넓은 집으로 가서 사랑받고 자라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입양이 안되었던 젤 못난이 돼지들.
얼마나 호빵처럼 귀엽게 생겼는데 두달 넘어서까지 분양이 안되었고
중간에 누렁이 녀석은 같이 다이빙 하시는 분이 수소문 해서 마지막으로 육지행 비행기를 타고 갔어요.
강아지를 키울 마음도 없었고 거둘 자신도 없었지만
이미 한식구가 된 저희는 분양 안된 마지막 두마리를 저희가 키우기로 결심하고
돼지인지 곰인지 강생인지 알 수 없었던 말썽쟁이 녀석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접종 끝나고 생애 첫 산책.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어요..
하루에 십키로는 가뿐히 걸어다녀야할지
아직 귀도 서기 전 아기 멍멍이들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 다녔습니다.
생애 첫 바다.
진드기 많은줄 모르고 처음엔 오름도 다녔죠.
매일 매일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댕댕이들과 걷고 뛰어 다녔습니다.
크면서 이유없이 싸우기도 하고요.
실컷 놀고 나서도 집에 안가겠다고 버팅기는 것도 배웠습니다.
때 아닌 소나기를 맞고, 이왕 젖은거 실컷 놀아라 싶어 진흙탕에서 실컷 뒹굴기도 하고요.
목욕하고 나와서 장난감 쟁탈전 후 승자 여름이, 패자 봉봉이의 극명한 표정차.
어느덧 해바라기 피는 계절, 에도 우리는 열심히 함께 나다녔습니다.
제주말로 봉봉은 만조, 가득차다라는 뜻인데 여름에 봉봉한 것이 다이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희 부부에게는
가장 윤택하고ㅋㅋ 행복한 시간이라 여름이, 봉봉이로 이름을 지었어요.
까미는 신기하게도 젖 떼고 아이들 3개월 지나자 애들한테 관심이 없어져서 샵으로 데리고 와서 키우게 되었고요.
생애 첫 유치원.
낮에는 일을 해야하는데 까미처럼 얌전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실내배변을 하지 않는 녀석들 때문에
주변에 있는 댕댕이 유치원으로 주5회 등원하는 어엿한 어린이 댕댕이가 되었습니다.
바쁜 여름에도 부지런히 밥 챙겨 먹고요.
생일자가 있어서 잡채에 갈비찜 해먹고 남은 음식으로 재탕하는 아침.
이 날의 메인은 분홍 소세지.
아직 청소년기 때 여름봉봉.
사진이 올리다 보니 또 엄청 많네요.
곧 있으면 애들이 만 2살이 되는데 아기때 사진 보니 저도 만감이 교차하네요.
어쩌다 팔자에도 없던 견주가 되어 애들 조금만 아프면 제주시로 한시간 거리 병원 달려가고
비가 와도, 태풍이 와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정말이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매일 아침 저녁으로 산책 나가고
좋은 보호자가 되고 싶어 책 보고 공부하고 유투브 세미나 듣고 ㅋㅋ
덕분에 아이들도 건강하고 저희도 아이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허락할 때 다 큰 댕댕이들 사진 가지고 또 인사 드리겠습니다.
반가웠어요:)
2019.03.03 19:11
2019.03.04 13:54
전 동물을 집에 들인다는게 어떤 의미인줄도 몰랐고 원래 동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정말이지 키울 생각은 단 1도 없었는데
꼬물이들 크는 재미에, 유기견 출신이지만 똑똑하고 애교많은 까미 보는 낙에 세마리 견주가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도 쏘맥님처럼 늦잠 자고 싶어도 애들 산책 시키고 밥 줘야 하니 아무리 과음해도 칼 기상하고요. 애들 오줌 뉘이러 집에 와야 해서 저녁 약속도 절대 세시간을 넘기지 않아요 ㅋㅋ
쏘맥님 멍멍이도 아마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거예요. 댕댕이랑 늘 행복하시길:-)
2019.03.03 21:53
2019.03.04 13:55
모든 오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저도 가영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2019.03.03 22:49
강아지들 표정이 참 행복해 보여요.
마음씨 곱고 부지런한 분과 함께 사는 복 받은 강아지들이네요.
2019.03.04 13:55
저 표정을 위해서 무릎과 통장을 갈아넣고 있지요 ㅎㅎ 생각보다 정말 손 많이 가지만 그래도 제가 주는 사랑보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이 더 큰 것 같아요.
