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학부 졸업논문...

2019.08.20 15:38

가라 조회 수:504

논문 얘기 나오니 떠오른 바낭입니다.


요즘에는 학부 졸업논문 어떻게 쓰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졸업논문 쓸때는 요식행위 였습니다.


보통 4학년 여름방학때 지도교수 배정 받아서, 교수님이 주제 정해주면 그중 적당한거 골라서 해외 논문 번역해서 짜집기 하고, 국내 논문 짜집기 해서 문헌조사해서 적당한 논문 하나 내면 끝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좀 신경 써주면 몇번 리뷰해서 지적 받으면 수정하고..

전혀 신경 안쓰면 제출하면 슥 보고 왠만큼 엉망 아니면 패스시켜줬죠.


학과 교수님들은 대충 성향을 알잖아요.. 그래서 지도교수 배정은 뽑기로 했어요.

그런데, 대학원 진학 예정인 친구들은 자기 전공에 맞춰 이미 랩으로 출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기 많은 교수님은 자리가 몇개 없어서 치열했죠.


하여튼, 저는 뽑기운도 없었는지라 제일 소문 안 좋은 교수님에게 배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예정자 네명이서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갔는데..

교수님이 그래, 내일부터 출근해야지? 하더라고요.

졸업논문 쓰러 자기 랩에 매일 출근하래요. 

다른 교수님들은 주제 던져주고 언제까지 초안 보내라.. 이러는데...


당연히 저희는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데 랩에 출근을 왜 하나요? 저희가 대학원 갈것도 아닌데? 라고 반문 했고..

결론은 교수님은 저희한테 졸업을 꽁으로 할셈이냐.. 논문 쓰는게 만만해 보이냐.. 라면서 혼을 냈어요.

하지만 저희도 곧 졸업을 앞둔 예비역들인데, 교수가 압박한다고 순순히 출근할 위인들이 아니었지요.

다른과에서도 그렇고 취업준비생들이 졸업논문 쓰려고 방학때 매일 랩 출근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교수님이 어디 추천서라도 써주실거냐? 우리도 토익 학원 다니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고 할거 많다..라면서 대들었고.. 결국 교수님은 나가! 니들 같은 애들은 졸업 시키면 안돼! 라며 쫒아냈습니다.


그길로 우리는 학과장을 찾아갔고... 학과장은 한숨을 쉬더니 자기가 얘기해볼테니 일단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결국 저희는 뿔뿔히 흩어져 다른 교수님들한테 한명씩 배정 되었고...

다들 그러듯이 '문헌조사를 통한 논문'을 써서 패스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교수님이 가르치는 분야도 저물어가는 분야였고, 성격도 안 좋아서 우리 학교 출신들이 아무도 그 교수님 랩으로 대학원을 안갔습니다. 랩에 두명 있는데 모두 타교 출신이었고...  그러니 만만한 학부생들 여름방학때 부려 먹으면서 자기 랩으로 진학하라고 압박해볼 생각이었던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음해에도, 그 교수님으로 배정 받은 후배들이 똑같은 상황에서 반발하고 '선배들이 학과장님한테 가서 해결했대!' 라고 해서 학과장님 찾아가서 다른 교수님들에게 배정 받고... 해당 교수님은 그 다음해부터는 학부생들에게 방학때 랩에 출근하라는 얘기를 안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신에 논문을 계속 빠꾸 놔서 여전히 후배들에게 인기는 없었다고...)


지금은 정년퇴직한지 한참 되었다고 하던데..  

요즘 학부 졸업논문은 제대로 쓰게 바뀌었을까? 궁금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242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8813
112537 그레이 아나토미 16시즌 중 (스포유) [1] 라인하르트012 2020.03.11 307
112536 코로나19를 겪으며 들추어낸 한국사회의 슬픈 곳들 [14] Toro 2020.03.10 1548
112535 비례정당, 김어준의 다스뵈이더, 혹하다. [3] 왜냐하면 2020.03.10 710
112534 우리는 더 위태로워질 것이다 [2] 어제부터익명 2020.03.10 864
112533 해외 코로나 이모저모 (몽고, 몬테네그로, 터키, 산마리노, 일본) [4] tomof 2020.03.10 906
112532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조성용 2020.03.10 641
112531 아동성착취 사이트를 다크웹에서 운영한 손정우 사건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7] 발목에인어 2020.03.10 1393
112530 어제 SBS의 한 기자 [14] 표정연습 2020.03.10 1189
112529 [총선]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정당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10] ssoboo 2020.03.10 653
112528 서울엔 비가 오는 군요 [4] 타락씨 2020.03.10 384
112527 나는 내가 소중하다 [2] 가끔영화 2020.03.10 299
112526 괜히 신경 쓰이는 부고 기사 - Troy Collings [2] 스누피커피 2020.03.10 348
112525 비례위성정당의 문제는 중도층 공략 전략의 문제. 가라 2020.03.10 298
112524 [총선] 유시민의 민주당 플랜 A,B,C,D [13] ssoboo 2020.03.10 898
112523 itzy 신곡 WANNABE MV [5] 메피스토 2020.03.09 645
112522 Max von Sydow 1929-2020 R.I.P. [8] 조성용 2020.03.09 287
112521 [코로나19] 서울지역 직장내 집단감염 발생 [13] ssoboo 2020.03.09 1329
112520 톰 행크스 영화들 "터미널( 2004)" 추천하고 싶네요. [6] 산호초2010 2020.03.09 753
112519 사촌동생이랑 놀이공원 후기 [5] Sonny 2020.03.09 621
112518 기생충 삭제된 장면들 [1] 왜냐하면 2020.03.09 8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