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다, 혁신

2019.12.10 19:52

Joseph 조회 수:475

1. 최근 택시 산업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일련의 event들은 제게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86917

http://www.djuna.kr/xe/board/13687498


특정한 사회적 약속에 의해서 만들어진 프리미엄을 좇아서 시장에 진입한 이들과 정부, 기타 구성원들이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만들었던 프리미엄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사회적 변화와 맞닥드린 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데,

최근 assisted intelligence 등의 빠른 발전에 따라 택시-택시 기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수의 직종들이 처하게 될 상황을 수 년 또는 수십년 앞서 보게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택시의 경우에는 운수업 발달 초기에 운전이라는 기술이 요구했던 "전문성" (driving 기술 그 자체, 간단한 정비 기술, 영업하는 지역의 자세한 지리 정보과 시간 별 교통 흐름, 기본적인 윤리를 포함한 교양 등)과 "대중교통수단의 일종으로서의 중요성(위상)"에 따라 "면허"라는 게 필요했고,

그 "면허"라는 것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교육, 평가, 관리의 필요에 따라 "택시", "택시 기사"의 공급 (즉, 면허 수)이 제한이 되었고,

대중교통이라는 사회적 서비스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통제된 시장 가격이 그러한 전문성을 고려하여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이 되었기에,

공급의 통제 + 가격의 통제에서 오는 프리미엄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술과 사회의 발전에 따라, 택시기사의 "전문성"을 구성하던 여러가지 구성 요소 +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의 위상"을 결정짓던 여러가지 요인들이 함께 변하면서 그 프리미엄이 소멸되기 시작했고,

그것을 알아챈 정부가 택시와 택시 기사의 총 숫자를 더 늘리지 않고 통제함으로써 (면허 총량제) 프리미엄의 붕괴 속도에 비례하여 택시 산업이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멸해가길 유도했으나,

인터넷, 통신, computing의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으면서 (+ 물론 정부는 이를 이미 알아챘지만 이를 고려해서 다시 산업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함께 욕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그럴 용기를 내지 않았고 그 결과) 프리미엄의 붕괴 속도가 면허 총량제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택시의 위상, 택시 면허의 프리미엄의 시장가격이 대중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벌어지게 되었고,

이 간극을 대중들이 평가하는 시장 가격으로 메꾸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 예를 들어 uber, 타다 등이 자연스레 나타나게 되었고 그 결과 갈등이 벌어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이러한 갈등을 이른바 영국의 1800년대 붉은 깃발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해갈 것인가 (이 경우 구 산업과 그 종사자들은 보호되지만 혁신이 어려워지고), 아니면 적극적으로 혁신을 수용할 것인가 (동시에 구 산업과 그 종사자들의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하겠고 + 정부로서는 이를 알고도 미리 조율하지 못했던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보상해야 하겠죠..) 하는 선택이 주어졌습니다.


3. 상황을 보다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구 산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식 (즉, 전자의 선택)은 기존의 사회적 약속에 따라 형성된 프리미엄을 (비록 그것이 시장 가격과는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의 안전성을 더 높이는 동시에 그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 역시 더 높아지게 될 것인 반면,

혁신을 수용하는 방식은, 바로 어제까지 정부가 약속했던 rule (사회적 약속)에 의해서 만들어진 프리미엄을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당 부분 깨부수어야 하기 때문에 비록 상당한 피해를 보상한다 할지라도 제도의 안정성, 안정감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고교 평준화를 약속해놓고 3년 뒤에 갑자기 바로 전면 고교 서열화를 한다든지, 결국 지금 의대 인기가 높은 것은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적인 수입과 사회적 지위인데, 어느날 갑자기 의사들의 수입을 국가가 세전 월 300만원 이내로 통제한다는지 하는 상황과 비슷한데, 

고교 서열화나 의사 수입 세전 월300만원이내 정책이 국가의 경쟁력을 2배로 증가시킨다 할지라도 (물론 실제로는 당연히 안 그렇겠지만..) 많은 반발과 함께, 어제까지 rule이었던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을 목도한 사람들의 불안감 상승, 각자도생적 심리의 확산을 어쩔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가장 합리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이번 택시-타다 논쟁을 타산지석 삼아서 

(1) 정부와 사회가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대처함으로써 사회적 약속이 전환되는 속도의 slope를 최대한 낮추고 +  

(2) 평생 보장되는 직장이라는 것, 평생 직업, 평생 직종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키고 그러한 전제 하에 여러가지 정책들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

(3) 교육 정책 역시 고교 평준화, 대학 입시 정책 같은, 공급을 통제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정책에서 벗어나, 내 앞으로의 삶에 최소한 3-4번은 거치게 될 혁신에 뒤처지지 않게끔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원론적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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