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는 각각 '카케쿠루이'와 '카케쿠루이xx' 라는 제목으로 시즌 두 개가 올라와 있고 저는 일단 첫 시즌인 '카케쿠루이'만 본 상태입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 시대 배경 따윈 집어 치우고 어쨌거나 현대 일본. 도박으로 학생들의 멘탈을 키워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말도 안 되는 컨셉의 학교가 존재합니다. 소문난 명문 학교라서 일본 사회 지도층(에다가 갑부)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그래서 방과후 도박 활동으로 매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따고 날리고, 그러다가 확실히 말아 먹어서 전교생 중 하위 10% 안에 들어가면 '가축'으로 분류되어 다른 학생들의 노예 생활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학생회'는 전설급 도박 고수들만 모여 있는데 얘들은 맨날 학생들 부추겨서 '가축' 만들고 괴롭히고 이런 데만 관심이 있고...

 그렇게 종합적으로 말도 안 되는 가운데 말도 안 되게 큰 가슴의 청순 미소녀가 전입해와서 학교의 고수들에게 도전합니다!



 - 일본 애니메이션들 중엔 유난히 극단적인 설정으로 사람들을 낚으면서 시작하는 물건들이 많죠. 이것도 그렇구요.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설정들 중엔 '중2병이라는 것이 폭발한다!!!'는 것들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물론 이것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그 극단적인 설정을 말이 되게 설명해 보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이게 장점이냐면, 대다수의 일본 애니들이 그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굳이 정당화 해보려고 애쓰다가 설정 자체보다도 더더욱 중2병스러운 이야기로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애니가 아니라 게임의 경우지만 '슈타인즈 게이트'나 '단간론파' 시리즈 같은 것들이 그렇죠.

 반면에 이 '카케쿠루이'는 거의 김성모급 설명 생략 정신을 발휘해 시작과 동시에 바로 본론으로 뛰어들어 쉬지 않고 달리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사람들이 이런 작품에 기대할 부분들을 전달하는데 전념하는 솔직함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 '하고 싶은 이야기'란게 뭐냐면... 교복 입은 가슴 큰 미소녀들이 말도 안 되게 거창한 스케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도박질 하면서 서로를 파멸시키고 그 와중에 수시로 노골적인 섹스 어필 장면들을 끼워 넣는 거죠.

 물론 뭐 누가 일본 애니 아니랄까봐 '가만히 앉아서 무능하게 찌그러질 것이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해 볼 것이냐!' 같은 참으로 일본 애니 다운 메시지를 끼워 넣긴 합니다만 뭐 그런 걸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ㅋㅋ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죠. 네.



 - 도박물로서 퀄리티를 따져 보자면 아무리 봐도 좋게 평해줄 물건은 아닙니다. 일단 등장하는 도박들이 거의 모두 일반적인 룰이 아니라 작가가 반전을 넣기 위해 창조한 변형룰을 갖고 있어서 등장 인물들의 사기 수법이나 그걸 격파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봐도 감흥이 없어요. 게다가 늘 그렇듯이 주인공은 그냥 먼치킨도 아닌 지독하게 운이 좋은 먼치킨이라서 전개도 너무 편리하구요.

 등장 인물들의 성장 이야기... 같은 걸로 보기엔 애시당초 내면 묘사라고 할만한 게 거의 전무하고 가끔 있어도 노골적인 클리셰들 뿐이어서 감흥을 느낄 틈이 없구요.


 그럼 도대체 이 작품의 셀링 포인트는 무엇이냐... 라고 하면 그게 뭐랄까. 그냥 '자극'입니다. 그것도 아주 끊임 없는 자극이요.

 단 1분도 별다른 일 없이 그냥 흘러가는 일이 없습니다. 에피소드 하나가 24분 남짓에 오프닝, 엔딩 빼면 20분 될까 말까인데 한 회당 최소 한 번씩의 도박이 시작되고 마무리되고 그 때마다 새 등장 인물과 새로운 사건이 등장했다가 사라져야 하니 매 순간순간이 스피디해서 심심해질 틈이 없구요. 그리고 그 모든 사건과 인물, 도박이 다 극단적으로 과장된 변태적인 것들이라 정말 자극이 멈추질 않습니다. 정 자극할 꺼리가 없다 싶으면 무의미한 노출씬(...)이나 변태적 행동 보여주는 장면이라도 넣어서 어떻게든 시청자의 감각이 잠깐이라도 쉬지 못 하게 만들죠. 켜놓고 음? 하다 보면 한 회가 끝나는 느낌.

