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덴트, 조달청

2020.03.08 13:25

겨자 조회 수:903

2020년 3월 5일 기사가 하나 떴습니다. 이덴트라는 치과용 마스크를 포함한 치과 재료,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가 더이상 마스크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공고를 올렸습니다. 다음은 공고의 일부입니다.


"이덴트에서는 다음 2가지 이유로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그동안 이덴트마스크는 단가가 산 중국산원단과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서울 홍제동에서 한 대의 기계를 돌리면서 한국인 근로자 3명을 고용하여 생산단가가 중국산과 

비교할 수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는 통보와

약 일일생산량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이덴트는 하루 생산량 200통 (10,000장)에서

240통 (14,400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원을 1명 더 충원했고

매일 2시간 연장근로와 통일 일요일 연장근무로 인해 각종 수당지급등 상황이 있었지만

이덴트 회원들의 어려움이 이덴트의 어려움이라 생각하여 마스크값 1원도 안올렸습니다.

부르는 대로 돈을 주겠다는 중국에 1장도 안팔고 이덴트 회원에게 공급해왔습니다." (전문은 링크에)


이에 대해서 노컷뉴스가 기사를 올렸습니다. 기사와 댓글 읽어보면 독자들이 자재 원가와 생산 단가를 헷갈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자체가 자재 원가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품목"이라며 "국내에서 국산 자재를 이용해 생산할 경우 치과용 마스크 원가는 1장에 40원 정도이며 중국산을 수입하면 20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비슷한 기사를 올렸는데, 한국 일보도 생산 원가가 20-40원에 불과하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 조달청에서는 얼마를 낼 생각을 하고 있었나. 2020년 3월 5일 오전 10시 13분에 게시된 입찰공고번호 20200307979 - 00를 보면, 추정 가격을 977,454,545원으로 잡고 있고, 수량은 8,960,000개, 추정 단가는 120원으로 적고 있습니다. 수추정 가격을 수량으로 나눠보면 109원이 나옵니다. 즉 개당 추정 단가는 120원으로 추정하나 뭉터기로 살 때는 개당 109원, 전체 가격을 977,454,545원으로 잡고 있다는 걸로 보입니다. 이 업체의 하루 생산 최대치가 14,400장이라면, 622일간 계속 생산해야하는 양입니다. 즉 2년 좀 못되는 시간의 생산량을 전부 정부에게 줘야한다는 뜻이죠. 이 마스크는 소매가 158원에 팔던 거라고 현 정부가 밝혔습니다. 이걸 109원에 정부에 팔라는 거죠. 같은 상품을 3월 중 배송으로 미국 아마존에서 사려하면, 한 장에 1.3달러. 1,544원 내야 합니다. 


그런데 원단은 마스크와 같지 않지요. 그리고 원가에는 인건비, 기계 감가상각, 매니저 비, 렌트비가 들어가야하죠. 마스크 업체 관계자들은 자재 원가를 말하는데, 이덴트의 사장은 처음부터 자리 값, 인건비와 기계 감가상각을 말합니다. 1) 서울 홍제동에서, 2) 한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고, 3) 연장근무로 인해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4) 기계도 낡았다고 썼죠. 기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도 화성 마스크 원단설비 오퍼레이터 연봉이 3천만원에서 3천2백만원이네요. 포장하는 사람 월급도 경기도 기준 230만원입니다. 그런데 노컷뉴스나 한국일보나 이덴트 욕하는 사람들은 원단자재값 개당 40원을 들먹이는 게 전혀 공정해보이질 않네요. 서울 강남 스타벅스 가서 브라질 가면 커피콩 값이 얼마나 싼 데, 이 한 잔에 5천원을 받느냐고 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돈은 나무에서 자라나지 않고, 연장근무하는 노동자에게 회사는 수당을 지급해야합니다. 기계가 낡으면 돈 달라고 입을 벌리고, 그러면 사람 써서 수리를 해야합니다. 서울 홍제동 지대 (Rent)는 경기도 화성시 노하리 보다는 높겠죠. 1월 말에도 부직포 필터, 원단 못구해 공장 가동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원재료는 가만히 있는다고 공장에 실려와서 대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가서 뛰어서 사와야하죠. 그것 역시 관리라는 비용입니다. 이것이 가치사슬입니다.


지금 여기서 사람들이 가격, 소매가, 원가, 제조 원가, 자재 원가를 헷갈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며칠전 아마존에서 팔던 덴탈 마스크가 개당 1,545원입니다. (50개들이 65달러)

이덴트 마스크의 소매가는 158원. (50개 들이 7,900원)

정부가 추정한 단가는 120원. (조달청 입찰공고)

정부가 제시한 개당 가격은 109원. (조달청 입찰공고)

마스크 원단 가격은 개당 40원으로 추정 (한국일보 인터뷰에 근거)되죠. 


