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저번 식단공개 때 짧게 언급했었던 싱크대 리폼기를 갑자기 마음이 동해 올려 봅니다.

:-)

 

 


때는 2월. 아직 한참은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

매일매일 목도리를 친친 감고 하루에 몇군데씩 집을 둘러 보러 다녔어요. 이사를 해야 했거든요.

각양각색의 집을 살펴 보며 적당히 예산에 맞으면서 그럭저럭 교통도 나쁘지 않아야 하며 집상태도 무난한 곳을

서울 하늘 아래서 찾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또 망각하고 있었다니. 하며 좌절하기를 몇 주.

그렇게 발품을 팔다 지금의 집을 구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곳은 넓은 부엌이었어요.

 

이 사진의 딱 반만한 부엌을 가진 집들을 옮겨다니며 서울살이를 했기에 3구짜리 가스렌지가 옵션으로 달려 있고

찬장이 일곱칸이나 되는 이 부엌을 보는 순간 저는 아찔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또 부엌뿐만 아니라 방이나 욕실, 베란다 등속도 이만하면 되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지요. 

발품을 판 덕에 좋은집을 구했다는 생각으로 긴 망설임 따윈 일찌감치 접어두고 계약. 그리고 이사.

 

 

여태까지 대학가 주변의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을 전전하며 살았기에 전 세입자들은 대부분 자취생이었어요.

학교나 직장을 다니며 혼자 살고 있는 말 그대로 자취생. 하지만 이번에 이사온 집은 신혼부부가 사는집이었죠.

제 취향과는 무관했지만 나름대로 아기자기 꾸며놓고 깔끔하게 사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시련은 제게 그리 긴 행복의 시간을 주지 않고 금새 찾아 오더군요. 이사하기 전 날 미리 청소를 좀 해놓을까 싶어 집을 찾았더니 오. 마이. 갓.

저번 포스팅에도 쓰긴 했었지만 난국이 난국이 그런 총체적 난국이 없었습니다.

 

원래는 밤에 집을 보러 다니지 않는데 이사 날짜는 다가오고 마음에 드는 집은 나타나질 않아 그 날은 밤까지 돌아다니게 되었지요.

그래서 밤에 집을 보고 마음에 들어 가계약을 하고 며칠 뒤 수업이 끝나고 또 밤에 계약서를 쓰러 갔었어요.

그놈의 밤에 가서 잘 몰랐는데 이사를 하고보니 온 부엌은 기름때고 욕실은 곰팡이와 물때 천지....였습니다.

 

게다가 흰색인 줄 알았던 싱크대는 알고보니 전 세입자분의 솜씨랄까... (이건 눈썰미 없는 제 잘못이 명백합니다만..)    

 

시트지를 붙인 것 같은데 얼기설기 비어있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시트지를 깔끔하게 붙이지를 못해서 온 곳에 공기방울이...

 

 

붙일려면 다 붙이던가 이 싱크대 문은 왜 그냥 두셨는지...

 

 

게다가 이 기름때들은 도대체 다 뭔지.....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서 정말 많이 미화(!!)된 건데 가스렌지 청소하다 정말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길봐도 저길봐도 기름때....

내 넓은 부엌은 온통 기름때로 채워져 있었구나...뒤늦게 후회해봤자 이사간 신혼부부님들을 호출해서 청소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묵묵히 닦아내고 긁어내고 씻어냈습니다.

 

 

 지저분하게 붙어 있던 시트지도 다 떼어냈지요. 

 

요렇게 변신. 그러는 동안 조명도 살짝 바꿨습니다. 용산가서 이만 오천원에 득템.

이사한지 얼마 안되어 부엌이 너저분 합니다.

 

참 그리고 이 때 주방 문고리를 다 떼어냈습니다.  

 

도저히 닦아서 쓸 수 없는 수준의 기름때로 점철된 문고리들아 안녕. 너희들은 쓰레기통으로 좀 꺼져주겠니...

 

 

그러고 보니 이 시점이었군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만 것이..

.

새 문고리를 사기 위해 DIY쇼핑몰에 들어 갔다가 그만..

 

저는 왜 쓸데없이 다른사람들이 꾸며놓은 주방을 보고 말았을까요. 저는 왜 레몬 테*스에 가입을 했을까요.

왜 주문을 했으며 왜 결제를 하고...왜..왜...

 

사실은 저 체리색과 오크색의 중간쯤 되는 싱크대의 색깔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시트지를 떼어내고 나니 찍찍이의 기운-_-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옷의 먼지가 싱크대 문에 달라붙는게  큰 스트레스 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문고리랑 시트지만 사려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데 청소를 아무리 해도 부엌 타일 사이의 기름때 

요요 요놈의 기름때가 빠지질 않는데다 사실은 저 촌스러운 꽃무늬도 싫었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나는 할 수 있다!!를 세번 복창한 뒤 타일과 시멘트, 시트지, 페인트 등등을 구입해 싱크대 리폼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사한 집의 부엌은 더 넓었습니다.