 다른 건 다 제쳐 놓거나 철저히 무시할 수 있을지라도 단 한 가지. 정말 어마어마하게 시간 잘 가는 물건이라는 건 인정해줘야 합니다. ㅋㅋㅋ



 - 자꾸 튀어나오는 쓸 데 없이 변태적인 그림들 때문에 폼이 안 나서 그렇지 작화의 퀄리티는 상당히 훌륭한 편입니다. 성우들의 연기도 일본 애니메이션스럽게 적절하고 장면 연출들도 변태적이지만 괜찮아요. 기술적으로는 꽤 그럴싸한 작품입니다. 그 그럴싸한 기술로 펼쳐지는 이미지들과 이야기가 문제이지(...)



 - 혹시라도 한 번 볼까...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것이.

 섹스씬은 아예 없고 심한 신체 노출도 없지만 자주자주 튀어나오는 야한 장면들의 변태성이 상당합니다. 옛날 옛적 일본산 야한 게임들 보는 느낌의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야한 장면이 자주 나오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여성 캐릭터들이 성적으로 착취됩니다.

 대다수가 너무 쌩뚱맞아서 야하다는 느낌보단 걍 바보 같이 웃긴다는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꽤 큰 불쾌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웃기는 건... 미소녀를 그리겠다!! 보여주겠다!!!! 는 열망(...) 때문에 대부분의 메인 캐릭터들이 여성입니다. 주인공 남자애도 사실상 거의 관찰자 수준이고 뭐 단역에 가까운 조연급 남자 캐릭터 두 명을 제외하곤 몽땅 다 여자. 그래서 능력있고 의지 강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부딪히고 하는 게 다 여자들이라 본의 아니게 여성 중심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ㅋㅋㅋ



 - 암튼 간단히 정리하자면.

 기술적으론 꽤 괜찮지만 이야기는 영 허술하면서 끊임없는 자극적인 장면들과 설정들로 연명하는 이야기입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막장 전개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다는 게 최고의 미덕이지만 아마도 대다수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을 장면들로 도배가 되어 있으니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여성 혐오적 분위기에 저항력이 없으신 분들은 피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멍청해서 진지하게 봐 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변태 취향 코믹극으로 즐길 수도 있어요. 보시는 분 멘탈에 따라서는요. 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4178
112261 볼튼 잘리니 다시 찾아보게된 짤 [3] ssoboo 2019.09.12 799
112260 [네이버 무료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 (Mustang, 2015) [2] underground 2019.09.12 372
112259 금태섭 의원 중앙일보 인터뷰 [22] Joseph 2019.09.12 1583
112258 Mardik Martin 1936-2019 R.I.P. 조성용 2019.09.12 142
112257 1.픽셀, 순정 안드로이드가 주는 느낌 2.나쁜녀석들 (티비드라마) 인기있었나요 [6] 폴라포 2019.09.12 420
112256 저세상에서 너를 잡으러 온 걸그룹 [3] 룽게 2019.09.12 1164
112255 문재인 대통령 원치 않는다는 ‘개별 기록관’ 연초부터 협의 의혹 [5] 휴먼명조 2019.09.11 1017
112254 강남 일반고 자사고 재수생 비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요? [14] Joseph 2019.09.11 997
112253 손석희는 정말 역겨워요. [9] ssoboo 2019.09.11 2263
112252 삭발로 조국 지지의사를 표명한 국회의원. [4] stardust 2019.09.11 1118
112251 그렇게 꼭 필요한 개별 대통령 기록관에 대해 대통령이 화내는 이유는 뭔가요? [4] 휴먼명조 2019.09.11 944
112250 "172억원 드는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설립 왜?" - 이소연 국가기록원장 왜냐하면 2019.09.11 496
112249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포스터에 대해서도 조사한다고 합니다. [22] underground 2019.09.11 1232
112248 아이폰11 나왔는데 [3] ssoboo 2019.09.11 717
112247 홍익표 "윤석열 총장, 조국 낙마 언급…여당 대변인으로서 근거 없는 얘기 안 해" [1] 왜냐하면 2019.09.11 562
112246 윤석열은 조국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3] 도야지 2019.09.11 1012
112245 추석 전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19.09.11 619
112244 오늘의 스누피 엽서와 왕티즈 영상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11 160
112243 (바낭) 일본인들의 영화 제목 취향 ~부제 달기~ [14] 보들이 2019.09.11 666
112242 볼턴이 드디어 [11] ssoboo 2019.09.11 106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