제가 주먹구구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아래는 추정입니다) 보통 한국 제조업 이윤율이 9.5% 정도 됩니다. 여기서 삼성하고 SK 하이닉스 두 회사 빼면 6% 정도 되는 걸로 압니다. 넉넉하게 쳐줘서 이덴트 마스크 이윤율을 9.5%로 잡죠. 158원짜리 마스크 팔아서 15원 남긴다고 추정하겠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계약을 덥석 물었으면 (158-15)=143 (개당 전체 원가), 109 -143 = -34원. 한 장 팔 때마다 34원 손해입니다. 만일 조달청이 최초 제시한 수량 8,960,000개에 동의했으면 이 업체는 3억4백6십4만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합니다. 만일 수량을 십분의 일로 줄인다 해도 개당 납품가격 109원을 그대로 고수하면 이 업체는 3천4십6만4천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합니다. 만일 이덴트가 158원의 소매가를 고수하지 않고 개당 1,545원에 수출했다면, 이 업체는 하루에 최소 천삼백만원은 벌 수 있습니다.


조달청은 3월 6일 해명자료를 올렸습니다. 


이덴트(치과재료 유통 및 마스크 제조업체)는 조달청과의 계약체결 과정 에서 먼저 가격을 제시한 적이 없었음. 마스크 제조 중단 선언 이후 조달청이 계약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내가 미비했고 수량 표시 착오(10배)가 발생하였음을 발견하였음.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함.


먼저 유감이란 말은 상대방에게 풀지 못한 감정 있을 때 쓰면 적당하고, 이 경우에는 실수에 대해 사과한다고 적어야 합니다. 조달청은 이덴트가 먼저 가격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이건 이덴트가 조달청을 울겨먹으려 들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죠. 그리고 이 해명자료는 조달청이 이덴트에게 일일생산량 10배에 해당하는 계약을 요구했다는 게 사실이었음을 말해줍니다. 


다음은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 여준성씨의 페이스북 포스팅입니다. 


(주)이덴트 대표님과 어제 오늘 4차례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정부의 마스크 조달공급을 통한 수급 안정화를 위해 조달청이 각 제조업체와 계약을 위한 공문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덴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양이 제시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기존 생산 가능량의 10배)

대표님께서는 오랫동안 치과 기자재 등 사업을 해오신 분으로 정부의 시책에 따라야 하겠지만 물량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정부시책을 거부하는 것 보다는 생산을 접는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셨다고 합니다.(선의의 판단으로 생각합니다)

기사에 나오는 대로 이 마스크는 KF시리즈가 아니라서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50개 한박스에 7,500원 / 개당 158원) 그런데 조달청과 업무를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격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계약을 하게 되는데 큰 회사의 경우는 자동화, 대량생산 등으로 단가가 소규모 업체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해당 마스크 조달 가격은 110원,120원이었습니다. 이덴트에 제시한 가격은 109원 정도로 생산원가의 50%는 아니었지만 이 가격으로는 하루 1만여개를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의료계에 이덴트가 제조하는 유형의 해당마스크 공급 물량은 60만개로 1만개는 사실 작은 부분입니다. - 100만개 중 나머지 40만개는 KF보건용, 방진마스크 등)

다행히 문제의 원인을 찾았고 조달청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해주셔서 공문이 오기였음을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다시 업체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덴트도 조달업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아 이 과정을 강제로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의로 생산을 접겠다는 뜻을 표명하신거라고 하십니다.

이 문제로 많은 분들이 갑론을박 했습니다.

이덴트 대표님도 어제 하루 굉장히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합니다.(더이상 비난은 삼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조달공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과정에서 어쩌면 작을수도 어쩌면 클수도 있는 실수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정부가 더 세심하고 철저하게 일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덴트는 오버한 거였나? 가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합의 안하고 시장에 팔 수 있는 거였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달청은 "마스크 조달계약은 조달청이 업체에 강제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가 합의해야 체결되는 계약과 같은 것"이라며 "조달청이 요구한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으면 되는 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여준성 보좌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답변했다시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재정·경제상 위기, 수급조절 기능이 마비되어 수급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공급·출고 등에 대한 긴급수급 조정조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라고 하네요. 즉 연합뉴스의 표현을 빌리면 "생산량의 80%를 조달청을 통해 공적 판매처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강제계약 요구'로 받아들"일 소지가 분명합니다. 가격이 맘에 안들면 합의 안해도 되지만, 물량의 80%는 조달청에 갖다줘야한다 이런 거죠. 강제도 아니고 강제 아닌 것도 아닌 익숙한 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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