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시즌 3까지 나와 있는 핀란드 드라마이고 제가 본 1시즌은 45~50분 내외의 에피소드 11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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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갬성 충만한 이미지로 골라봤습니다)



 - 첫 화가 시작되면 살인 사건 현장에 모여 있는 형사들의 모습이 나옵니다. 거기에 까까머리 장년 멀대 아저씨가 나타나서 시신의 상태와 그 방에 있던 물건들을 훑어본 후 뭐라뭐라 상황 분석을 하더니... 5분만에 사건이 해결됩니다. 그렇습니다. 이거슨 또 하나의 '명탐정' 수사물인 것이죠.

 그 아저씨의 이름은 '카리'. 헬싱키에서 아주 잘 나가는 수사관이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만 그러느라 뇌종양으로 쓰러진 아내도 못 돌보고 딸래미와의 관계도 남부끄러운 상태가 되었죠. 그래서 뒤늦게라도 '가족을 먼저로 하겠다!'고 선언하며 강력 사건과는 거리가 먼 국경 근처의 작은 도시 라펜란타로 부임을 합니다만. 하필 그곳엔 '강력 범죄 전담반'이란 게 신설되었고, 그래서 당연히 거기 팀장이 되고, 부임 다음 날부터 흉악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겠죠. 그래서 우리의 불운한 주인공은 다시 한 번 일이냐 가정이냐... 의 시험에 빠져 좌충우돌하며 번뇌에 찬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 일단 '명탐정' 드라마이다 보니 당연히 주인공의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겠죠.

 대체로 전형적인 명탐정입니다. 말버릇이나 제스쳐 같은 게 좀 '저 사람 친구 없겠다'는 느낌으로 특이하구요. 실제로도 사회성이 약간은 모자란 구석(무뚝뚝하고, 말주변 없고, 고집 세고)도 있구요. 기억의 저택 운운하는 기억술을 특기라고 주장하긴 하는데 그것보단 사실 뛰어난 관찰력으로 남들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해서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일에서 사건의 힌트를 찾아내는 식의 탐정(은 아니지만)입니다. 

 이렇게 대체로 뻔한 가운데 나름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어요. 그게 뭐냐면... 사람이 참 착합니다(?) 자기가 수사 밖에 모르는 너드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구요. 그것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그걸 어떻게든 만회하고 극복해보려고 부단히 애를 써요. 범죄의 피해자들이나 수사 과정에서 만나는 어린 애들을 대하는 태도도 참말로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습니다. 일 중독자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본인의 지적 쾌감을 위해서라기보단 그저 그런 나쁜 놈들을 싹 다 잡아 넣어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는 사명감 때문에 가깝습니다.


 한 마디로 되게 소탈하고 정이 가는 '우리들의 다정한 이웃' 명탐정이에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요즘 이런 타잎의 명탐정이 의외로 드물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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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면 귀엽습니다. 오타 아닙니다. 귀여운 아저씨에요. ㅋㅋㅋ)



 -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캐릭터가 꽤 잘 잡혀 있습니다. '카리'의 가족들은 물론 경찰서의 동료들도 다들 팍팍하고 재미 없게들 생겨갖고는 보면 볼수록 정드는 사람들이구요. 또 그 중 대부분이 각자의 사연들을 갖고 있으며 장점과 함께 확실한 결함들도 있구요. 이런 캐릭터들이 이러쿵저러쿵 부딪히고 가까워지고 하는 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체 스토리 속에서 야금야금 은근슬쩍 잘 흘러갑니다. 캐릭터들 보는 재미가 꽤 강한 드라마에요.



 - '잘 모르던 남의 나라 구경'이라는 차원에서도 꽤 괜찮습니다. 일단 핀란드 변방의 소도시(인구가 7만명 남짓이래요)의 풍광을 상당히 멋지게 잡아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구요. 차 몰고 한시간 반만 달리면 도착하는 러시아와 핀란드와의 복잡한 관계도 이야기 속에 자주 튀어나와서 강제 지식을 주입(...)해줍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뭐랄까... 암튼 늘 헐리웃이랑 영국 드라마만 보며 살던 사람 입장에선 생소한 정서나 생활 양식 같은 걸 바탕에 깔고 전개가 되니 별 거 아닌 이야기여도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들고 그러더라구요. 덕택에 꽤 재밌게 봤어요.