기존의 타일을 떼어내고 새로 산 타일을 열맞춰 붙이고 시멘트를 바르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리더군요.

 

 

요렇게 시멘트를 막 발라주고 조금 말랐다 싶으면 다시 스펀지로 다 닦아내야 한다길래 또 나와있는대로 열심열심....

 

그리고 그 망할...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하고 눈만 높아져서 시트지 따위로 싱크대 문을 마감할 순 없겠다라는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결론을 내린 저는

시트지 대신 목재 패널을 붙이기로 결심합니다.

 

 

결심을 하고 물건을 받고 보니 그렇게 하려면 싱크대문을 다 떼어내서 작업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또 혼자서 열심열심..... 

참. 과정샷은 찍지 못했지만 싱크대 상판에 원목느낌이 나는 필름지를 입혀줬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지요. 아 원래 살던분들이 붙여놓은 시트지도 정말 힘들게 붙인거구나...(눈물) 

 

 

그렇게 문을 떼어내고 본격적인 작업.

일단 패널을 하나하나 붙여주고 혹 얇은 패널이 휜데가 있으면 무거운 물건을 올려서 평평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열여섯개의 문에 패널 붙이는 작업이 끝나면 젯소->페인트->바니쉬 과정을 거쳐 칠을 해주어야 한대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또 열심히 공부까지 해가며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페인트칠 하고 문고리까지 달아서 붙인 싱크대 문.

싱크대 문은 떼어 낼 때보다 다시 붙일 때가 훨씬 힘들었어요. 도저히 드라이버로는 못할 것 같아서 소형 전동 드릴도 하나 사고....

 

뭔가 잘못됐다. 내가 생각한 리폼은 이런게 아니었어...너무 힘들어..엉엉...그리고 나는 새댁이 아니라 자취생이었지 참.

하는 깨달음을 얻었을 땐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더랬습니다.

이미 싱크대문은 떼어냈고 페인트칠이 덜 된 문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마무리를 지어야하고 3만원도 넘게 주고 드릴도 사버렸으니 말입니다.

 

 

 

해서 어찌어찌 이럭저럭 완성은 되었는데...... 

뭔가 엉성하고 마음에 들지 않게 완성되었습니다.

그 동안 찬장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와인잔 렉도 달구요. 이 사진으론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스렌지 위의 선반도 만들어서 달았습니다.

제가 하면서도 내가 지금 이걸 도대체 왜 하는거지 하는 자기혐오에 끝임없이 시달리면서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어서 정말 억지로 만들었어요. 엉엉.

그런데 다 해놓고 나니까 사실 별로 이쁘지도 않고 구린겁니다!!!

 

그리고 전에 살던 신혼부부님들 죄송한 마음이 조금 들었습니다. 이사들어오기 전에 안방은 분홍색으로 도배해놓고 거실은 연두색으로 도배해놔서 제가 속으로 좀 욕했었는데...

(다행히 페인트칠을 가구 있는 부분엔 안해서 이사 들어오기 전에 주인 아주머니가 새로 도배 해주시긴 했지만요)

시트지 엉망으로 붙여놓고 집 더럽게 써서 혼자 청소하며 온갖 상소리를 퍼부었는데... 이게이게 제 취향대로 꾸민다고 해도 결과물이 꼭 제 예상과 같이 나오는 건 아니더라구요.

(젊으신 분들이라 혹시 듀게유저일까봐 걱정도 되지만.....진심으로 묻고 싶어요 왜 그렇게 더럽게 해놓고 사셨어요.....참 그리고 왜 도어락 카드키는 안보내 주시나요...)

 

 

그리고 요건 부엌 전체샷. 봄이라 마침 가구세일을 하길래 세일+디피 상품 추가 할인+잔여 포인트 투척 스킬로 원래 가격보다 매우 싸게 산 식탁도 생겼구요.

그 옆에 아일랜드 식탁용 의자는 사려니까 말도 안되게 비싸서 또 DIY 제품 찾아서 혼자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자는 그냥 사는게 나을뻔 했어요. 싱크대 리폼하는거 보다 저 의자 만드는게 더 어려웠습니다..엉엉.

 

거실은 거의 쓰질 않기 때문에 거실의 반을 부엌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식탁을 저렇게 빼버렸더니 부엌이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지금에사 사진을 보니 행주나 고무장갑은 좀 치우고 찍을걸...하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찍기도 뭐하고 생각보다 싱크대 리폼기도 너무 길어져서 이만 마무리 하겠습니다.

 

 

요건 좀 더 선명하게 나온 사진.

 

 

 

 

 

담번엔 아마 식단공개로 인사를 하게 될거 같네요.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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