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여유를 만끽하면서 밤을 새고 새벽 6시가 넘어 잠이 들었습니다.

오전 10시쯤인가.. 주인아줌마가 에어콘 설치해주겠다며 벨을 누르셨지요.

비몽사몽으로 두시간 가량 에어콘 설치하는걸 지켜보고 12시가 넘어 다시 낮잠에 빠졌습니다.

아주 달디단 낮잠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3시 반인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과 교수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성적 입력을 하려고 보니 두번째 과제 제출을 안했더구나."

"아 네..."

 

온갖 과제와 시험의 압박에 못 이겨 그냥 포기하는 심정으로 두번째 과제를 제출 안했었드랬죠.

정말 좋아하는 수업이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저에게 압박을 줘서 -완벽한 글을 써 내야한다는 중압감때문에요- 과제를 포기했드랬어요.

물론 쓰려고 몇시간을 고민하고 한글창을 띄워놓고 깜빡거리는 커서를 봤었지만... 결과적으로 과제를 안 냈으니 그 고민의 과정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어쨌거나 전 과제를 제출 안했고 그 이야기를 수업 마지막 시간에 교수님에게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두번째 과제를 제출 못했다고... 못할 것 같다고.

그때도 아주 자상하게 힘들어하지말고 니 생각을 자유롭게 쓰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이미 포기한 과제를 다시 시작한다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종강을 했고, 오늘이 바로 성적 입력 기간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쓰는게 많이 힘들었니?"

"아...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죄송합니다."

"오늘 밤까지라도 내면 좋을텐데..."

"....."

 

전 전화가 그렇게 마무리 될줄 알았습니다. 교수님께 정말 죄송한 마음을 안고요....

 

"그럼 하늘가득달빛이가 과제를 낼 때까지 성적을 일단 유예시켜놓을테니 빠른 시일내에 낼래?"

"(으익 교수님 그럼 전 같은 수업을 들은 다른 애들한테 맞아죽어요!) ?!??!?!?!?!? 아? 네? 교수님 그건.... 아...."

"그럼 오늘 밤 10시까지라도 줄래? 하늘가득달빛이가 과제 줄 때까지 성적 입력 안하고 기다리고 있을게."

"네?????? 네.... 네.... 네 빨리 내겠습니다...... "

 

 

 

 

 

예 그래서 전 지금 과제중입니다.

교수님 정말 감사하지만....... 감사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요.............

과제 안 낸 벌을 받고 있습니다........... 이게 다 제 책임이긴 하지만....... 교수님 정말 감사하지만.......... ^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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