 - 그럼 마지막으로 수사물로서는 어떠하냐... 고 묻는다면.


 그건 좀 애매합니다. ㅋㅋㅋ 일단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이게 '명탐정' 이야기에요. 그런데 현대 수사물에서 명탐정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사실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명탐정의 천재적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각본을 쓴다는 게 또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나름 타협을 해 놓았습니다. 주인공의 명탐정 능력은 언제나 사건 초반의 막막한 상황에서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우선 수사 대상을 정하는 단계에서 발휘됩니다. 그 다음은 이제 팀원들이 탐문을 하고 과학 수사를 해서 주인공의 가설을 입증하고, 마지막엔 가벼운 액션을 하면서 사건을 정리하는 거죠. 이 정도면 그럭저럭 말이 됩니다만. 이러다보니 런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그 '방향'을 잡는데 소모한 후 정작 수사가 시작되면 급전개로 끝나버린다는 단점이 생기구요. 또 주인공이 이렇게 활약할 기회를 주기 위해 늘 사건 초기에 초동 수사를 하는 경찰들이 다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무리수가 따라옵니다. 걍 피해자의 통화 내역만 조회해봐도 바로 용의선상 1번에 올라야할 녀석의 존재를 막판까지 눈치채지 못한다든가... 그런 식이죠. 리얼한 분위기의 수사극을 기대하진 마시길.


 대신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벌어지는 사건들이 대체로 괴상하고 엽기적인 것들이다 보니 흥미롭죠. 그리고 그 사건들의 괴상함과 엽기성이 주인공들의 퍽퍽한 비주얼(...)과 핀란드의 이국적 풍광과 어우러지면 상당히 그럴싸한 분위기가 조성이 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야기는 좀 허술하지만 분위기가 참 좋아서 볼만하네' 정도의 느낌이 되겠습니다.



 - 제 결론은 대략 이렇습니다.

 사실적으로 잘 만들어진 본격 수사극은 아닙니다. 명탐정이 나와서 쌩뚱맞고 괴상한 사건을 해결하는 좀 환타지스런 이야기죠.

 하지만 꽤 잘 빚어진 캐릭터들과 그 사람들 사이의 드라마들, 그리고 핀란드의 독특하고 멋진 풍광과 사회상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충분한 개성을 갖춘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수사물 좋아하시고 꼭 사실주의적이며 논리적인 수사물이 아니어도 잘 보는 분이라면 한 번 시도해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네요.

 다만 전 시즌 1만 본 상태이니 이후에 무슨 막장이 펼쳐져도 제 책임은 아니라는 거. ㅋㅋㅋㅋ




 + 서두에 적었듯이 시즌 1이 11개 에피소드입니다만, 사건 하나는 에피소드 둘에서 셋 사이에 종결되고 다음 화부턴 다른 사건으로 넘어갑니다. 전 이것도 좋았어요. 한 시즌을 사건 하나로 끌고가는 드라마는 보다보면 갑갑해져서;



 ++ 주인공들이 화웨이 핸드폰을 많이 쓰더군요. 한 때 노키아국으로 전세계를 호령하던 핀란드가...



 +++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뭔가 이승에 존재하는 지옥 같은 이미지로 계속 등장합니다. ㅋㅋㅋ 걍 차 몰고 두 시간 달리면 도착! 이라는데 아무리 그래도 다른 나란데 저렇게 편하게 오락가락하나?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며 본의 아니게 역사 공부를 했네요. =ㅅ=;;



 ++++ 주인공을 일 중독이라고 구박하는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니 참 어색하더라구요. 일단 주인공이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 데다가... 아니 직업이 강력계 형사인데 저 정도면 아주 양호하고 가정적인 것 아닌가 싶어서요. 이것도 한국인이라서 이해가 힘든 건지. ㅋㅋ 한국 수사물 같으면 5박 6일 경찰서와 현장에서 숙식할만한 건을 맡고도 매일매일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은 직접 차려 먹이더만. 뭐 그 후에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지하실에 처박혀서 수사를 하긴 하는데 차라리 걍 야근을 하면 수당이라도 받지 그래도 뭐... 흠흠;;



 +++++ 이제 드디어 '다크' 시즌 3을 볼 수 있습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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