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의 공포...

2020.07.08 00:23

안유미 조회 수:524


 1.이미 썼듯이 요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어요.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이미 봤던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져서요.


 한데 연락을 해보니...그냥 잠깐 만났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쉽지만 막상 가까웠던 사람들에겐 연락하기가 어렵더라고요.



 2.이건 뭐랄까...건강 검진 같은 거예요. 나이가 많은 중년남자가 건강 검진 권유를 들으면 안 한다고 피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아 건강 검진 그까짓 걸 뭐하러 해?'라고 성질내면서 피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예요.


 왜냐면 종합 건강 검진을 하러 갔는데 어차피 아무 문제가 없으면 괜히 한 거고, 만약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낙담할 거니까요. 괜히 그런 걸 확인하고 싶지 않다...무섭다...라는 감정이 드는 거예요.



 3.그래서 잘 몰랐거나 대충 만난 사람들에겐 다시 연락해서 쾌활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정작 정말 가까웠던 사람에게 연락하는 건 힘든 거죠. 괜히 확인하고 그러는 게 너무 무섭거든요. 내가 그들을 오랫동안 신경쓰지 못한 사이에 안 좋아졌으면 어쩌나...슬플 것 같아서요.


 어쨌든 그래요. 꼭 해야할 건강 검진을 피하듯이, 정작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건 피하게 되는 거죠. 슬프고 무서워서요.


 

 4.휴.



 5.슬프고 우울하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 우주가...그냥 그런 곳인 거죠. 아무리 열과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태어나도 결국 나이를 먹으며 그것들을 서서히 잃어 가게 돼요. 


 처음에는 괜찮겠죠. 자신에게 넘쳐나는 열기와 열량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혼자서도 잘 살거야.'라고 외치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이 우주에 자신의 열을 너무 많이 빼앗겨버린 뒤엔 허겁지겁 다른 사람들을 찾게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온기라도 있어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거니까요.


 

 6.하지만 그런 것도 소름끼치는 소시오패스인 거겠죠. 혼자서 잘먹고 잘살면서 무리짓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다가 이제 와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매우 이기적인 소시오패스나 할만한 짓거리니까요.



 7.그러나 어쩔 수 없죠. 우주의 법칙에 의해 열은 반드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건 반대의 경우보다는 나은 일이고요. 


 어쩔 수 없어요. 이 우주가 사람이 타고난 열량을 빼앗아가기 때문에...다른 사람들과 뭉쳐서 맞설 수밖에요. 우울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78
125164 2023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4.01.07 164
125163 #경성크리쳐 시즌1 다보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4.01.07 404
125162 [넷플릭스바낭] 미국인들이 작정하고 건전하면 이렇습니다. '종말에 대처하는 캐롤의 자세' 잡담 [8] 로이배티 2024.01.07 617
125161 열녀박씨계약결혼뎐 완결.. 라인하르트012 2024.01.06 295
125160 요즘 들은 신곡 MV들 - 1조, 도레미파, To X, Chill Kill, Love 119, What Love Is, Off The Record 상수 2024.01.06 130
125159 [근조] 전 천하장사 황대웅 [2] 영화처럼 2024.01.06 320
125158 Wild palms [9] daviddain 2024.01.06 134
125157 프레임드 #666 [4] Lunagazer 2024.01.06 88
125156 [디즈니플러스] 하이테크 퍼즐 미스테리, '외딴 곳의 살인 초대'를 봤어요 [25] 로이배티 2024.01.05 575
125155 아주 사소한 것 [5] daviddain 2024.01.05 299
125154 프레임드 #665 [4] Lunagazer 2024.01.05 74
125153 Glynis Johns 1923 - 2024 R.I.P. [1] 조성용 2024.01.05 109
125152 사랑의 스잔나를 봤습니다 [4] 돌도끼 2024.01.05 330
125151 파묘 예고편 링크(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주연, 검은 사제들, 사바하 장재현감독) [1] 상수 2024.01.05 404
125150 뒤늦게 미첼가족과 기계전쟁을 보았습니다. [4] mari 2024.01.05 246
125149 사랑은 시간의 향기를 타고...잡담입니다. [6] thoma 2024.01.05 207
125148 싱어게인 제 생각 오늘 최고의 노래 라인하르트012 2024.01.05 329
125147 영알못인데 울트라바이올렛을 유튜브에서 [2] daviddain 2024.01.04 173
125146 “총, 균, 쇠” 내용 중, 질문이 있습니다. (e북 버전 소장중이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6] 남산교장 2024.01.04 474
125145 프레임드 #664 [4] Lunagazer 2024.01.04 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