2019.03.04 00:11
벚꽃동산님 글 오랜만이네요~!
행복해 보이셔요. 댕댕이들도 사랑 받고 자란 티가 물씬 나구요.
저도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고 나서 밤 7시면 와서 대기하는 데크냥이가 있네요. 만날 눈맞추고 골똘히 쳐다봐주는 녀석이에요.
밥다먹으면 제가 '안녕, 잘가' 하고 블라인드 내리면 잘 곳으로 돌아가는 똑똑이에요. 다른 냥이들은 밥만 먹으면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데.. 묘연일까요? ㅎㅎ
어느새 벚꽃동산님 가끔 올리시는 글 읽는 것도 십년이 되어가네요 ㅎ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이쁜 글 또 올려주셔요~~
2019.03.04 13:57
저희도 까미를 본격적으로 기를 마음이 없었기에 오다가다 보이면 불러서 밥주고 간식주고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더 빨리 거둘걸 싶어요.
비올 때 추울 때 어디서 자고 지냈나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희 댕댕이들 이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3.04 09:39
2019.03.04 14:01
전 제가 절대 동물타입의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거두고 보니 이건 뭐 불가항력이더라구요.
까미는 너무 똑똑하고 영민해서 이제 좀 있으면 말도 할 거 같아요 ㅎㅎ 어쩌다 보니 애기들 사진만 많이 올렸는데 까미 사진도 담에 올릴게요.
따로 훈련 시킨적도 없는데 앉아 엎드려 손 다 하고 얼마나 얌전하고 눈치 빠른지 몰라요. 식탐도 없고 샵에 손님들 많이 와도 낯가림도 없고 모두들 예뻐해 주세요 ㅎㅎ
2019.03.04 10:32
바다 건너 행복이 전해지는 느낌이네요. :)
올 여름도 봉봉 하시길요!
2019.03.04 14:01
감사합니다! 늘 여름에 봉봉하듯 여름봉봉까미랑 같이 지내고 싶어요(남편이 매일 삐져요 애들만 이뻐한다고 ㅋㅋ)
2019.03.04 13:25
2019.03.04 14:02
쓰다 보니 사진이 너무 많아 사실 중간에 잘랐는데 음식 사진은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2년을 글을 안 썼으니까요 ㅋㅋ 저희 리조트로 놀러오세요 식사 대접 합니다 ㅎㅎ
2019.03.04 14:59
식탁도 풍성하고 똥강쥐들도 오동통하고 글이 밝음 밝음 에너지가 흘러 넘쳐서 괜히 기운이 솟구칩니다. 제주도 참 좋아하는데 낯익은 풍경이 스쳐 더 좋았어요. 자주 올려 주세요. 은혜로운 글과 사진들 감사합니다.
2019.03.05 12:55
2019.03.04 21:10
2019.03.05 12:56
2019.03.04 21:11
사진 좋네요 잘봤습니다
2019.03.05 12:57
2019.03.05 09:34
2019.03.05 13:00
2019.03.05 14:21
2019.03.06 21:43
저도 백만년만에 듀게에 들어와서 눈을 뗄 수 없는 강아지들 사진과 감동적인 스토리때문에 몇 번을 계속 읽었네요. 까마득하게 먼 시절 길렀던 개에 대한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벚꽃동산님처럼 좋은 주인은 아니였어요. 지금은 후회가 가득하고 너무 미안하네요. 미세먼지때문에 너무 힘든데 이 글 읽고 엄청난 치유를 받아서 뭐라고 감사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분들처럼 듀게에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요**
전 먼젓 멍이를 보내고 절대 다신 생명체를 안 들인다..했는데 입질로 파양되서 갈 곳이 없다는 지금 멍이와 벌써 5년째 살고 있습니다. 출근하기 싫어도 이 자식 사료 사야하니 꾸역꾸역 나가고, 집에 와서 한시간 산책 끝나야 하루일과가 완전히 끝나요
제 손 물어 뜯어서 지금도 손 여기저기에 흉터가 있고, 사회성 제로에 세상 쫄보라 다른 멍이들 소리만 들려도 꼬리말고 도망가기 바쁜 멍이지만 사료 투정 한번 안하고 화장실에 쉬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하고 있어요ㅋ
다음엔 너무 오랜만에 오지 마시고ㅎㅎ 멍멍이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